글쓰기 책이 대유행이다. 인쇄술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면 인터넷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작가가 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글쓰기 교수가 쓴 글쓰기 책이지만 따분하지는 않다. 다만 여자들의 출산육아 이야기,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처럼 교수들의 유학 이야기가 이 책에는 정말 많이 나온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주 조금 뿐이고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가 아주 많다. 유학 다녀온 사람들은 유학 후일담을 이야기하려고 유학을 갔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아니겠지만). 교수의 글이니 본격적인 무언가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실망할 수 있고 같은 이유로 교재로 쓸 수는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드는 질문은 과연 이 책의 타깃 독자층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누굴까. 정말 궁금하다. 모두가 될 수도 있고 같은 이유로 아무도가 될 수도 있겠다.
김현진이 소설가로 거듭난 듯. 근래 가장 재미있게 읽은 한국소설. 많이 과소평가된 작가. 처음에는 다소 거친 화법과 묘사가 놀라울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디테일이 너무나 살아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여성 독자만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요즘 문제되고 있는 것들을 사실상 거의 다 건드리고 있는 것 같다. 대단.
네가 사랑하는 버지니아 울프가 여자에겐 조국이 없다고 했지. 영원한 난민. 그래, 우리 가자. 어디로든. - P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