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편집자, 디자이너 등등 책을 펴내는데 관련된 모든 사람의 합이 잘 맞아야 나올 수 있는 책이란다. 저자 입장이라면 책이 이렇게 아름답게 나왔다니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표지와 중간중간 나오는 우지현의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림 자체로도 멋지고 내용과도 조화가 잘 이루어져 멋진 책의 오라를 만들어낸다. 윈윈효과. 


곽아람의 신작이 내 손에 들어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우선 전작인 '바람과 함께, 스칼렛'을 읽었었다. 


두 권을 비교해 보니 전작을 읽은 것이 완전 예습이 되었다. 한층 성숙해진 저자 곽아람의 모습도 보이고. 저자와 함께 나이드는 느낌도 든다. 


세라, 앤, 스칼렛 등은 내용이 살짝 겹치기도 하지만, 신간에 나오는 스무 명의 메인 캐릭터들이 모두 여자라는 점, 책 속 그림들도 다 여자라는 점, 그 그림을 그린 사람도 여자라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 (물론 독자들도 대부분 여자들일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작품들은 고전 작품과 현대 작품들이 골고루 선정되었고, '유리가면'에서부터 '마스다 미리'작품 까지, '마리 앙투아네트'부터 '긴즈버그'까지 다루는 작품들이 전방위라는 점이 멋지다. 특히나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이나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 등과 같은 최신작이 다루어진 것도 좋았다. 역시나 곽아람의 뛰어난 작품 선정 능력, 분석 능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라는 부제도 좋고, 무엇보다도 제목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를 읽는 순간 이것이 나의 모토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살아내면서 느끼는 다양한 모멸감을 품위있게 대하는 방법은 바로 책읽기이며, 이는 정확하게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책읽기가 아니라면 이 지리멸렬한 일상을 품위있게 버텨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는 '광화문 용돈녀'라며 40대 독신녀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하고 낀 세대인 40대의 처지를 마스다 미리의 마리코 목소리를 빌려 털어놓기도 한다. 


원래 의도는 가벼운 자기계발서였다는데 이런 멋진 책이 나와서 무엇보다 다행이고, 연애 이야기를 써보라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니 그 부분에서도 먼 훗날 곽아람의 연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물론 유독 연애 이야기만은 꺼내지 않는 곽아람으로 유명하다지만 세월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헛되더라도 희망을 품어 본다.


저자와 같은 세상에 살며, 함께 늙어가며, 그의 성숙과 나의 성숙이 겹쳐지며 느끼는 독서의 즐거움과 감동이 새삼 사무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이야기를 해서 그 점도 좋았다. 처음부터 그 이야기를 했다면 정말 지쳤을 것 같다. 우리도 '폴리애나'처럼 '기쁨 찾기 놀이'를 하며 이 시기를 버텨나가야 겠다. 인생이란 결국 버티는 것이므로. 버텨나가는 데 이 책이 참으로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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