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사는 곳 - 정인 소설집
정인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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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이란 회마다 거듭되는 짧은 사건과 단상만이 뒤섞인 드라마도, 2시간이 조금 넘는 스토리 안에 모든 생을 풀어 놓은 영화도 아닌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어떤 사건으로 인한 뜻밖의 운으로 크게 인생이 바뀌지도 혹은 극적 반전도 변화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생명을 걸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도 생을 대하는 자세는 모두가 똑같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는 건 만만치 않고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작가의 <그 여자가 사는 곳>책 속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데, 인간 탐험적인 작가의 글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 같이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를 떠안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사람이거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착하고 순수하며 정직하고 때론 순진해서 상처받고 고통을 받으며 삶의 함정에서 때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되어 가는 나약한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중편보다는 짧은 단편들을 읽다보면 그들의 남루한 일상들이 안스럽고 딱하게 그려져 있어도 결코 정도를 벗어난 패악을 부리거나 미망뿐인 트릭이 존재하는 건 아니며 긴 글보다 많은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정말로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진하고 독한 여운을 주고 있다.  

특히 국제 결혼으로 인한 다문화에 대한 '그녀가 사는 곳'과 '타인과의 시간', '블루하우스'는 많은 생각을 던지는 글이다. 특히 '그녀가 사는 곳'의 리엔은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인종적 문화적으로 차별을 겪으며 윤리적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는 아픈 글이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또 다른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고 있을 인종적 차별성을 씁쓸하니 엿본다. 아마도 작가는 요즘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다문화 사회에 대해, 우리에게 국가에게 사회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해보자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종과 계급, 성별의 차별은 사라진 노예제도를 연상시키며 잘못된 자본주의 병폐로 떠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아직도 인종적인 차별은 세계 여러 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등으로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기에 작가는 이들도 이제 우리 안의 가족임을 보듬고 같이 겪으며 나누자는 이야기를 한다.   

부산 출신의 정인 작가의 책<그 여자가 사는 곳>으로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다. 이름난 유명 작가들 못지 않은 그녀의 섬세하고 긴장감 넘치지만 몸살을 앓는 듯 몸을 돌고 있는 미지근한 미열 같은 쌉싸름한 고통과 애환이 녹아있는 근원적인 삶을 잘 피력한 글들이 내 혈관의 핏속을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듯 따뜻한 느낌이다. 좀 더 표현하자면 인간의 실상을 좀 더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글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 한 권으로 그녀의 팬이 되어 버렸다. 담담한 듯 아픈, 고단한 듯 따뜻한, 그러나 남루하기 이를데 없는 생 앞에서 번민하며 탐구하는 사실적인 고통 앞에서 반성하고 나아가는 진면목을 보여주는 그녀의 글에 뻐근하게 가슴을 짓누르는 위력을 지닌 단단하고 힘있는 글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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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앗 - AJ공동기획신서 2
김서영 지음, 아줌마닷컴 / 지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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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앗[-앋] 「명사」 남편의 첩.
 

처음 <시앗>책을 받아들었을때 불륜을 다룬 화제의 드라마 '내남자의 여자'가 생각났다. 2007년 당시 식을 줄 모르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이면 그다음날 주부들의 열띤 공방전이 뜨거웠던 작품이라,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혹자도 도대체 왜들 난리인지 궁금해서 몇 번 시청한 적이 있었다. 드라마는, '내 남자의 여자'라는 제목에서 풍기듯 불륜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저 나는 불륜에 관한 스토리의 드라마는 보기 불편하다. 물론 드라마라는 장르가 허구에 의한 이야기 구조로 쓰여졌지만 그래도 우리네 일상의 단면을 반영한다는 면에서 모든 것이 허구라고만 단정지을 수 없기에 아무리 연기자의 뛰어난 연기에도 그리 재미있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불륜에 대한 악감정도 반발심도 있는 건 아니다. 내가 하면 연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이상 불륜이라는 말이 그리 강렬하게 내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드라마라는 일상생활 속 불륜을 아름답고 때로는 순수하게 아가페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화하고 과장되게 또는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둥 하물며 업보로 받아 들이라는 듯 메시지를 은연중 우리들 머리속에 세뇌하듯 무책임한 의도와 연출에서 즐겁지가 않은 것이다.  

하물며 드라마가 날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데 실제로 겪은, 아니 지금도 겪고 있는 주인공 김서영씨가 쓴 책은 나를 무척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책을 읽는 내내 '설마?' '거짓말이야.'라며 의심하면서도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며 단숨에 책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런데 난 <시앗>을 2009년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는데 벌써 3년이나 지난 2006년에 출간 된 책이었다. 그것도 책에 나와있는 설명을 보니, 아줌마닷컴(
www.azoomma.com)에서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출판을 하게 되었단다. 책 <시앗>은 그야말로 시앗, '첩'이라는 존재가 저자의 인생 앞에 나타나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단상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씁쓸한 거의 절제된 언어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절제된, 아니 억눌릴 수 밖에 없었던 표현들이 내 심장을 아프게 짓누르는것만 같아서 눈물이 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근 25년이나 된 남편의 내연녀를 알게 된 순간 저자는 배신감을 느끼며 치를 떨었다고 했다. 그리고 숱한 좌절과 고통 속에서 '직무유기', '남편방조죄', '오만방자' 등 자신의 죄를 인정하며 그들의 관계도 인정해주기로 했단다. 저자 김서영씨는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건 누굴 탓하고 누굴 까발리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너무나 아파서, 송곳으로 심장이 찔린 듯이 아파서, 어딘가에라도 풀어 놓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엔 비난과 악플이 많이 달렸지만 책을 출판하고 나서는 그녀를 격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혼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내 자리에서 한 치도 물러나 앉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늘의 식물은 그늘에서 살아야만 한다. 시작이 그늘이었으면 끝도 그늘이어야만 한다. 나는 햇빛 찬란한 양지에 앉아서 음지의 그들을 관조하기에 이른다. 나는 더 많은 것을 가지기로 한다. 

<시앗>2권에서는 관계를 인정해준 시앗과 남편의 이야기를, 그리고 저자가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의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하게 들려준다. 또 큰시아주버님이 있음에도 둘째인 남편이 한 가정(시댁 식구들)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으로써의 삶을 뒷바라지 하면서 살아 온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책을 읽은 독자들의 설문 자료에서 20-30대는 이혼을 하라고 하고, 40-50대는 이혼은 절대 해주지 말라고 했단다. 난  30대이다. 통계에서처럼 처음엔 차라리 이혼하고 앞으로 남은 여생이라도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의 뒤로 갈수록 그녀가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또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또한 그녀의 부처같은 인내를 옳고 그르다는 잣대를 휘두룰 만큼 환갑의 저자보다 내 인생은 너무도 짧아서 논할 자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끝이 없는 여정을 여전히 감래해야하는 그녀의 고달픈 삶이 가슴을 싸늘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의 용기있고 지혜로운 대처법에 고마울 정도로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래는 저자의 상황을 그나마 나타내 주는 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나이
  이 년 전 결혼 후 며느리와 유학길에 오른 큰아들은 소식 한 번 없고, 처음엔 그 아들이 괘씸하고 다음엔 그립고 다음엔 기다리고, 그러고는 체념하고. 독립해나가 있는 작은아들에게는 다시 상처 받을 일이 생길까봐 조심스럽고. 그리고 남편. 그 사람에게 여자가 있음을 처음 알았던 사 년 전에는 기절해 응급실에 실려가고, 잘못했다고 한 번만 용서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시 믿고 속았음을 알고. 또 일 년 또 일 년 그리고 사 년이 지났다.
   이제 아무런 기대도 없고 욕심도 없이 예순이라는 나이가 되고 남편은 갑자기 비어버린 시간들을 주체하지 못해 쩔쩔매고, 그 여자가 남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나도 인정하게 되고,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모자라는 것 투성이라는 것도 스스로 깨닫게 되고, 그들의 이십오 년의 역사 앞에서 맥 못 추는 삼십 년이라는것이 처음엔 가슴 아픔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다 내 나름대로의 자만에 불과하고,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없다는 이론 앞에서 나는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엇던 일. 엄밀히 따지자면 진실로 자기 것이란 자기 자신밖에 엇는 것이 아닌가.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도 내 것일 수 없는데, 하물며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편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기대와 욕심을 버리기까지 많이도 아팠지만, 그래도 가정을 버리지 않겠다고 버티는 남편에게 감사하고 나를 형님이라고 깍듯이 모시는 그 여자의 인생에 대해서도 측은지심을 가지기로 하고, 둘이 떠나는 미국 여행길에 공항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달라는 남편의 말대로 두 사람을 태워다 주었다.   



이렇게 덧없이 세월은 갔고 몸은 늙고 마음은 의욕상실이 되고 말았다. 빼앗긴 의욕이라고 생각지 않으려 한다. 피해의식은 금물이다. (1/p. 189)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형부와 언니의 이야기가 더 의문을 초래한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배움도 갖게 한다. 빈수레가 더 요란하다는 깨달음도 갖게 한다. 상대가 아끼는 것을 함께 아껴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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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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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희망'이라는 단어는 뜻모를 기대와 흥분으로 가슴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그래서 '희망을 심다'는 책의 제목이 주는 안정감이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보다도 책 내용에 구미가 당겼는지도 모르겠다. 

스토리텔링한 이책은 인터뷰어 지승호가 박원순님과 인터뷰식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터뷰식 이야기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타인이 살펴볼 수 있는 식이라서 마치 책을 읽는 나와 박원순님과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의 책이라 무척 새롭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듣고(읽고) 있노라면 그의 방대한 활동영역에 순간 순간 입이 쩍 벌어진다.

먼저 이 책을 통해 박원순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 현재는 가장 성공한 우리나라의 시민운동가의 대표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정계 진출을 권하고 대통령 출마 권유도 끊이지 않는 인물이라고 한다. 이력도 엄청나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의 상임이사와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온건하지만 혁명을 꿈꾸는 그는 2006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의 '공공 봉사' 상을 수상했다. 또한 광적인 자료수집가에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늘 변신을 꿈꾸는 순례같은 그의 여정들이 놀랍기만 하다.  

"범아일체론(梵我一體論). 인간은 모두 각자 자신의 우주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어떤 시각으로 우주를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각자 다른 우주를 갖게 된다고 봅니다. 사물을 바라볼 때 많은 면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는 선입견 땜분에 일정한 면만 보는데, 사실은 다양한 면이 있다는 거죠. 사람을 볼 때도 그렇고요. 우주는 자기가 보는 만큼만 보입니다. 객관과 주관이 일칭하는 세상, 그런 경지가 있다는 거고요. 깨달은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세상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 철학적인 생각들이 한꺼번에 떠오른 겁니다."
-<싯다르타>를 읽고-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난 박원순은 공부 좀 그만하라는 소리를 들으며, 당시 엘리트코스라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다녔다. 입학 당시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단국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하게 되지면 그곳에서 법원 사무관 시험에 합격 등기소장 겸 즉결심판소장으로 근무, 틈틈히 공부를 한 결과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검사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을 잡아 넣거나 사형집행 참관 등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1년만 해보라는 부장 검사의 말에 1년을 채운 뒤 미련없이 그만두었다. 그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으며 많은 참여연대에 동참하였고 어느 순간 우리나라의 사회에 회의를 느끼며 다른 나라의 시스템은 어떤 식인지 알고 싶어 유학길에 올라섰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돌아온 후엔 헌신짝처럼 변호사직을 던져 버리고 불모지에서 문전옥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시민운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첫술에 배부를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지만 그가 이루어낸 일들은 한국사회 곳곳에 변혁을 이루었다. 또한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늘 변신을 꿈꾸는 그는 참여연대를 떠나 누구나 쉽게 생활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는 1퍼센트나눔운동, 헌 물건을 통한 순환과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아름다운가게를 만들어 가난한 홀어머니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적어도 이 시대의 시민운동가는 사회의 빛과 소름의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그것을 즐거이 감내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슬만 먹어야 된다면 기꺼이 먹어야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지역에 관심을 둔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21세기 실학운동이라는 '희망제작소'를 출감하며 공동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져도 사회적으로 파탄의 양상과 조짐들이 자꾸 생기는 이유는 공동체가 무너져서란다. 서양처럼 오랜 세월 동안 구축한 합리적인 사회 시스템이 없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정직이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 더욱 지역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망제작소의 교육 프로그램
청년들이 공직적 리더가 되도록 비전을 주는 - 소셜디자이너스쿨
은퇴한 분들에게 인생 후반전을 준비시키는  - 행복설계아카데미
지역 발전의 비전이나 정책 컨텐츠를 디자인하게 해주는 - 시장학교  

홍길동의 분신술을 부려 박원순이 열 명, 백 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저자 박원순님은 슈퍼맨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박원순님 스스로도 몸이 몇 개면 나눠서 모든 일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이니 일하다 과로사로 쓰러지고 싶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란하게 떠드는 사람이 과연 알맹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되지 않도록 언제나 스스로 잘못된 점이 없는지 돌아보고 운동이 자신의 성과물로 귀결되는 것을 늘 경계하며 남들이 하지 않는 일, 자신의 열정을 쏟아서 집중할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박원순님은 젊은 이들에게 열정을 가지라며 꿈을 꾸라며 당부를 잊지 않았다. Boys, Be Ambitious!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천박한 꿈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 자기 일생을 한번 바쳐보겠다는 꿈을 꿔봤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결국 마모되고 성숙되면서 현실호되게 되어 있거든요. 청년 시절이기 때문에 그런 무모한 꿈도 꿀 수 있는 것이고, 그게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고, 장기고, 그럴 수 있는 유일한 시기잖아요. 세상을 살다보면 안 그래도 소시민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 젊은 시절 그런 꿈이라도 꿔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나라는 분열과 갈등으로 매우 어지러운 시국이다. 어느 나라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잡음은 꼭 있기 마련이며 엎치락뒤차락하는 가운데 역사는 발전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서 나라를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천천히, 서서히 바꿔가려는 혁명가들이 있고 밤낮없이 헌신하며 세상을 바꿔보려 노력하는 일반인들도 있다. 드러 내놓고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나 인권운동가 등도 있지만 박원순님의 말대로 시민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 많은 부분을 알아야 정치권이나 사회 부조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감시, 감독하여 우리 사회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면 이런 희망사항이 생각났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신부흥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으로 이민급증,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IT천재들이 집약하고 있는 대한민국, 젊은 벤처기업가들의 놀라운 개발 기술로 매년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한민국, 세계에서 이혼율과 자살율이 거의 없는 대한민국, 교통사고와 범죄율이 매년 해마다 줄어 세계인들의 모범이 되는 대한민국 등등. 이 모든 희망사항이 언젠가는 이루어 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부터 내마음에 희망을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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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
조셉 베일리 지음, 강현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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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건 세상 사람 모두가 갈망하는 영원한 테마일 것이다. 사랑 때문에 죽을 듯이 아프고 상처 입고 갈망하고 환멸을 느낄 정도로 진절머리가 나면서도 또 그 달콤한 사랑의 속성 때문에 우리는 그 죽일 놈의 사랑 같은 거 다시는 하지 않을거라고 말하면서도 오늘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도대체 이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주위에서 들은 말처럼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듯이 사랑 또한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되는 감정이지만 하나 더 추가한다면 사랑엔 선택권이 없다. 바람처럼 소리없이 왔다가 바람같이 사라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달콤하고 아찔한 향기로 유혹해놓고 어느 순간 눈에 보이지 않게 흩어져버리는 '사랑'이라는 존재(?)를, 마주하고 만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의 실체를 직접 만난 사람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도 어느 순간 사랑을 만났을 때와 다르게 점점 사랑을 보지 못하고 결국엔 사랑을 놓아버리거나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만났다고 해서, 사랑을 얻었다고 해서 사랑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좀 더 오래도록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심리학자이며 커플치료사, 세미나 지도자인 조셉 베일리의 책 '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으며 오래도록 충만하게 사랑 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말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전문상담가이자 심리치료사인 조셉 베일리가, 100km를 달리는 마음을 10km만이라도 늦추어 상대방의 말에 동의할 수 없어도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 듣다보면 상대방의 참된 자아(처음 그 사람에게 가졌던 호감, 혹은 사랑했던 부분)를 안개가 걷히듯 보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사라졌었던 것이 아니라 그의 참된 모습을 단지 자신이 보지 않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후에 그 작은 변화가 사실은 그토록 갈망하던 자신들이 가지기를 원했던 것임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 매달리고 분석하는 일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말한다. 그때는 이랬고 저랬다는 식의 따지기와 상대방의 잘못을 되짚어 주는 식의 과거답습은 전혀 관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계를 실패하게 만든 근원을 찾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아낸다면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다. 책에서 말한대로 체험하는 것은 중요하다. 현재에 충실한 그대로의 상대방을 본다면 사랑은 사람 속으로 되돌아오며 우리에게 삶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랑과 행복이라는 본래의 권리를 이해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가지 예를 들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공감되고 그제야 이해되는 부분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커플이나 부부들(아니 인간관계에서도)이 의견이 맞지 않을때 모두가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고 말하려하다보니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언쟁과 행동들이 난폭해지고 거칠어지면서 말다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구 한사람이 조금만 이해해주면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 자신의 말을, 또는 입장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서운함이 들기 때문에 이해보다는 설득을 시키려하고 그것이 강요하게 되는 양상으로 치닫게 되면서 말다툼은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것일게다. 

나만해도 그 순간만 지나고 참으면 될 것을 나도 모르게 화부터 내거나 말소리가 짜증나고 신경질적으로 터져 나와버려서 가끔 맘과 달리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지만 속내와 달리 발빠른 입에선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들이 쉼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것이 다 제대로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아서 생기는 주책맞은 반응인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서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여보려는 노력이 먼저 들게 되었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이제까지의 생각을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보니 신경질 낼 부분도 화를 낼 부분도 아님을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화를 낼 만큼, 성질을 낼 만큼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하나의 깨달음이 아직도 많은 과거의 나쁜 습관들을 확 바꾸어주지는 못하지만 촉매역할을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일단 말부터 지르고 보는 버럭거리는 성질이 많이 누그러드는 걸 보면 말이다. (그 깨달음을 완전하게 달관하지는 못했는데 깨닫고 있는 내가 신기할 정도다. 부디 오래가기만을 바랄 뿐 ㅎㅎ)  


어디에서 도파민, 페닐에타민, 옥시토신,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 작용에 의해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3년이 지나면 사랑의 콩꺼풀이 벗겨진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저 통계일 뿐이다.) 그 이후의 커플이나 부부는 사랑한 그간의 정으로 믿음으로 의리로 만나고 살아가는 거라는 말들을 들었지만 조셉 베일리의 책 '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읽으면 그런 생각은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다. 

세상엔 완전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지만
사랑이라는 건 딱히 내려진 정의도 없다. 어떤 경험이 다른 경험보다 더 가치 있다거나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친 듯이 빠른 속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짜 사랑하는 법을, 오래도록 사랑하는 것만이 아닌 영원한 사랑을 할수 있는 방법론을 조셉 베일리는 책 '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정의내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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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클럽
유춘강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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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클럽'은 서른 즈음에 결혼한 여자들이 마흔 즈음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결혼의 본질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어느날 '나'는 노후 연금으로 생각하던 남편이 자살했고, 늘 가방에 약을 넣어 다니는 소정은 바람기가 대관령 풍력 발전소 수준인 남편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고, 골드 미스로 늙어도 멋진 위킹우먼 지소는 인생을 아마추어 정신으로 살며 결혼 10년에 스무 번이나 직장을 옮기며 마음 내키는대로 사는 철없는 남편과 살고 있다. 

주위에서도 들어봄직한 세 여자의 이야기를 작가는 감각적이고 현실적인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생명 보험 안 들고 죽는 남편은 '남편 칠거지악'에 속하고, 운전면허처럼 자격 미달이거나 시험에서 떨어진 남자들은 결혼도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며 남자를 철저히 가해자로 표현하고 있다. 나이 마흔의 그녀들 얘기처럼 결혼 10년차가 되면 남편이란 노후 대비책인 연금과 동격인 셈인건지 아직 그 나이대가 아니어여서일까 왠지 수긍하고 추측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유교사상이 짙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아무리 사회생활을 하며 남녀의 평등 비율이 비슷해졌다고는 하나 그건 숫자상 통계일뿐 여전히 여자들의 위치는 남자들의 그림자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남편들로부터 상처 받은 그녀들의 말을 빌려 표현한 작가의 문체가 매우 적나라하게 통쾌하기도 하다. 

어쩌면 그가,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남편이, 그의 인생을 순탄하게 하기 위한 위장용으로 나를 선택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란제리 클럽은 자살한 남편의 죽음을 미스테리하게 끌고 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소 서스펜스같은 기대치로 남편 앞으로 배달된 책에서 발견된 사진과 산악회 회원인 아름다운 남자의 출연 등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회자 '나'는 조금씩 죽은 남편을 의심하며 배신감을 느낀다. 


"마흔이 늦은 건 아니지. 사랑이라는 건 시간이 되면 끊어지는 기차 같은 건 아니잖아. 때와 장소와 대상을 불문하고 올 수 있는 안하무인이지."

온실 속 화초였던 '나'는 늙지도, 그렇다고 아주 젊지도 않은 나이 마흔에 지금까지의 자신보다 앞으로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을 깨달은 후, 도움을 주는 남편의 회사 선배에게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첫사랑이었던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인 그와 '여자 나이 마흔에 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건 벼락 맞아 죽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연애를 시작한다. 여자는 혼자 살아도 남자는 혼자 못산다는데, 이태리 요리에 그리스 요리, 유명 식당의 요리 레시피까지 갖춰 놓았고 정원까지 딸린 예쁜 2층 집에 사는 선배라는 이혼남, 현실에선 이혼했어도 훈남에 속하는 남자이다. 하지만 그의 태도 또한 남편의 죽음만큼 애매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다. 

 

"결혼은 늪이다. 사랑이란 미끼 때문에 빠지는 늪."

대부분의 여성들은 작가의 말처럼 결혼과 동시에 러브 바이러스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남편만 바라보며 자신보단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한가정의 주부로써 살아가게 된다. 비단 여자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그러할 것이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라는 타이틀 뿐이다. 여기 세 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결혼 10년만에 맞게 되는 결혼이라는 실상이 이렇게 무감각하고 건조하기 이를데 없는 무겁고 상처투성이인 삶이라는 것이 안스럽기만 하다. 여기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 하나만으로 인생을 걸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기에는 21세기가 너무나 위험천만한 세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랑으로 결혼하는 여자와 연금을 드는 기분으로 결혼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말아야 할 남자와 결혼해도 되는 남자'로 나누어야 하는 건지 의문을 느낄만하다. 



"여자가 마흔을 목전에 두면 남자, 종교, 친구. 세 가지 중에 하나에 미친다드라."

그녀들의 젊은 시절 파자마클럽이 사십대에는 란제리클럽으로 변모한 제주도 여행으로 인해 세 사람은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마흔이라는 세월의 잿더미 속에서 다시 부활하고 싶은 마음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결혼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한 후 새로운 삶에 복무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는 희망적인 부분으로 결론이 난다. 하지만 작가님이 책을 덮으면서 뒤로 갈수록 독자에게 너무 많은 부분을 떠넘기듯 이야기를 하다만 건 아닌가 싶다. 적절한 상상력은 도움이 되지만 2%부족한 문장은 모래를 씹은 듯 입안이 까슬하다. 그러나 운명에 맞서듯 과거의 '나'로부터 탈출하려는 그녀들의 비상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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