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사는 곳 - 정인 소설집
정인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삶이란 회마다 거듭되는 짧은 사건과 단상만이 뒤섞인 드라마도, 2시간이 조금 넘는 스토리 안에 모든 생을 풀어 놓은 영화도 아닌 매일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어떤 사건으로 인한 뜻밖의 운으로 크게 인생이 바뀌지도 혹은 극적 반전도 변화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생명을 걸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도 생을 대하는 자세는 모두가 똑같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는 건 만만치 않고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작가의 <그 여자가 사는 곳>책 속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데, 인간 탐험적인 작가의 글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 같이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를 떠안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사람이거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착하고 순수하며 정직하고 때론 순진해서 상처받고 고통을 받으며 삶의 함정에서 때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되어 가는 나약한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중편보다는 짧은 단편들을 읽다보면 그들의 남루한 일상들이 안스럽고 딱하게 그려져 있어도 결코 정도를 벗어난 패악을 부리거나 미망뿐인 트릭이 존재하는 건 아니며 긴 글보다 많은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정말로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진하고 독한 여운을 주고 있다.  

특히 국제 결혼으로 인한 다문화에 대한 '그녀가 사는 곳'과 '타인과의 시간', '블루하우스'는 많은 생각을 던지는 글이다. 특히 '그녀가 사는 곳'의 리엔은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인종적 문화적으로 차별을 겪으며 윤리적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는 아픈 글이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또 다른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고 있을 인종적 차별성을 씁쓸하니 엿본다. 아마도 작가는 요즘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다문화 사회에 대해, 우리에게 국가에게 사회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해보자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종과 계급, 성별의 차별은 사라진 노예제도를 연상시키며 잘못된 자본주의 병폐로 떠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아직도 인종적인 차별은 세계 여러 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등으로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기에 작가는 이들도 이제 우리 안의 가족임을 보듬고 같이 겪으며 나누자는 이야기를 한다.   

부산 출신의 정인 작가의 책<그 여자가 사는 곳>으로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다. 이름난 유명 작가들 못지 않은 그녀의 섬세하고 긴장감 넘치지만 몸살을 앓는 듯 몸을 돌고 있는 미지근한 미열 같은 쌉싸름한 고통과 애환이 녹아있는 근원적인 삶을 잘 피력한 글들이 내 혈관의 핏속을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듯 따뜻한 느낌이다. 좀 더 표현하자면 인간의 실상을 좀 더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글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 한 권으로 그녀의 팬이 되어 버렸다. 담담한 듯 아픈, 고단한 듯 따뜻한, 그러나 남루하기 이를데 없는 생 앞에서 번민하며 탐구하는 사실적인 고통 앞에서 반성하고 나아가는 진면목을 보여주는 그녀의 글에 뻐근하게 가슴을 짓누르는 위력을 지닌 단단하고 힘있는 글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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