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
조셉 베일리 지음, 강현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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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이라는 건 세상 사람 모두가 갈망하는 영원한 테마일 것이다. 사랑 때문에 죽을 듯이 아프고 상처 입고 갈망하고 환멸을 느낄 정도로 진절머리가 나면서도 또 그 달콤한 사랑의 속성 때문에 우리는 그 죽일 놈의 사랑 같은 거 다시는 하지 않을거라고 말하면서도 오늘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 도대체 이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주위에서 들은 말처럼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듯이 사랑 또한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되는 감정이지만 하나 더 추가한다면 사랑엔 선택권이 없다. 바람처럼 소리없이 왔다가 바람같이 사라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달콤하고 아찔한 향기로 유혹해놓고 어느 순간 눈에 보이지 않게 흩어져버리는 '사랑'이라는 존재(?)를, 마주하고 만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의 실체를 직접 만난 사람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도 어느 순간 사랑을 만났을 때와 다르게 점점 사랑을 보지 못하고 결국엔 사랑을 놓아버리거나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만났다고 해서, 사랑을 얻었다고 해서 사랑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좀 더 오래도록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심리학자이며 커플치료사, 세미나 지도자인 조셉 베일리의 책 '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으며 오래도록 충만하게 사랑 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말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전문상담가이자 심리치료사인 조셉 베일리가, 100km를 달리는 마음을 10km만이라도 늦추어 상대방의 말에 동의할 수 없어도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 듣다보면 상대방의 참된 자아(처음 그 사람에게 가졌던 호감, 혹은 사랑했던 부분)를 안개가 걷히듯 보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사라졌었던 것이 아니라 그의 참된 모습을 단지 자신이 보지 않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후에 그 작은 변화가 사실은 그토록 갈망하던 자신들이 가지기를 원했던 것임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 매달리고 분석하는 일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말한다. 그때는 이랬고 저랬다는 식의 따지기와 상대방의 잘못을 되짚어 주는 식의 과거답습은 전혀 관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계를 실패하게 만든 근원을 찾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아낸다면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다. 책에서 말한대로 체험하는 것은 중요하다. 현재에 충실한 그대로의 상대방을 본다면 사랑은 사람 속으로 되돌아오며 우리에게 삶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랑과 행복이라는 본래의 권리를 이해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가지 예를 들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공감되고 그제야 이해되는 부분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커플이나 부부들(아니 인간관계에서도)이 의견이 맞지 않을때 모두가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고 말하려하다보니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언쟁과 행동들이 난폭해지고 거칠어지면서 말다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구 한사람이 조금만 이해해주면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 자신의 말을, 또는 입장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서운함이 들기 때문에 이해보다는 설득을 시키려하고 그것이 강요하게 되는 양상으로 치닫게 되면서 말다툼은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것일게다. 

나만해도 그 순간만 지나고 참으면 될 것을 나도 모르게 화부터 내거나 말소리가 짜증나고 신경질적으로 터져 나와버려서 가끔 맘과 달리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지만 속내와 달리 발빠른 입에선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들이 쉼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것이 다 제대로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아서 생기는 주책맞은 반응인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서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여보려는 노력이 먼저 들게 되었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이제까지의 생각을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보니 신경질 낼 부분도 화를 낼 부분도 아님을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화를 낼 만큼, 성질을 낼 만큼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하나의 깨달음이 아직도 많은 과거의 나쁜 습관들을 확 바꾸어주지는 못하지만 촉매역할을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일단 말부터 지르고 보는 버럭거리는 성질이 많이 누그러드는 걸 보면 말이다. (그 깨달음을 완전하게 달관하지는 못했는데 깨닫고 있는 내가 신기할 정도다. 부디 오래가기만을 바랄 뿐 ㅎㅎ)  


어디에서 도파민, 페닐에타민, 옥시토신,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 작용에 의해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3년이 지나면 사랑의 콩꺼풀이 벗겨진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저 통계일 뿐이다.) 그 이후의 커플이나 부부는 사랑한 그간의 정으로 믿음으로 의리로 만나고 살아가는 거라는 말들을 들었지만 조셉 베일리의 책 '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읽으면 그런 생각은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다. 

세상엔 완전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지만
사랑이라는 건 딱히 내려진 정의도 없다. 어떤 경험이 다른 경험보다 더 가치 있다거나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친 듯이 빠른 속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진짜 사랑하는 법을, 오래도록 사랑하는 것만이 아닌 영원한 사랑을 할수 있는 방법론을 조셉 베일리는 책 '사랑의 속도를 10km 늦출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정의내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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