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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이민희 지음 / 푸른숲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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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내 몸은 전부 스파게티가 만들었다. 
-영화배우 소피아 로렌

여행 책은 언제나 즐겁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을 누비는 필자들의 경험담과 체험담을 들으며 또 이국적인 분위기와 눈길을 잡아 끄는 사진까지 합쳐져 내 맘은 이미 책 속 필자와 함께 그곳을 여행하고 있다. 비록 몸은 현실 속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이미 유체이탈을 한 '나'는 책 속을 바쁘게 여행 다니고 있다. 더불어 여행이 맛기행인 경우엔 입안에 고이는 달달한 침을 삼키지 못하고 뚝뚝 흘리며 빠져 들기도 한다.  

그런 책이 바로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이다. 다이어트 하는 나의 입맛을 다시게 만든 이 책은 스물여섯에 파리의 재래시장에서 맛본 치즈를 잊지 못하고 4년 뒤 유럽으로 치즈 장정을 떠났던 저자 이민희의 두번째 책이다. 치즈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지 한달이 겨우 지난 그녀는 무작정 떠난 치즈 여행의 고달픔을 잊지 않고 있었음에도 파스타에 홀릭해버린 후 온갖 종류의 파스타를 마주하고 요리해보며 점점 새로운 이야기로의 흥분에 시동을 걸었고 첫 여행의 고된 여정을 떠올리며 잠시 망설였으나, 뭐든 직접 보고 경험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또 다시 여행길에 올라 두 번째 책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을 만나기 전, 내가 그녀의 글을 처음 본 건 2006년도로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가 책으로 나오기 전 블로그에 올려 놓은 기행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그녀의 치즈 사랑과 치즈를 향한 여행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이가 오지에 떨어져 혼자 버텨내는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나에게 충격요법을 선사했다. 여자가 그것도 혼자서 자동차에 텐트를 실고 프랑스와 스위스 곳곳을 누비는 여행을 보며 외로웠겠다, 두려웠겠다, 힘들었겠다, 무엇보다 60일간의 긴 시간 동안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친구가 또 한국이 그리워서 슬프지 않았을까, 쓸쓸하지 않았을까 등의 염려를 낳으며 비록 글을 통한 교감이었지만 그녀를 토닥이고 또 부러워하며 그렇게 그녀의 고된 여행기를 체험했었다.

그러나 영혼의 비타민이라는 여행을 통해 우리는 성숙하고 내면을 다지고 생의 나아감을 배운다. 그녀 또한 부딪히고 맞서며 여려지는 마음을 강화하여 이번책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 역시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단순히 밀가루 음식이 아닌 파스타를 찾아, 파스타 이야기를 듣기위해 75일간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이번에도 자동차로 여행을 하며 들려준다. 지역별로 즐겨 먹는 파스타의 재료와 요리법을 알기 위해 입소문을 통한 식당과 레스토랑, 시골 농장 혹은 가정집을 기웃거리며 때론 여러번의 거절과 퇴짜로 촬영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많은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고집스러울만큼 진지한 태도와 용기, 진솔된 마음가짐으로 배짱좋게 노력하여 전통적인 파스타요리를 배운다. 그런 그녀의 파스타에 대한 열정을 느꼈는지 낯선 이방인에게 이탈리언인들은 아무 조건 없이 궁금해하는 것을 가르쳐주고, 즉석에서 파스타를 만들어 맛보여 주었다. 우리네 시골 인심처럼 훈훈한 이들의 도움으로 직접 나무로 된 밀방망이로 반죽을 밀어 같이 파스타를 만들고, 급기야 가족모임에 동석해 전통인 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파스타로 추억과 따뜻함을 나누며 그녀의 파스타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낯선이를 경계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관광의 나라이기는하나, 전통 요리 비법까지 알려주는 그들의 무한한 친절과 나눔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미리 공휴일에 모여 가족모임을 하는 26명의 밀레나 가족이 저자를 위해 수고스럽게 다시 모여 가느다란 갈대 준코라는 도구로 마카로니 만드는 시범을 보여주며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과 거의 전통이 사라져 포기해야만 했던 전통적인 방법 그대로 만드는 '피치'를 가르쳐주며 촬영에 응해준 다니엘라, 프란카 할머니. 프란카 할머니는 100년이 넘은 밀방망이까지 선물했다. 그야말로 그들의 격없는 따뜻함에 눈물바람을 보이는 저자와 함께 나도 눈물이 기분좋게 바람을 일으킨다. (역시 훈훈하고 따뜻한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책이 너무 좋다.)

목적 의식이 뚜렷한 여행엔 감성적인 넋두리와 센치함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이를 끌어당기는 사실적인 떨림과 전율이 있다. 나는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를 읽으면서 그녀의 글 속에 담겨진 마음을 알고 제대로 감정이입이 되었고, 저자와 함께 목적을 달성하여 성취감에 젖어 뜨겁게 흥분하며 감탄했다. 또 끊임없이 파고 드는 도전하는 그녀의 열정적인 성격(!)에 감탄과 부러움을 느끼고 배우며 계획 없이, 막연하기만한 충동적인 여행이 될지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살기 위한 삶의 방식을 구축하면서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내 피부 깊숙이 전달된 떨리는 전율이 불씨마냥 한동안 잦아들지 않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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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gift.aspx?pn=20090717_reading 

리딩  라이트 체험단에 당첨되었다.  

독서등의 목이 부러지면서 고장나는 바람에 ;ㅁ;  

잠자리에 들어 읽는 책을 몇 주째 못 읽고 있었다.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아쉬워하는 나에게  

하늘에서 금동아 줄을 내려주셨다. 크흐흐흐.  



p.s. 감사합니다. 열심히 사용하고 열심히 사용후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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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하이힐
루벤 투리엔소 지음, 권미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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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래를 최고에게 맡겨라.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p. 207) 

굽높이 5센티미터도 겨우겨우 신는 내게는 10센티미터가 넘는 아슬아슬한 높이의 구두를 잘도 신고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같은 여자로써 부럽기 그지 없다. 하이힐의 굽높이가 높아질 수록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는 장점을 넘어 요통과 관절염 등 질환을 발생시킨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겐 must have item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여성들만의 전유물인 하이힐이 생겨난 유래는 화장실의 개념이 미약했던 16-18세기경 프랑스에서 길거리에 떨어진 오물을 피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하는데, 오늘 날 여성들의 패션 중심에 선 하이힐은 한 영화에서 보여준 구두 신발장을 갖는 것이 소원인 주인공으로 인해 하이힐의 수요는 더욱 급증하였고, 지금 하이힐은 자신을 표현하는 한 수단이며 여성으로써의 자부심, 자존심을 나타내는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 캔자스에서 뉴욕으로 첫 발령을 받은 날 예기치 못한 빨간 하이힐 때문에 재무담당 웨스트와 대립구도에 서게 된 디렉터 도로시가 있다. (여기서의 하이힐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먼저 책 '오즈의 하이힐'은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한 여성들을 위한 비지니스 소설로, 광고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도로시와 친구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칙릿(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소설)소설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교되는 칙릿 소설이라 일컬어지지만 그것보단 직업의 하나인 광고이야기를 '오즈의 마법사' 구도로 쓰여진 책이 아닐까 한다. (왠지 영화로 만들어지면 볼거리와 재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당신은 스스로 가치 있게 굴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돼요. 당신의 업적만이 당신을 평가하는 잣대는 아니에요. 불행하게도 웨스트 씨나 회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짓밟도록 내버려둔다면, 결코 당신은 발전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들은 당신을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회색분자로 바꿔놓고 말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당신을 고용한 거죠." (p. 42-43) 

회사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는 웨스트가 원하는 빨간 구두 하나로 인해 재정적인 압박을 받는 도로시는 빨간 구두가 단순한 구두의 가치를 넘어 웨스트와 맞설 수 있는 힘과 명분, 이상을 가진 엄청난 구두임을 깨닫고 진취적인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앞서나간다.  

"항상 긍정적으로 말해요. 그들에게 작은 성과들을 제시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비전으로 기대감을 불어넣어요." (p. 218) 

그리하여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뇌가 녹슬었다고 말하는 연구개발팀의 오스카에게 잃어버린 의욕을 되살려주고, 로봇처럼 마음이 굳어버린 제작팀의 티모시에게 굳어버린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 주고, 자신의 일을 잃을까 두려운 홍보팀의 라이오넬에게 두려움을 없애 줄 미래의 비전과 열정을 알려주며 '박물관의 경비가 불을 켜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최고의 걸작이라도 볼 수 없다'는 멘토인 헨리에게서 배운데로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그와 관련된 모든 업무의 역할과 관계자들의 가치를 존중하여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점차 의혹에 찬 팀원들과 회사의 분위기를 궤도로 올려놓으며 비즈니스 정글에서 아찔하고 긴박한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고 멋지게 성공한다. 

하지만 빠른 전개와 흥미 진진한 이야기 구도와 달리 공감을 자아낼 만큼 그리 현실적인 느낌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도로시의 말 한마디로 쉽게 호응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저 고전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는 동화적인 색채감만을 불러 일으키며 현실성이 결부된 느낌이다. 

미래의 고삐를 거머쥐고 당신의 삶을 둥글둥글한 경험으로 만들어라.(p. 247) 

그러나 이야기는 앞에서 말했듯이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로 한 만큼 재미있게 쓰여져 있으며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는 지루한 자기계발서와 달리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개인의 삶이 하루의 반 이상 매여 있는 직장 생활이라는 사회 속에서 혼자만 잘나선 성공할 수 없으며 팀원들과의 협동심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이끌어 주는 팀워크의 중요성과 뚜렷한 목표 의식과 비전으로 이상을 실현해가는 빨간 하이힐을 신은 성공한 도로시를 통해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약간은 동화적인 자기계발서 '오즈의 하이힐'은 오늘도 편견과 온갖 장애물 앞에서 좌절하고 상처 입은 여성, 혹은 비지니스인들에게 순탄치 않은 삶의 회오리바람 속으로 때론 과감히 뛰어들어 무지개 너머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 보라고 용기와 열정을 북돋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가슴 뿌듯하게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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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연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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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연인>이라는 제목처럼 뭔가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글이 아닐까 했던 내 생각을 완전 뒤엎어버리고 책 첫페이지에 이야기의 결론이 떡하니 나와 있다. 충격적이다. 책의 광고문구처럼 '어린 연인의 짧은 사랑과 충격적 결말'에 '엄지 연인'은 나에게 그렇게 안타깝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던지며 시작되었다. 결론부터 내놓은 역행하는 이야기 구도는 오히려 추리 소설같은 빠른 전개와 스토리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여자도 싫고 이 세상도 싫다. 아무 것도 원하는 건 없고 오늘밤 이 시간에 이 장소에 살아 있는 것도 후회한다. 만약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세상이 끝날 때 같이 있어줄 사람이면 좋겠다. 

240평 정도에 한 달 임대료가 300만 엔이 되는 집에 사는 부유한 집안의 스미오, 빵 공장과 채팅 사이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쥬리아.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히 문자메시지로 시작해 돌아가신 엄마의 죽음 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음지와 양지에서 자란 환경에도 서로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며 가까워진다. 비록 삶에 지친 쥬리아의 극단적인 선택에 그녀를 사랑하는 스미오도 함께 동반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선택을 하면서 끝을 맺지만 글은 단순히 연인들의 슬픔 사랑 이야기를 논하고 있지 않다. 

책의 소개에 보면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식으로 표현한 글이라고 해놓았지만 죽음으로 끝난 결말이 비슷할지는 모르나 이야기는 빈부의 격차에 의한 나락의 끝을 향한 어린 연인들의 잘못된 선택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충격적인 결말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동조하기 어렵다. 젊음의 방종이라고 하기엔 너무 한시적인 상황과 또 너무 극단적인 결정이여서 이해보단 측은하고 씁쓸하며 허무하다는 느낌 뿐이다.

"스미오는 사회의 제일 위쪽에 있잖아. 하지만 나는 밑바닥에 있어. 위에 있는 사람이 잠깐 엘리베이터라도 타고 아래 쪽을 견학하는 건 쉬워. 내려오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아래 있는 사람은 그럴 수가 없어. 한걸음씩 중력을 거스르며 올라가지 않으면 안 돼." (p.118) 

반년 치 보너스가 7억엔이고 롯본기힐즈 37층에 살고 있는 외국계 은행 사장인 스미오의 아버지, 요코하마 야마모토마치 공영주택에 사는 도박 좋아하는 트럭운전사 쥬리아 아버지. 그리고 비정규직 계약사원으로 빵공장에서 3교대를 하며 연봉은 풀타임으로 일해도 200만 엔대 중반인 쥬리아. 하늘과 땅차이인 빈부의 격차는 같은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다른 세상에 사는 것만 같은 환경을 만들어 낸다. 

책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역시 하루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 현실 속에서 더 이상 내려 갈 곳 없는 하위 계층의 사람들과, 한 단계 더 올라가기 위해 부를 축적하고 날로 윤택한 생활을 하며 부피를 키우는 사람들로 나뉜다. 없는 것 보단 있으면 좋은 것이 돈이라지만 돈이 인간을 살리고 죽이기도 하는 생명부를 움켜쥐고 있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니 누구나 위를 향해 인간의 도리를 져가며 악착같이 올라가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평생 밑바닥이야. 한 걸음이라도 계단을 오르려고 하면 굉장한 벌이 내리는 게임. 스미오, 내 운명은 뭘까. 왜 하느님은 나한테 이렇게 장난을 치는 걸까."

불행은 불행을 낳고 불행은 행운을 전염시킨다고 한다. 좋은 생각이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듯이.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좋은 일만 생각하라는 자기계발서가 그나마 인간들의 삶을 지침해주며 힘을 지탱해준다.

'엄지 연인'은 처음 이야기의 시작부터 허무한 나날들을 보내며 인생을 낭비하는 스미오와 나락의 끝에서 버둥거리며 날개짓하는 쥬리아의 고된 인생살이를 결국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말로 치닫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은 비록 채팅으로 만났지만 더할 나위 없이 서로에 꼭 맞는 연인답게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깔려 있지만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 희망적으로 발전했으면 여느 연애소설처럼 평범하여 재미가 반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만으로 여기기엔 '1파운드의 슬픔',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4teen' 등을 쓴 이시다 이라 작가의 글이 너무 사실적이고 있을 법한 어두운 면이 있어 담대하리만치 담담한 문체로 잘 쓰여진 글이기는 하나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든다. 그의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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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와 만다라 - 나를 찾아 떠나는 한 청년의 자전거여행
앤드류 팸 지음, 김미량 옮김 / 미다스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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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일까?
문득 책 '메기와 만다라'를 반쯤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삶이란 무엇일까? 다시 든 생각이지만 학창시절 나도 삶을 생각하는 나름 철학적인 아이였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를 읽고 혼자만의 생각에 깊이 빠져 고뇌와 번뇌를 번갈아 하며 평생을 살아도 알지 못하는 생이라는 삶을 고작 살아 온 몇 십 년의 세월 속에서 정의를 내리려고 무진장 고민한 적이 있었다.   

물론 결론적인 답을 얻지는 못했으나,(당연한 거다.) 그 이후 살아갈 날이 내게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또, 삶이란 살아가는 생 속에서 내부적으로, 또는 외부적으로 자극과 변화, 갈등,욕망 등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만가지 감정들의 융합으로 '나'라는 형식을 갖춰가고 형성되며 그 후에야 '나의 인생', '나의 삶'이라는 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생 속에서 진정한 내 마음과 몸과 나의 미래를 위해 가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떠난다. 그 속에서 나의 생명력을 때론 피부 깊숙이, 심장 밑바닥까지 진정으로 느끼는 경험을 받고 돌아올 때도 많다. 

여기 책 '메기와 만다라'의 저자 앤드류 팸 또한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여느 여행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베트남에서 태어나 열 살 나이에 부모와 함께 고깃배로 미국에 망명한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흔히 2세대라는 이민 자녀들이 겪는 혼란의 정체성 속에서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는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이다.  

'메기와 만다라'라는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 앤드류 팸의 자전거 여행의 시작은 누이의 자살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동기는 전쟁으로 발발한 나라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피해자'인 저자가 '가해자'인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인종적인 차별과 존재의 본질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섬세하고 시적인 사색과 내면에서 표출된 저자의 철학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는 자서전 형식의 여행 에세이는 자전거로 멕시코, 일본, 베트남 등 여행지 곳곳을 치열하게 페달을 밟고 찾아가 만난 세상은 기억과 상처를 끄집어내고, 베트남에서는 이방인이라는 편견을 받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하고 아파하며 때로는 두렵고 고통스러운 여정으로 인해 휘청거리지만 스스로 상처를 달래고 어루만지며 답을 찾아간다. 또 '인간'간의 진정한 소통과 화해, 더불어 '동포', '인종', '다른 민족' 이라는 편견 없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세계 속 모든 인간들의 삶의 애환과 통찰을 깊이 있는 여행기를 통해 보여주고 알려주고 생각하게 만들며 때로는 지혜와 해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러니 '메기와 만다라'는 단순한 여행책이 아닌 것이다. 

결국 저자는 여행의 여정 속에서 자신의 본질적인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휘청거리던 내면의 시각을 회복하고 답을 찾아 1년 전 여행을 시작했던 다국적 다문화 다민족이 모여 있는 미국 속으로 돌아온다.  

영혼을 위한 비타민이라는 여행은 실제 커다란 시련이라고 했다. 여행으로 인한 생의 무게를 겪고 부딪히고 깨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단단해진다. 자전거 여행으로 인한 '나'를 찾기 위한 저자 앤드류 팸의 여행 또한 회복하여 담대하고 단단한 내실을 다지게 되었을 것이다. 전경린의 글에서 보면 '여행을 통해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내면의 훈련과 함께 한발 물러서서 자신이 놓인 삶 전체를 조망 할 수 있게' 되는 진정성을 깨닫는다고 했다.  

처음 '메기와 만다라' 라는 책의 제목이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고 동양스러워 어려운 건 아닐까 생각했다. '메기'와 '만다라'의 연관성 또한 생소했기에 읽다보니, 베트남에서 흔하고 친숙한 생선인 메기가, 사람의 배설물을 먹고 자라서 다시 사람의 식탁 위로 오른다는 것으로 그것이 윤회와 같은 삶의 한 부분인 '만다라'의 의미라는 것이었다. 문장은 종교적일지 모르나 글은 종교도 인종도 민족도 나누고 가르지 않으며 여행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나 감정에 대한 섬세함 등이,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 없이 배려 깊은 글들이였다. 그러니 키리야마 상을 수상할만 하다.  

1996년 제정된 키리야마 상은 매년 태평양 지역을 알리는데 기여하면서 동시에 문학성을 가진 책에 수여하는 상으로 픽션과 논픽션 부분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 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 각층의 전문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덮으면서 '이 책 속의 여행은 너무나 필요하고 너무나 고귀해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은 한낱 소풍으로나 대역을 했던 것처럼 보인다.' 라는 한 부분처럼 정말 그의 여행에 동승한 시각적인 이야기와 사색, 철학 등은 가치있는 책 한권을 읽게 된 남다른 뿌듯함을 안겨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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