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그들의 이야기
스티브 비덜프 엮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호주의 남성 심리학자이며 작가인 스티브 비덜프는 남성 심리를 넘어서 수십 년 동안 가족 문제, 부모의 역할과 아이들의 양육에 관한 책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작가라고 한다. 그는 방송을 통해 전 세계의 부모들에게 각자의 역할에 관해 강연을 하고 있으며 남성에 관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로 2000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그 해의 아버지로 선출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뒤틀린 남성의 삶'을 보여주며 스스로를 만들고 성장하는 남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 선 책이 <남자, 그들의 이야기>로, 저자는 이 책에서 다른 남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읽으면서 남자들의 솔직한 내면 심리와 마주하여, 남자를 짓누르는 '남성성'을 벗어난 진정한 '남자다움'을 지닐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또,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 보다는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다른 남성들의 삶에서 자신의 현주소를 찾아보아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가부장적인 우리나라 사회에서 남자, 혹은 아버지는 늘 가족의 구성원이기 보단 그들의 한단계 위에 군림하는 지배적인 종속관계에 놓여 있는 대표적인 '남성성'이 아닐까 한다. 가족을 돌보고 먹여살리는 것은 그의 의무이며 그 의무와 함께 권력을 사용하는 사람도 당연히 그뿐이다. 그 의무는 경제적으로 남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며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깨를 짓누르고 목을 조여오기도 한다. 또 그들은 외롭고 고립된 개인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지치고 피로해 사실상 가족 구성원들에겐 무관심하기 그지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여느 시대적으로 아버지상은 비슷비슷할 것이다.)  

모 CF의 광고처럼 우리나라 남자, 아버지들은 모든 일을 거뜬하게 해결하는 영웅 '수퍼맨'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누가 그렇게 하라고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사회적인 잣대와 규율, 의식 속에서 '남자'란 그래야 한다는 족쇄를, 그것도 스스로가 더욱 죄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약해도 강한 척. 강하면 더욱 강해지려는 본성. 원래 태어날때부터 남자들이란 그렇게 생겨 먹은 종족이라고 해도 요즘 남자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남자는 평생 세 번의 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옛말이 된지 오래이다. 오히려 여자보다 남자들이 눈물이 더 많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남성 호르몬 자체가 눈물과 가장 연관이 높은 호르몬으로써 눈물 분비를 늘리며 눈물샘의 성장에 영향을 끼쳐 눈물을 흘리게 한다고 한다. 미국에선 안구 건조증 환자를 위해 남성 호르몬이 들어 있는 치료제를 판매한다고 하니, 남자들은 결코 눈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보이지 않을 뿐이다.  

단지 눈물을 보이는 건 오래도록 남성우월주의를 가진 우리나라 사회의 인식때문이기도 하고 거기에 길들여진 남자들 스스로가 눈물을 흘리는 건 약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20세기의 외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자들은 가슴으로 운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여자의 눈물보다 한 번 흘리는 남자의 눈물이 더 아프고 값진 것이라고 여기는 줄도 모르겠다. (단, 자주 흘리면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ㅎㅎ)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고 사회는 늘 진화한다.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없는 성역은, 잣대가 없어졌다. 예를 들어, 남자라면 가야하는 군대는 오래전부터 여군들이 넘쳐나고 여자들만의 직업이었던 간호사도 이제는 남자 간호사들이 많아졌다. 또는 남자이지만 남자의 성향보다 여자의 성향이 강한 남자와, 여자이지만 여자의 성향보다 남자의 성향을 띠고 있는 성격의 여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진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다양한 개성과 성격을 가진 여성과 남성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남자들에게 남자로써의 의무와 책임감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남성지배 사상은 남자들을 짓누르고 불편하게 하며 여자들도 여전히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변한다고 해서 남자와 여자의 위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남자로써', '여자로써'의 자질을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티브 비덜프의 두 번째 책<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을 위해, 남자들의 인감됨과 남자들이 느끼고 겪었던 감정과 불편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마음 속 무언가를 이루고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남자들에겐 다른 남성들의 삶을 엿보면서 진정한 남자다움에 대한 정의를 넓힐 수 있고, 여자들에겐 남자들의 여러가지 심리를 엿보며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 될 것이다. (비록 외국의 사례를 들어 우리네의 정서와 조금 틀리긴하여도 남자들을 아는데 한층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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