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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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차가운"

 

달고 차가운은 크게 보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로맨스로도 보이고, 어찌보면 스릴러로도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은 꽤나 복잡하다.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을까?"

어쩔 수 없지. 악을 없애는 방법은 악밖에 없는 걸. 죽느냐 죽이느냐, 둘 중 하나라고. 

 

이 책은 악을 없앨 방법은 악밖에 없을까라는 저 질문으로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가 왔다갔다 하는 방식으로 쓰여져있다.

첫 시작은 소년이 한 소녀를 만나고, 한 여자를 죽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사람이 아니다. 이것은 아무도 아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나는 여자의 눈동자를 보고 싶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면 여자를 죽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 버려. 빨리 죽어 벌리라고. 누구를 괴롭히려고 태어난 거야. 누구를 괴롭히려고 낳은 거야! 끝에 다다르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 책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은 '엄마'란 존재에 대한 증오이다.

소년도 엄마를 증오하고, 소녀도 엄마를 증오한다.

둘의 증오의 이유에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둘 다 증오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소년이 소녀의 사정을 듣고 소녀의 엄마를 죽인다.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무엇도 알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마 적어도 돌아온 뒤에 많은 것이 변해 버린 걸 실감하게 되리란 사실만은 알았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달라져 있을 것이다. 가장 나쁜 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삶, 아닐까.

 

재수생인 소년, 그리고 알바생인 소녀.

소년은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소녀의 엄마를 죽이고...

소년의 엄마의 권유(?)로 외국에 나가 있게 된다.

 

나는 학생이 아니야. 고등학교를 졸업했어. 대학에 들어가지 못 했을 뿐이야. 계단을 딛고 오르며 혼잣말을 했다. 고작 담배 한 대 피울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이 미웠다. 그래서 담배를 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시대의 자식들에 대해, 우리 시대의 부모들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소년의 맘은 어찌보면 나의 맘이고, 저 부모의 맘도 나의 맘이다.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많은 것을 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런 것이 증오하게 많드는 현실....


좋다, 나는 실망시키고 싶었다. 좀 그러고 싶었다. 어째서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말인가. 엄마와 아버지는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는데. 내가 뭘 바라는지는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데.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남의 탓부터 하겠지. 

 

이 소년의 말이 슬프지 않을까? 이런 엄마가 되지는 말아야 할텐데.....

자식도 없는 내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다들 지옥에 있다고 하지. 모두 너 때문에 내가 지옥에 있다고 욕하는데, 너 역시 지옥에 있다고 아우성을 쳐. 그러면 이게 다 누구의 책임일까."

"난 네가 뭣 때문에 미래를 불안해하는지 모르겠어. 뭐가 그렇게 불안해 죽겠는지. 넌 나하곤 다른 사람이야. 말하자면, 차로 사람을 치어 죽여도 인생 종칠 일은 없다고.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뭘 가지고 있는지를 몰라."

 

누구를 위한 지옥인가. 아니 누가 많은 지옥인가

지옥은 또다른 지옥을 만든다.

소년의 세상은 엄마에 대한, 부모에 대한 증오로 가득하고.

소녀의 세상에는 언뜻 자포자기 한듯한.... 온 세상에 대한 증오가 있다.

여기서 소녀의 동생이 나온다.

이 동생은 마지막에 반전의 한 요소이다.(스포는 여기까지..ㅋㅋ)


이런 때는 어떤 벌이 좋을까.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고 나 혼자 결정해야 했다. 이번에 벌을 주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크리스마스를 망친 자에게 어떤 벌을 줄지 결정해야 겠다고, 눈 속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늘 벌을 받는 사람은 나였지만, 이번에 벌 주는 사람은 나이고 벌을 받는 사람은 엄마가 되리라는 암시.

물론 소년의 엄마는 아니지만, 소녀의 엄마를 죽이며 소년은 대리살인하는 것은 아닐까.

소년은 미국생활에서 누나와 살게 되는데...

이 누나는 소년과 같다. 다만 소년은 소녀를 만났을 뿐이고.

누나는 엄마 없는 밖으로 도피했을 뿐...

'엄마같은 인간'이라는 단어에서 엄마는 이 누나에게도 증오의 대상으로 보인다.


"내가 아니어도 그랬을 거잖아. 넌 누구라도 죽이고 싶었잖아. 그랬잖아."

 

의미심장한 말이다. 진실을 알게 된 소년이 소녀에게 따지자, 소녀는 소년의 진실을 말한다.

그 날 그가 죽인 것은 소녀의 엄마였지만... 소년의 마음 속에서는 소년의 엄마였다는 걸...

 

소년은 소녀를 사랑한다 했다.

악을 없앨 방법은 악뿐이라 했다.

악으로 악을 없앴다.

지옥으로 지옥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지옥은 지옥을 만들고.... 그곳에 해피는 없는 것이다.

 

달고 차가운.....

달아보였지만 실은 차가운.

겨울에 어울리는 소설같다.

조금씩 밝아지는 스토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금방 읽었다.

소설 마지막에 있는 서평(?)은 꼭 읽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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