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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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착각, 그걸 깨닫게 되면서 많이 괴로웠네요.

《법정 밖의 이름들》은 서혜진 변호사가 피해자 변호사로 겪었던 모든 것들을 담아낸 책이에요

저자는 15년 가까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주로 사회적 발언권이 약한 젠더폭력 피해자들, 아동학대 사건 등의 범죄 피해자를 주로 변론해왔다고 해요. 어쩌다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그저 나의 일이었노라고 이야기하네요. 담담하게, 그러나 내면은 그 누구보다 들끓는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들이 여기에 실려 있어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일부 사실 관계를 생략하거나 변경했다고 하는데 워낙 사건들이 참혹해서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네요. 사회적 약자라서 목소리마저 작을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 법정 안팎에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누군가는 그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고맙고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저자는 피해자들이 말하지 못한 감정과 억울한 상황들을 변론해주면서 그들의 존엄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네요. 수많은 사례들 중에서 변호사로서 처음 받아본 무죄 판결의 의뢰인이자 피고인의 경우는 뒷목을 잡게 하네요. 기껏 애써서 얻어낸 무죄인데 고마워하기는커녕 당연한듯 여기더니, 나중엔 연락두절에 수임료까지 떼먹는 작자라니 믿을 놈 하나 없네요. 사기가 분명하다는 피해자와 전혀 그렇지 않다는 피고인의 싸움에서는 사람들이 법에 막연히 기대하는 대단한 정의나 엄청난 실체적 진실이 작용한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는 것, 더군다나 사기범을 변호해 첫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기쁨도 잠시, 결국 그 사람의 또 다른 사기 피해자가 된 변호사가 되었으니, 이 일을 계기로 억울함을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보다 억울함을 드러낼 수조차 없는 사람의 편에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자라게 되었고, 그 마음을 따라 지금까지 변호사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고 하니, 속은 쓰리지만 값진 교훈을 얻었네요.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을 대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법정 안팎에서 저자가 해온 일들이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니 감동이네요.


"때때로 어떤 판결문은 피해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다.

세상으로 나가는 작은 문이 되기도 한다.

나는 법에도 마음이 있듯 판결문에도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마음이 있는 법률은 피해자를 혼자 두지 않는다."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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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희 최광희입니다
최광희 지음 / CRETA(크레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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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을 살아오며 나는 물건을 곧잘 잃어버리긴 했지만, 잘 버리진 못했다.

뭐든 바리바리 쌓아두면 언젠가 쓸모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순례길 일정을 앞두고

내가 부지불식간에 버렸던 것들이 꽤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 말해 인연들.

인연들 가운데 짐이 되는 인연도 있다. 그런 건 버려야 한다.

... 어떤 인연은 배낭이 아닌 몸에 지녀야 한다. 잃어버리면 내가,

내 정체성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인연이니까." (98p)


책을 고를 때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심코 손에 들어온 것 같아도 곰곰이 돌아보면 다 나름의 끌림이 있더라고요.

영화평론가 최광희의 첫 에세이, 《미치광희 최광희입니다》가 내 손에 온 것은, 그러니까 우연이 아니란 거예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작가를 처음 알게 됐을 때는, 솔직히 비호감이었어요. 뭐든 삐딱하게 보는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진 않았는데, '최광희가 글은 잘 쓴다더라'는 말을 듣고는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과연 강렬한 첫인상을 뒤엎을 정도의 글빨이 있는가. 실제로 말보다 글이 더 수려한 경우가 있으니 말이에요. 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꽤나 솔직하고 반듯한 사람이라는 것, 좋은 생각이 글을 통해 엿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확실히 글로 만나니까 저자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어서 이전의 편견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저자는 자신이 영화를 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착하게 살고 싶어서요. 잘 살려고요. 그러기 위해 지구상의 숱한 고통과 그로 인한 감정을 더 많이 수집하려고요." (119p)

타인의 고통, 그로 인한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공감하면서 못되게 살기는 힘든 법이죠.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착하게' 살고 싶고,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이 참으로 멋진 것 같아요. 나와는 영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여러 모로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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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뇌과학 -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작은 연습 53가지
엠마 헵번 지음, 노보경 옮김 / 이나우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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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종종 해요.

항상 행복하지는 않지만 때때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걸 보면 나름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문제는 감정과 기분이 뜻대로 안 된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 바로 뇌 때문이래요. 영국에서 활동하는 임상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엠마 헵번은, "행복해지는 데 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뇌는 행복을 삶의 목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죠. 이 기관은 그저 설계된 대로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고 다량의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뿐이에요. 뇌는 우리의 '생존'만을 생각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뇌를 바꿀 수는 없으니, 우리가 잘 대처하는 수밖에 없어요. ... 뇌는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기분이 좋으면 낙관적으로 편향된 미래를 예측하고, 기분이 나쁘면 비관적으로 예측해요. 우리는 뇌와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뇌가 언제 예측을 하는지 그리고 그 예측이 도움이 되는지 꼭 확인해 보아야 해요." (31-37p)라고 이야기하네요.

《행복의 뇌과학》은 심리학자 엠마 헵번이 최신 뇌과학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저자는 뇌과학을 통해 우리가 행복에 대해 오해하는 것들을 짚어내면서, 행복을 가로막는 장벽을 넘을 수 있는 '행복 연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요. 꼬물꼬물 귀여운 모양의 '뇌' 그림뿐 아니라 동그라미 안에 표정과 색깔로 '감정'을 표현한 그림, '행복 연습'을 실천하는 과정들이 예쁜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네요. 나에게 딱 맞는 행복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다면 책에 나오는 행복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을 따라 자신만의 근사한 행복 샌드위치를 완성하면 돼요. 행복해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뇌의 특성을 알고 나면 훨씬 수월하게 감정, 마음을 다룰 수 있어요. 맨날 행복할 수 없고 때로는 힘든 일을 겪으면서 슬픔과 아픔,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럴 때 잘 극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고통을 막을 수는 없지만 현명하게 대처할 수는 있기 때문에 '행복 연습'을 통해 고통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어요. 오늘부터 행복 샌드위치를 만들 거예요. 저자의 말처럼 행복해지기를 더 이상 미루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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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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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종소리, 그들은 행복했을까요. 댈러웨이 부인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돌아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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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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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로 시작되는 '목마의 숙녀'라는 시가 떠올랐어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작품들보다 그녀의 생애를 먼저 알게 되면서 왜 우즈강으로 가야만 했는지, 그 마음이 늘 궁금했어요. 그래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단서를 찾게 되더라고요.

《댈러웨이 부인》은 1925년 버지니아 울프가 발표한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이에요.

"댈러웨이 부인은 직접 꽃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9p)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구사하고 있어서, 초반에는 살짝 헤매는 느낌이 들었어요. 특정한 사건 없이 지극히 평온한 일상 속 등장인물들의 의식을 따라간다는 게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점차 상황과 인물들의 관계가 선명해지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침에 꽃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선 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바라보는 이웃 사람들, 불안정해보이는 남자와 그의 젊은 아내,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을 읽을 수가 있어요. 클라리사를 사랑했던 피터 월쉬, 그가 인도에서 돌아왔고, 곧바로 그녀를 찾아와 한다는 얘기가 인도에서 한 아가씨와 사랑에 빠졌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의 말을 모두 믿을 순 없어요. 이야기 도중 눈물을 쏟는 피터에게 클라리사가 키스를 했고, 그가 다가오자 편하게 뒤로 물러나면서 그의 무릎을 토닥여줬어요. 그녀는 리처드가 아니라 피터와 결혼했더라면 훨씬 즐거웠을 거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아슬아슬하고 감동적인 연극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어요. 클라리사는 감정에 이끌리기 보단 현실적인 선택을 했고, 그녀의 남편인 리처드 댈레웨이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어요. 비록 말로 표현하진 못해도 꽃다발을 안겨줄 정도의 로맨스는 남아 있어요. 이 소설은 댈러웨이 부인의 아침으로 시작해 그녀의 파티가 끝나는 시간까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지... 어째서 삶을 그토록 사랑했는지, 또 자기 주변에 쌓아 올렸다가 내팽개치고, 매 순간 다시 새롭게 만들어 가면서...' (11p)라는 댈러웨이 부인의 생각처럼 그녀의 파티에 초대된 브래드쇼 부인은 방금 젊은 남자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있어요. 이때 댈러웨이 부인의 반응이 특이했어요. 즐거워야 할 파티에 비보를 듣게 되어 달갑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청년과 몹시 흡사하다고, 마치 자신이 못해낸 일을 그가 해낸 것에 대해서 반기고 있어요. 그녀는 청년을 동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덕분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어요. 클라리사의 절친인 샐리는, "우리 모두는 죄수들이 아닌가?" (343p)라고 물었어요. 감방 벽을 손톱으로 긁어 대던 한 남자에 관한 훌륭한 연극 작품을 읽었는데 벽을 긁어 손톱자국을 내는 일이 인생의 진실이라고, 인간관계 때문에 절망하면서도 정원의 꽃을 보면서 평화를 맛보는 것이 인생이라는 거예요. 열여덟 살 소녀가 아니라 쉰두 살의 댈러웨이 부인, 그녀의 파티는 끝났지만 삶은 이어지겠지요.


"최고의 비밀을 ... 알려야 한다.

먼저, 그 나무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다음에는 범죄가 없다는 것을.

그 다음에는, 사랑, 보편적인 사랑을... 범죄는 없어, 사랑뿐이야." (123p)


"사랑, 나무는 있지만, 죄는 없었다. 그의 메시지는 무엇이었던가?"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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