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 소담 클래식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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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로 시작되는 '목마의 숙녀'라는 시가 떠올랐어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작품들보다 그녀의 생애를 먼저 알게 되면서 왜 우즈강으로 가야만 했는지, 그 마음이 늘 궁금했어요. 그래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단서를 찾게 되더라고요.

《댈러웨이 부인》은 1925년 버지니아 울프가 발표한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이에요.

"댈러웨이 부인은 직접 꽃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9p)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구사하고 있어서, 초반에는 살짝 헤매는 느낌이 들었어요. 특정한 사건 없이 지극히 평온한 일상 속 등장인물들의 의식을 따라간다는 게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점차 상황과 인물들의 관계가 선명해지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침에 꽃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선 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바라보는 이웃 사람들, 불안정해보이는 남자와 그의 젊은 아내,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을 읽을 수가 있어요. 클라리사를 사랑했던 피터 월쉬, 그가 인도에서 돌아왔고, 곧바로 그녀를 찾아와 한다는 얘기가 인도에서 한 아가씨와 사랑에 빠졌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의 말을 모두 믿을 순 없어요. 이야기 도중 눈물을 쏟는 피터에게 클라리사가 키스를 했고, 그가 다가오자 편하게 뒤로 물러나면서 그의 무릎을 토닥여줬어요. 그녀는 리처드가 아니라 피터와 결혼했더라면 훨씬 즐거웠을 거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아슬아슬하고 감동적인 연극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어요. 클라리사는 감정에 이끌리기 보단 현실적인 선택을 했고, 그녀의 남편인 리처드 댈레웨이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어요. 비록 말로 표현하진 못해도 꽃다발을 안겨줄 정도의 로맨스는 남아 있어요. 이 소설은 댈러웨이 부인의 아침으로 시작해 그녀의 파티가 끝나는 시간까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지... 어째서 삶을 그토록 사랑했는지, 또 자기 주변에 쌓아 올렸다가 내팽개치고, 매 순간 다시 새롭게 만들어 가면서...' (11p)라는 댈러웨이 부인의 생각처럼 그녀의 파티에 초대된 브래드쇼 부인은 방금 젊은 남자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있어요. 이때 댈러웨이 부인의 반응이 특이했어요. 즐거워야 할 파티에 비보를 듣게 되어 달갑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청년과 몹시 흡사하다고, 마치 자신이 못해낸 일을 그가 해낸 것에 대해서 반기고 있어요. 그녀는 청년을 동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덕분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어요. 클라리사의 절친인 샐리는, "우리 모두는 죄수들이 아닌가?" (343p)라고 물었어요. 감방 벽을 손톱으로 긁어 대던 한 남자에 관한 훌륭한 연극 작품을 읽었는데 벽을 긁어 손톱자국을 내는 일이 인생의 진실이라고, 인간관계 때문에 절망하면서도 정원의 꽃을 보면서 평화를 맛보는 것이 인생이라는 거예요. 열여덟 살 소녀가 아니라 쉰두 살의 댈러웨이 부인, 그녀의 파티는 끝났지만 삶은 이어지겠지요.


"최고의 비밀을 ... 알려야 한다.

먼저, 그 나무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다음에는 범죄가 없다는 것을.

그 다음에는, 사랑, 보편적인 사랑을... 범죄는 없어, 사랑뿐이야." (123p)


"사랑, 나무는 있지만, 죄는 없었다. 그의 메시지는 무엇이었던가?"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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