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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게무의 여름 - 제73회 소학관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제71회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수상작 ㅣ 다산어린이문학
모가미 잇페이 지음, 마메 이케다 그림, 고향옥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더운 여름의 백미는 여름방학!
아이들에겐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바로 아이들의 여름방학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주게무의 여름》을 보면서 여름방학의 추억뿐만이 아니라 몽글몽글 예쁘고 소중한 우정을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그야말로 싱그럽고 눈부신 여름방학의 모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천신 마을에 사고 있는 4학년 친구들, 가쓰, 야마, 슈 그리고 아킨의 이야기예요. 네 명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쭉 함께 자라왔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모른 것이 없어요. 가쓰는 근위축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서 점점 근육이 약해지고 있어요. 유치원을 다닐 때는 같이 뛰어놀았는데 지금은 몸을 양옆으로 흔들거리면서 천천히 걷고, 조금 멀리 가야 할 때는 휠체어를 타기도 하는데 친구들과 놀 때는 목발이나 휠체어를 쓰진 않아요. 가끔 넘어질 때도 있지만 혼자 일어날 수 있으니까 다른 친구들은 그냥 아무 말 없이 기다려줘요. 가쓰의 병이 더 악화되면 걸을 수 없게 되고, 어른이 되어도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친구들은 눈치로 알고 있어서 다들 가쓰의 방에 모여 놀고 있어요.
"얘들아, 우리 4학년 여름방학을 최고의 방학으로 만들어 보자." 가쓰가 씩씩하게 말했어요.
"좋아! 근데······ 최고가 뭔데? 어떻게 하면 최고로 보낼 수 있지." 야마가 슈 쪽을 돌아보며 묻자, 슈가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죠.
"뭐긴 뭐야, 최고가 최고지. 안 그래, 아킨?"
"응. 최고는 최고야." 나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서 앵무새처럼 슈의 말을 따라 했어요.
"내 생각엔 모험이 최고야! 그러니까 이번 여름방학엔 모험을 하는 거야."
"모험이라······. 좋아!" 야마가 곧장 반응했어요. 그리고 가쓰에게 달려들어 팔로 목을 끌어안았죠.
"진짜 좋은 생각이야!"
"야마, 숨 막히잖아. 이거 놔!" 가쓰가 버둥거리며 소리쳤어요.
"나도 찬성, 모험하면 재밌을 거 같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느낌도 나고 4학년 여름방학에 딱 어울려."
(18-19p)
앗, 가쓰는 아픈데 괜찮을까요. 옆에 있었다면 가쓰의 제안에 호응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래도 걱정이 앞서니까 말이죠. 근데 친구들은 역시 다르네요. 최고의 여름방학을 위한 모험에 모두 찬성했거든요. 놀라웠던 점은 느릿느릿 위태롭게 걷는 가쓰의 보폭을 친구들이 기다려주면서 누구도 뭐라고 투덜대지 않았다는 거예요. "걸을 때마다 타박, 타박 소리가 났다. 그러니 속도가 느린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일부러 느릿느릿 걷는 게 아니었다. 가쓰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아무도 가쓰를 이상하게 여기거나 걸음이 늦다고 구박하지 않았다. 가쓰가 뒤쳐질 때마다 서로 바보 같은 장난을 치면서 기다릴 뿐이었다. 가쓰 역시 우리에게 미안해하는 기색 따위는 전혀 없었다. 가쓰에게 보통인 것은 우리 셋에게도 보통이었다." (28p) 이 장면을 보면서 뭉클했어요. 어른들보다 더 어른답게 구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배웠어요. 저마다 속도가 다를 뿐이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서로가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진짜 친구라는 걸 말이에요. 제목의 '주게무'가 주인공의 이름인 줄 알았더니, 가쓰의 꿈인 만담가, 만담 레파토리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이었어요. 주게무, 오래 살라고 아주 길고 복잡한 이름을 지어줬다는,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우리나라 개그와 비슷한 일본 만담이 있나봐요. 이 부분에서 살짝 마음이 무거워졌는데, 뒤이어 유쾌하고 발랄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게 됐어요. 모가미 잇페이 작가님의 《주게무의 여름》은 참으로 아름다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