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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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이 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럼 왜 시선이 머무는가, 그건 아마도 마음 어딘가를 건드렸기 때문일 거예요.

이 소설은 첫 장면부터 분노를 치밀게 하더니, 조마조마 안타깝게 만들다가 기어이 울컥하게 만드네요.

《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는 아이자키 유 작가님의 2023년 데뷔작이자 제36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어떤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집을 나온 고등학생 코이치로의 생존기'라는 한 줄 요약이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코이치로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네요. 도대체 아버지라는 사람이 하나뿐인 아들에게 왜 이러는 걸까요. 바로 그 장면에서 코이치로의 마음이 되었던 것 같아요. 소설은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코이치로가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현실감, 이 단어가 너무나 차갑게 느껴지네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미성년의 아이가 그 누구도 의지할 데 없는 거리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솔직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이나 천사 같은 존재의 도움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냥 노숙 생활을 보여줘서 실망했어요. 세상이 마치 코이치로만 괴롭히려고 작정한 것 같았어요. 정작 놀라웠던 건 코이치로의 태도였어요. 빈털터리 신세가 되고도 절망하지 않고, 삶의 의지를 꺾지 않았거든요. 빈 캔이나 재활용 쓰레기를 줍는 노숙 생활에서 일용직으로 넘어간 것도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의지였던 거예요. 빈 캔을 주운 돈으로 코이치로는 지도책을 샀고,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지도를 펼쳐봤어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도, 사실 코이치로에게 필요한 건 지도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어른이잖아요. 마땅히 부모의 품에서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혼자 길거리에서 먹고 살기 위해 힘든 노동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았네요. 코이치로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평범한 가정을 갖는 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직하고, 25살쯤에 결혼해서 자식은 2남 1녀를 낳고 싶어요. 그런 평범한 가정을 갖는 게 제 꿈이에요." (21p) 누군가에겐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소망할 이유가 없는 평범한 삶이 왜 코이치로에겐 간절한 꿈이 되었을까요. 그저 불행한 소년의 이야기였다면 중간에 덮어버렸을 거예요. 하지만 코이치로는 달랐어요. 그래서 응원할 수밖에 없었네요. "코이치로한테는 이제부터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너는 반드시 행복해질 자격이 있으니까." (324p) 불행은, 올바른 지도의 뒷면만을 바라보고 절망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코이치로는 올바른 지도의 앞면을 펼쳤으니, 이제 자신의 길을 찾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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