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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대화 - 2,400년간 성공하는 사람들만이 알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 전략
다카하시 겐타로 지음, 양혜윤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근래 초능력자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상상의 나래를 펼쳤네요.
영화 같은 초능력, 당연히 생긴다면야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고, 진짜 인생에서 필요한 능력은 따로 있어요. 그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설득하는 대화의 기술이에요.
《지지 않는 대화》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현대의 언어로 해설한 책이에요. 저자 다카하시 겐타로는 출판 편집자이자 작가로서 수많은 책을 집필하고 제작해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그들의 삶을 경청하면서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요. "똑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설득력이 크게 달라진다." (11p)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건지, 그 답을 찾다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읽게 되었고, 인류 역사상 가장 탁월한 설득의 기술을 발견했다고 해요.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고 해도 <수사학>을 읽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대한 사상 가운데 말의 지혜, 변론술의 핵심을 알기 쉽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이네요.
이 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도'로 보여주고, 세 가지의 방식으로 나누어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우선 변론술이란 누구든지 아는 언어로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며, 납득을 만들어내는 모든 출발점이 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따라서 변론술의 기본 규칙은, "상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납득을 거듭함으로써 설득한다!" (43p)라는 거예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내린 상식의 정의인데,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혹은 '누구나 믿을 만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라는 이유로 성립된 것으로, '올바른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거예요. 즉 상식의 본질은 모두에게 올바르다고 합의된 사실인 것이지, 실제로 내용이 바른지, 어긋났는지는 상관없다는 거예요. 이것이 옳은 말로 설득되지 않는 이유예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무엇에 설득되는지, 설득의 원리와 구조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이 다음 세 가지 요소, '말하는 사람의 인성', '듣는 사람의 기분', '말에 담긴 내용의 올바름'에 의해 성립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실제 설득 과정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섞여 있기 때문에, 말에 담긴 내용의 설득력을 높이고, 듣는 사람의 감정을 유도하고, 말하는 사람의 인성을 연출하는 방법들을 모두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상대방을 움직일 수 있어요. 가장 놀라웠던 내용은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여덟 가지 방법인데, 현실에서는 명백한 죄를 짓고도 "내가 주도한 행위가 아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다.","나에게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당신은 무고한 사람을 비방한 적이 있다.","그러는 당신도 다른 일에서 깨끗하지는 않았다.", "이미 예전에 모두 해결된 일이다.", "그것은 비열한 인신공격이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반론을 써먹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네요. 모르면 당할 수밖에, 그러니 반드시 익혀야 할 삶의 기술인 거예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 전략은 궤변과 악질적인 말의 기술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강력한 힘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