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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읽기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에요.
번잡스러운 마음이 가장 차분해지는 순간, 고요한 읽기의 시간이었네요.
"책을 통해 '나'를 읽을 때, 나는 '나'를 통해 타인과 세상을 같이 읽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타인과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통해 읽는 사람과 세상만이 진실합니다. '나'를 배제한 어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도 진짜가 아닙니다. 자기에 대한 의심과 돌아봄이 없는 이해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나를, 사람을, 세상을 정말 잘 읽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집중해야 합니다." (7p)
이승우 작가님의 《고요한 읽기》에서는 위대한 작가들의 빛나는 문장에서 비롯된 생각들을 만날 수 있어요. 매일 조금씩 문장을 음미하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필사했어요. 나도 모르게, 대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마음의 대화라고 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문장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세밀하게 읽어가는 시간을 가졌네요. 어쩌면 그동안 나 자신을 피해 멀리 도망치다가 더 이상 갈 곳 없는 막다른 이곳에서 만난 게 아닐까 싶네요.
"나는 나의 '세상의 끝'이다. '나'는 끝에 가서야 만날 수 있는 아주 먼 대상이다. 나는 나에게서 가장 멀고, 내가 가장 잘 모르고, 내가 가장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두려워하는 것이 또 있을까?' (헬무트 틸리케, 『신과 악마 사이』) 각성한 인간에게는 오직 하나의 의무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이라고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나는 나의 내면에서 붐어져나오려는 것을 실현하며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렵냐고? 헤세는 같은 책에서 이미 답을 말해버렸다. 그것이 '의무'이기 때문이다. 의무는 언제나 어렵다. 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은 것이 의무다. '기꺼이'가 아니라 '마침내' 하게 되는 것이 의무다. 행여라도 사람은 기꺼이 자기를 찾는다고 말하지 마라. 사람은 할 수 있는 한 자기 자신을 찾지 않으려고 회피한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할 때까지 외면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마침내 하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달아난다. 자기 자신이 가장 멀리 있다. 끝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다." (18-1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