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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여행자-되기 ㅣ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주 특별한 책, 좋아하는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열린책들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둘이서> 세 번째 책이 나왔어요.
《관내 여행자-되기》는 백가경 시인과 황유지 문학평론가가 <도시-관통>을 주제로 함께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에요. 우선 '관통'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렬함이 있어요. 관통(貫桶)은 '꿸 관','통할 통'으로 꿰뚫어서 통과한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마음을 관통하는 뭔가로 인해 아프고 괴로웠어요. 그들의 고통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것임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인천, 의정부, 삶터, 안산, 이태원, 일터, 광주, 서대문, 고향, 등단길을 두 사람이 거닐며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엄연히 존재했고,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는 아픔과 슬픔이었네요.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의 공간, 사회적 참사와 재난의 현장, 역사적 비극의 장소를 찾아간다는 건 그전에 선뜻 내키지 않는 마음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에 비하면 읽는 것은 한없이 가볍고 끝내 무거워지는 일이네요.
"··· 누군가의 말을 통해 접하면서 <잊힌 이야기>라는 파편이 마음에 박힌다. 때로 어떤 이야기는 정말로 까맣게 잊기도 한다. 완전히 잊고 살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그것을 마주쳤을 때 <그간 속 편하게 그 일을 망각하고 살았구나> 하는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만난 적 없고, 이제는 만날 수도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알게> 된 내가 응답해야 할 것 같은 불분명한 책임감을 느낀다." (65p)
다른 장소는 몰라도, '안산', '이태원', '광주', '서대문'을 차례로 나열하면 불쑥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오를 거예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억들, 아니 트라우마를 품고 있어요. 잠시 잊은 듯 지내왔지만 그 장소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네요. 두 사람이 거닐고 사유할 때, 누군가에게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 될 수 있겠으나 가만히 그 길을 따라가보면 결국에는 손을 잡게 될 거예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 비로소 안부를 전할 수 있어요. "나의 어떤 이야기는 <너도 괜찮지>라는 안부의 문장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꺼내는 고백이다. 우리가 서로 아프니, 그걸로 연결될 수 있다고 여긴다. 누군가는 거기서, 여태, 울고 있을까 봐." (13p) 세월이 흘러도, 이미 수많은 눈물을 흘렸어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그 슬픔을 어루만져 위로할 때 함께 버텨낼 수 있다고, 이렇게 누군가는 기록하고 어떤 이는 읽으면서 같이 기억한다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두 사람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어요. 어설픈 죄책감은 내려놓고 공동체적 책임감으로, 사랑으로 관통하기.
"나의 작은 투쟁은 이런 것이다. 하나의 진실에 다가가는 공부를 일상적으로 꾸준히 하기. 진실을 가려내는 눈을 기르기. 특정 집단이 시간을 끌며 대중의 망각을 유도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음을 끝끝내 증명하기. 계속 말하기. 계속 쓰기. 작든 크든 계속 투쟁할 수 있는 위로와 에너지를 얻으러 여기저기 다니기." (15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