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채소를 더 많이 먹는 건 가능하지만 육류를 아예 끊는 건 솔직히 못할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단숨에 바꿀 자신이 없을 뿐이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채식 위주의 식탁으로 서서히 바꾸는 중이거든요. 어쩌다 보니 가공식품, 인스턴트의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서 육류보다 이걸 끊기가 더 어렵더라고요.
《오늘부터 채식주의》는 고양이집사 요가 시인 김윤선님의 식탁 철학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17년 차 윤리적 비건으로 살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나누고 있어요. "채식하면 건강에도 좋고, 지구 환경과 기후 위기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어도, 싫으면 안 합니다. 심지어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조차도 채식파와 육식파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야 공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도 그렇습니다. 채식 생활을 시작하면서 환절기가 되면 친구처럼 달고 살던 감기도 언제부턴가 남 얘기가 되었습니다. 새벽마다 혼자 깨어나 앓던 역류성 식도염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졌지요. 더 놀라운 건 불안과 부정적 감정들이 훨씬 줄어들었고, 대신에 '감사하는 마음'의 자리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줄 알고 먹어왔던 일상의 먹을거리들에게는 물론, 나를 살리는 그 모든 순간 속 존재와 에너지들에게조차도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 작은 책이 강요가 아닌, '다정한 권유'로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8-9p)
이 책에서는 비건의 식탁 위에서 시작하여 우리가 미처 몰랐던 비건, 환경운동가들을 소개하고, 일상에서 발견하는 공존과 생명의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어요. 가장 의외의 인물은 피타고라스예요. 피타고라스는 말 못하는 동물이 학대당하는 걸 참지 못해서 제물에 쓰일 소들을 대신해 제자들과 함께 밀가루와 꿀을 개어 소 모양 케이크를 만들어 제단에 바쳤다고 해요. 본인뿐 아니라 제자들도 채식을 시켰고, 불교적 세계관인 윤회설을 주장한 엄격한 채식인이었대요. 역사적 인물이나 유명인들이 비건이었다는 사실보다 저자의 아들 Jay 가 10살 무렵에 탈 육식을 선언했던 이유가 더 놀라웠어요. 동화책 속에서 보았던 빨간 물고기, 송아지 친구들, 돼지 삼형제, 병아리 친구들이 자신이 먹는 치킨, 생선조림, 햄버거, 불고기, 삼겹살이라는 걸 알고서는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Jay는 현재 30대 직장인으로, 저자보다 앞선 채식 생활자로 20년 넘게 잘 살고 있다네요. 순수한 동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공존과 생명의 가치를 알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매우 성숙하게 느껴졌네요. 살아있음의 존재가치는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생각해봐야 해요. 인간의 이익과 먹거리를 위해 희생되고 있는 수많은 동물들, 직접 목격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척 외면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그늘에서 학대당하고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애쓰는 활동가들이 있었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저자가 알려주는 비건 요리 레시피로 식탁을 바꿔가는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