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마법을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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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반짝 빛나는 손톱이나 발톱으로 만들려면 

우선은 맨손톱부터 다듬어서 밑바탕을 준비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겉만 번지르르한 아름다움 같은 건 태양도 뭐도 아니야. 

··· 진정한 태양은 훨씬 더 밑바닥에서 빛나는 거야.

내성 발톱 때문에 아프다고 하면 이 늪처럼 생긴 지저분한 면상의 아저씨 발톱까지도 

정성껏 만져주는 당신들 같은 사람을 태양이라고 해야 하는 거라고." (175-176p)


네일아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아저씨를 진심으로 감동시킨 사람의 정체는 츠키시마 미사예요. 네일숍 '달과 별'을 혼자 꾸려 나가던 츠키시마가 새로운 직원, 오사와 호시에와 함께 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손끝에 마법을》은 미우라 시온 작가님의 신작 소설이에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레짐작, 안 좋게 여기는 것들이 있잖아요. 개업 4년차, 츠키시마는 주변 상점가 사람들과 잘 지내는 편이지만 유독 한 사람과는 껄끄러운 관계예요. 선술집 '딱 한 잔'의 사장 마츠나가, 쉰 살 정도의 아저씨로 츠키시마처럼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데 처음 이사 와서 인사하러 갔을 때부터 반응이 시큰둥하더니 그 뒤로 쭉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요. 같은 상가 건물 1층에 점포 2개, 하나는 '달과 별'이고, 다른 하나는 '딱 한 잔'이라서 수시로 보게 되니 츠키시마의 마음은 편치 않았죠. 근데 갑자기 '달과 별'로 들이닥친 오사와 호시에와 마츠나가, 두 사람은 선술집 사장님과 단골손님 사이지만 오사와가 워낙 사교적이라서 내성 발톱으로 끙끙 앓는 마츠나가를 끌고 왔고, 츠키시마가 구부러진 발톱 위에 플레이트를 붙이는 시술로 통증을 완화시켜 줬네요. 이를 계기로 딱딱하고 냉랭했던 관계가 풀렸고, '달과 별'에는 새로운 직원 오사와가 함께 일하게 된 거예요. 착하고 다정한 츠키시마의 유일한 단점은 소심함인 것 같아요. 다정한 것도 지나치면 병이라고, 츠키시마는 주변 사람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기 마음은 돌보지 못했는데 오사와가 함께 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네요. 진심으로 네일아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덩달아 네일아트의 세계에 몰입하게 되면서, 실제로 젤 네일, 파워 폴리시, 스컬프처 등등 손톱 시술에 관한 묘사와 설명 덕분에 네일아트의 매력을 알게 되었네요. 어쩐지 동네 상점가에서 만날 것 같은 이웃들의 일상 이야기라서 친근한 데다가 츠키시마와 오사와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서 뭔가 힐링되는 느낌이었네요. 오사와 호사에, 호사에짱 덕분에 '달과 별'이라는 공간이 유쾌하고 밝아졌고, 오사와는 츠키시마 덕분에 한층 더 실력이 향상된 네일 아티스트가 되었네요. 재미있는 작명, 츠키시마의 츠키는 '달'이고 호사에의 호시는 '별'이라는 뜻이래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같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좋았네요. 책 표지를 보면 '달과 별'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츠키시마와 오사와의 모습이 정겹게 그려져 있는데, 일러스트레이터 반지수 작가님의 그림이라서 더 반가웠어요. 특유의 따스한 그림체로 힐링이 되는 반지수 작가님의 그림과 일상의 반짝임을 포착해내는 미우라 시온 작가님의 이야기라니, 환상적인 조합이네요. 쌀쌀해진 요즘, 부쩍 마음이 헛헛했는데 《손끝에 마법을》을 읽으면서 온기를 채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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