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놀랍지 않다 - 광장을 바꾼 청년 여성들의 정치력
이슬기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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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거짓말 같아요, 평온한 일상의 오후을 보내다가 문득 그날 이후의 시간들...

만약 그날 밤에 국회로 달려나간 시민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거예요. 여전히 내란은 끝나지 않았고, 내란범들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어요. 전 국민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던 그날에 대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다니요. 시간이 지났다고 잊어버릴 기억이 아니네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남겨질 사건이며 우리는 기록하고 기억해야만 해요. 추운 겨울, 광장에 나온 여성들과 K팝 응원봉의 물결을 보면서 청년 여성들의 정치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였는데,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와서 반가웠네요.

《우리는 우리가 놀랍지 않다》는 광장에 나온 '102030' 세대 여성 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에요. 저자는 10명의 여성들, 1988년생부터 2006년생까지, 10대 1명, 20대 6명, 30대 3명을 인터뷰하면서 광장에 나온 이유는 거의 비슷했지만 각자가 취한 정치적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광장에 선 여성 10인 10색의 분투를 통해 광장 정치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광장에 나오기까지 그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어떤 모습으로 참여했는가를 살펴보면서 새삼 놀라웠네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적극적으로 항의하며 행동하는 일상 속 투쟁으로 저마다의 정치력을 연마해왔고, 광장 이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며 당당한 주체로서 살아가는 노력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네요. 청년 여성들의 정치력은 그들이 살면서 쌓아온 능력이며 민주 시민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것인데 왜 유별난 것으로 바라봤는지, 그 이면의 문제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국 정치는 2024년, 2025년을 기점으로 바뀌었고, 우리 역시 달라졌네요. 정치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책 말미에 줌으로 '우우놀(우리는 우리가 놀랍지 않다)' 집담회를 열어 저자와 인터뷰이 7명이 모여 나눈 대화가 나와 있는데 세대 공감의 장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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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 이재명
이민혁 지음, 양세근 그림, 신유정 감수 / 소담주니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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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뤄내는 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알려주는 동화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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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 이재명
이민혁 지음, 양세근 그림, 신유정 감수 / 소담주니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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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저 상대원 꼭대기에 우리가 살았는데 어머니께서 화장실에 출근하시기 전에 제 손을 잡고 공장에 바래다주셨습니다.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 밤늦게 야간작업 철야가 끝나고 오면 ... 낮에 그 오랜 시간 일하고 나서도 아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정치인의 연설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건 이때가 처음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 가난하지만 행복했다는 그 말이 진심으로 와닿았네요.

《소년공 이재명》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에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 소년 이재명에 관한 이야기네요.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겐 학교 대신에 공장을 나가 일하며 먹고 사는 일을 걱정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머나먼 과거의 일로 느껴질 수 있을 텐데, 시기적으로 보면 1970년대의 모습이네요.

"엄마, 나도 중학교에 다니면 안 돼요?"

"재명아, 아빠가 그러는데 재명이는 오늘부터 고무 공장에 나가야 한대."

"공장? 학교가 아니라 공장에요?" (25p)

또래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 갈 때, 재명이는 새벽에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고,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나가야 했으니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하지만 고생하는 엄마를 생각하며 참아냈던 거예요. 엄마는 어린 아들이 일하는 것이 안쓰러워 말없이 쓰다듬어주었고, 일찍 철이 든 아들은 그 마음을 이해했던 거죠. 항상 우리 아들은 크게 될 거라고 믿어줬던 엄마 덕분에 재명이는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네요. 그럼에도 꿈을 향해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네요.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손가락이 망가지고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팔이 굽는 장애가 생겼거든요. 당시에는 일하다가 다치면 보상은커녕 쫓겨났으니, 참으로 억울하고 불쌍한 노동자들이 많았네요. 그래서 재명이는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법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거예요. "법이 지켜주는 건 모든 귀한 것들이래. 그러니까 법이 지켜주면 우리도 귀해지는 거야! 나는 그걸로 우리를 더 귀하게 만들어서 아프거나 다쳐도 쫓겨나지 않게 지켜주고 싶어." (117p) 공부는 해서 뭐 하냐고 꾸짖던 아빠도 나중에는 아들의 꿈을 지지해주었어요. 소년공은 긍정과 열정 그리고 끈기로 인권변호사가 되었어요.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우리는 알고 있죠. 험난한 여정을 거쳐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으니 말이에요. 어떤 이들은 가난했던 과거를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는데, 그는 힘들었지만 행복했다고 이야기하네요. 돈은 부족해도 사랑은 넉넉했기에 소년 이재명은 따뜻한 마음과 용기로 도전하며, 나만을 위한 성공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복을 꿈꾸는 어른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특별히 미화하거나 과장된 표현 없이 담담하게 소년 이재명의 성장 과정을 들려주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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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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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너머의 슬픔, 기이한 이야기,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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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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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파도처럼 덮친 공포 뒤에 쓸쓸한 슬픔이 덩그러니 남겨졌네요.

공포 미스터리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 《포 단편선》을 읽고 난 느낌이네요.

왜 슬픔일까를 생각해보니, 에드거 앨런 포의 인생이 겹쳐져 보여서가 아닐까 싶네요. 심각한 알코올 중독과 생활고, 아내의 죽음 이후 불안정했던 그는 길거리에서 만취된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네요. 마흔 살, 죽기 몇 달 전에 찍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늙어 보여서, 눈빛이 슬퍼 보여서... 한없이 나약하고 우울해보였어요. 포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편의 장편과 일흔네 편의 단편을 남겼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그저 작품에만 집중했는데 언제부턴가 작가의 인생을 먼저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다시 읽는 작품들이 새롭게 느껴져요. 이야기 속에 진짜 현실의 맛이 더해져서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이 책에는 <검은 고양이>, <어셔가家의 몰락>, <적사병의 가면>, <모르그가街의 살인>, <도둑맞은 편지>, <함정과 시계추>, <유리병에 남긴 편지>까지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무서운 이야기로만 기억하고 있던 <검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무절제한 폭음으로 인해 끔찍한 괴물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자신을 좋아하고 따르던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더니 아내마저도... 지독한 증오심은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결국엔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되니 말이에요. 어셔가의 주인인 로데릭 어셔가 저지른 짓은 가문의 저주 탓일까요, 아니면 병적인 망상인 걸까요. 어셔가를 도망쳐 나온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셔는 자신이 예견했던 공포에 굴복하고 말았네요.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인 역병인 적사병을 가면자로 그려낸 것이 놀라웠어요. 소리 없이 밤도둑처럼 슬며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참으로 절묘하게 표현해냈네요. <모르그가街의 살인>와 <도둑맞은 편지>에서는 주인공의 친구로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천재 탐정이 등장하여 예리한 추리력을 보여줬고, <함정과 시계추>와 <유리병에 남긴 편지>에서는 기묘한 경험에 관해 들려주고 있어요. 이야기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복잡미묘한 내면 세계의 묘사가 탁월한 것 같아요. 뒤팽의 말처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기이한 것으로 치부하지만, 천재 탐정은 정확하게 상대방의 수준을 간파하여 깔끔하게 정리해버리네요. 자기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도 없으면서 오만하게 구는 국장의 모습에서 어리석은 인간의 전형을 보았네요. 무엇이 중요한가, 겉으로 드러난 광기와 죽음의 공포 이면에는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의지가 담겨 있네요. 가난과 불운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으나 그가 남긴 작품들은 독보적인 장르를 선도했으니, 어둠이 빛이 되었네요.


"깊이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면 그냥 어둠 속에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군요."

"당신의 그 기이한 취향이 또 나오는군요."

경찰국장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은 무조건 '기이하다'라고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주위는 항상 '온갖 기이한 것들'로 넘쳐날 수밖에 없는 위인이었다.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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