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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월든 - 정여울이 직접 걷고, 느끼고, 만난 소로의 지혜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친구의 연락을 받은 느낌이랄까요.
마치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친근함은 여전한데 내심 설레는 이유는 뭘까요.
정여울 작가님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다시 만난 월든》을 읽으면서 눅눅했던 마음에 환하게 햇살이 들어온 느낌이었네요.
이 책은 2022년 출간된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의 개정판이라고 하네요. 그때도 읽고 난 뒤의 감동이 컸는데 이번에도 마음이 일렁이더라고요. 정여울 작가님은 특유의 다정함과 세심함으로 우리에게 2025년의 『월든』을 안내해주고 있어요.
"너무 많은 걱정을 짊어지고 살아가던 우리에게 '정말 그 모든 짐을 혼자 다 지고 갈 건가요?'라고 묻는 듯한 장소가 있다. 걱정을 내려놓고, 부담도 욕심도 내려놓고, 그저 티 없이 맑은 나를 만나볼 용기를 준 장소, 그곳이 바로 월든이었다. ··· 고요하고 평화로운 월든 호수의 매력은 바로 우리를 '아름다운 고독의 방' 속으로 초대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소로가 1845년부터 약 2년 2개월 동안 머물며 '첫 책'을 썼던 바로 그곳. ··· 나는 소로처럼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는 용기'야말로 인생을 제대로 사는 용기의 정수임을 믿는다. 월든을 향한 여행은 바로 아직 나에게 남아 있는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진짜 나 자신'을 만나고픈 열정을 발견하기 위한 내면의 모험이었다." (8-11p)
책 속에는 소로의 고향인 콩코드 지역과 월든 숲, 호수, 오두막 풍경 사진이 담겨 있는데 가을의 어느 날에 그곳을 거니는 상상을 해보았네요.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 지금은 사진과 글을 통해 만날 수 있어요. 정여울 작가님은 도심 속 자연에서도 산책을 하며 내 안의 숨은 월든을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잠시 스마트폰을 끄고, 천천히 산책하며 꽃과 나무를 관찰하거나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는 거죠. 디지털 기기를 통해 오가는 수많은 메시지와 정보들과 애매한 관계들 속에 쌓여가는 스트레스로 지친 마음을, 우리는 그 마음을 돌봐줄 시간이 필요해요.
"사람들은 자꾸 의심한다. 월든의 오두막에서 소로는 너무 외롭지 않았을까. 혹시 그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인간혐오증 환자가 아니었을까. 그는 괴짜이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이방인이라, 그저 혼자 사는 게 더 편했던 것이 아닐까. 이 모든 것은 『월든』을 제대로 읽으면 저절로 풀리는 오해다. 그는 결코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미친 듯이 바빴다. 인간들의 세상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할 수 없었던 자기만의 과업, 자기만의 꿈을 실현하느라 너무 많은 일들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로소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 완전한 집중의 시공간을 가짐으로써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글을 썼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창조적인 사유를 할 수 있었다. 태양은 혼자이지 않은가. 달은 혼자이지 않은가. 아름답고 찬란한 것들은 모두 혼자다. 그러니 혼자임을 아파하지 말자. 혼자임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눈부신 단독자로 거듭나자." (310-311p)
외딴 오두막에 혼자 있으니 외로울 거라고 넘겨짚는 사람들에게 소로는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왜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나요? (···) 물리적으로 가깝다고 해서 우리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아니랍니다. 한 사람을 다른 동료들과 갈라놓고, 그 사람을 따돌려 외롭게 만드는 것은 과연 어떤 종류의 공간일까요? 아무리 부지런히 두 다리를 움직여보아도, 멀어진 두 사람의 마음이 더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312p) 사랑하면서도 거리를 두는, 관계 맺기의 성숙함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사랑할수록 더 가까이 가려다가 관계가 틀어졌던 경험이 아프지만 교훈을 주었거든요. 신기하게도 적절한 거리를 둘 줄 아는 여유를 갖고 난 뒤에 관계가 훨씬 나아지더라고요. 나무와 나무 사이처럼 우리들도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것 같아요. 햇빛과 바람이 오갈 수 있는 틈, 그리고 적절한 온도.
"나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나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싫어할 수 있는지, 이름조차 모르는 그 사람에게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타인을 오랫동안 찬찬히 살펴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월든』의 소로처럼, 우리가 좀 더 오래오래 서로를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래도 한 번 더 서로의 슬픔과 두려움과 기쁨의 설렘을 읽어냈으면 좋겠다. 소로는 역사, 시, 신화야말로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가장 아름다운 프리즘임을 알았다." (319p)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좋은 사람들 덕분에 아물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성급한 마음은 좋지 않아요. 찬찬히 오랫동안 살펴보라는 저자의 조언에 공감하네요.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평화롭게 만드는 『월든』의 마법, 이제는 내 안의 월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