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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참배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미야베 미유키 월드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에요.
근데 이미 제2막이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현대물에서 시대극으로의 전환이라네요.
《고양이 참배》는 미야베 미유키 제2막 시리즈 신작으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요괴, 귀신, 인간의 기묘한 만남과 소동을 다루고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이야꾼은 사랑받는 법이죠. 특히 기묘한 이야기는 무서우면서도 묘한 끌림이 있는 것 같아요. 뭔가 홀리는 느낌이랄까요. 가끔 소설책을 읽다가 보이지 않는 이야기꾼과 나, 둘만의 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마침 이 소설의 첫 장면에 별난 괴담 자리를 소개하고 있어서 바로 몰입이 되더라고요.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흑백의 방이라는 이름을 붙인 객실에서 별난 괴담 자리를 마련해 왔다. 여러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차례차례 괴담을 피로하는 예로부터의 형식과 달리, 이 별난 괴담 자리의 이야기꾼은 한 사람, 그를 맞이하는 청자도 한 사람이다.
··· 청자가 된 것은 차남 도미지로, 가업을 도와 가게에서 일하면서도 실은 화공이 되고 싶다는 은밀한 꿈을 품고 있는 그는 이야기꾼에게 들은 이야기를 깨끗이 듣고 버리기 위해 각 이야기마다 묵화를 그린다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 사람은 자신의 신상을 이야기하고, 추억을 이야기하고, 말로 자신이 걸어온 마음의 길을 나타낸다. 그 말은 다른 사람을 움직이고, 좋은 쪽으로, 어떨 때는 나쁜 쪽으로, 밝은 쪽으로 이끄는 경우도 있고, 어두운 쪽으로 데려갈 때도 있다. 다음 이야기꾼이 가져오는 것은 빛일까, 어둠일까." (9-10p)
똑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듯이, 여기에 실려 있는 이야기도 듣는 사람에 따라 마음에 남는 것은 다를 거예요. 왜 요괴 이야기였을까요. 요괴는 원래 무서운 존재인데,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천사처럼 보일 수도 있구나 싶었네요. 어릴 때는 기묘한 이야기가 주는 자극이 강렬해서 좋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비극적인 현실을 비추는 이상한 거울 같아서 흥미롭네요. 괴담의 공포를 넘어선 인간의 어둠을 목격할 때, 거기에서 멈추면 어둠일 뿐이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 빛을 발견할 수 있어요. 미야베 미유키의 요괴 이야기는 재미는 물론이고, 마음을 울리는 따뜻함이 있네요. 요괴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의 내면을 이토록 멋진 이야기로 들려주다니, 이번에도 푹 빠져들었네요.
"묘시 참배는 사람 여자와 고양이 사이의 은밀한 약정 아래 이루어지는 것." 오분의 어깨 위에서 갈귀가 속삭인다.
"사람의 여자도 고양이들도, 사랑받으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사람 여자는 피의 더러움이 꺼림칙하게 여겨지고, 고양이들은 요사스러운 존재라고 꺼림칙하게 여겨져. 죄도 잘못도 여자와 고양이들한테는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여자도 고양이도 원망한다. 저주한다.
"묘시 참배는 슬픈 것. 고양이신은 가엾은 것." (14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