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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의 눈 ㅣ 바티미어스 2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단지 책표지만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수가......
바티미어스 시리즈는 이미 2006년 출간된 책이다. 그 당시에는 <해리포터>가 워낙 강세였기 때문에 다른 판타지 소설은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2010년, 새롭게 책표지가 바뀌고 상, 하 권으로 나뉘었던 책을 합본한 책으로 만나게 됐다.
원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바티미어스가 살짝 모습을 감추고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책 자체가 마법 같다. 지금 그 마법에 홀린 기분이다.
나타니엘 (존 맨드레이크)
1부에서 나름 순수했던 소년 나타니엘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2부에서는 정말 눈 뜨고 보기 괴로울 지경이다. 마치 정식 마법사가 된다는 건 퇴폐, 타락의 상징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12살 어린 소년이 당돌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바티미어스의 생각이 적중한 것이다. 마법사 생활 2~3년이면 순수함은 사라지고 탐욕과 이기심이 왕성해지지. 그래도 여전히 십 대 소년인데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모습은 정말 실망이다. 역시 청소년기에는 좋은 스승을 만나야 올바른 길을 가는 법이지. 나타니엘은 그 반대 경우인 거지. 첫번째 스승이었던 아서 언더우드는 무능력한데다 비열했고 두번째 스승인 제시카 휘트웰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비열하고 냉정하니 존(나타니엘)이 뭘 배웠겠어? 안타깝다. 그렇다고 바티미어스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들을 리도 없으니 말이야.
나타니엘, 내가 바티미어스가 되어서 네 이름을 떠벌리고 싶을 정도다. 1부에서는 어색했던 존 맨드레이크가 지금 너에게는 딱 어울린다. 오히려 사악하고 비열한 요괴, 아니 지니 바티미어스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야. 그건 정말 지니가 착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마법사들이 타락했다는 말이지.
2부에서는 마법사들이 지배하는 타락한 사회에 대항하는 평민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보여준다. 특히 키티 존스, 바로 책표지에 보이는 저 소녀 덕분에 볼 만 하지. 2부는 판타지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회 풍자 소설이 아닌가 착각할 만큼 현실 비판적인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지배층이 갖는 타락의 증후들, 억압 당하는 평민들의 반발, 마법으로 통제되는 사회.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평민들을 억압한다. 평민에게 안전과 풍요를 약속하면서 실제로는 감시하고 노예처럼 부려먹지. 요괴들도 사람은 아니지만 불평등한 주종 계약으로 쉴새 없이 혹사당하잖아. 그나마 똑똑한 바티미어스가 있으니 다행이지. 오래 살다보니 살아 있는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현실 파악을 잘 하지. 그러니 눈 앞의 권력, 부, 명예에 급급한 마법사들이 가소로울 수 밖에.
평민들이 받는 교육은 마치 식민지 교육과 흡사해서 위대한 마법사 글래드스턴의 업적만을 세뇌하듯 가르치고 기본적인 직업 교육만 시킨다. 호기심 많고 정의를 아는 키티에게는 답답한 교육인 거지. 결국 키티는 불행한 사건 이후에 레지스탕스 대원이 된다. 프랑스에 잔 다르크가 있다면 영국에는 여전사 키티가 있다고나 할까.
존(나타니엘)은 권력 핵심부인 내사국장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런던에서 벌어지는 대형 사고에 대한 문책을 받게 되고, 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 사건으로 풀어줬던 바티미어스를 다시 부르게 된다. 바티미어스 입장에서는 괴로운 일이지만 사실 바티미어스만한 지니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 상큼한 유머와 더불어 박식한 지식까지 두루 갖춘 바티미어스에게 홀딱 반한 사람들이 많을거야, 아마도.....
2부에서는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요괴만을 조정할 줄 아는 마법사들이 시시해지고 미워진다. '마법이 겨우 이런 거였어?'라는 실망과 비난을 하고 싶어지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마법처럼 평민들을 속이고 괴롭히는 게 특기인 것 같다. 그래야만 자기들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1부에서는 그나마 멋지게 나왔던 수상 루퍼트 데브로는 이름마저도 사악하게 느껴질 정도다. <골렘의 눈>에서는 글래디스턴의 마법 지팡이가 등장하는데 1부에 비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존(나타니엘)에 대한 실망감이 큰 탓이 아닐까 싶다. 바티미어스의 주인이면서 친구라고 여겼던 나타니엘이 못된 마법사 사운드 러브레이스마냥 변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나타니엘, 정신차려!"라고 말해주는 것뿐이지.
용감하게 싸웠으나 홀로 남게 된 키티는 어떻게 살아갈까? 이것이 3부로 이어지는 내용이겠지.
바티미어스가 좋아하는 변신 대상, 프톨레마이오스 이집트 소년의 모습
검은 눈동자가 강인하고 정직해보여 좋다.
바티미어스, 어디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