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인가 인터파크에서 연재되는 <강남몽>을 우연히 읽게 됐다. 인터넷 연재소설은 처음이라서 신기한 마음에 매일 출석하며 읽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중간에 맥이 끊기고 말았다. 한국 사람은 情으로 산다더니 두어 달 情든 소설인지라 출간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도대체 박선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제목에 들어간 夢(몽)이 처음에는 낯설더니 마지막 장을 읽고나서야 고개가 끄떡여진다.  한국의 현대사를 단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파란만장한 등장인물들의 삶이 결국에는 다 부질없는 꿈이었더라는......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결말을 맺기에는 뭔가 허전함이 남는다.  '한강의 기적', '강남 형성사', '광복 반세기', '격변의 정치사' 등등 우리의 현대사는 그야말로 신기루 같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냥 한낱 꿈이라면 좋았을 것을.......

뜨겁고도 슬픈 꿈, 우리의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아마도 이 책을 인터파크 연재 소설로 만난 이들은 처음에 등장한 박선녀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졌을 것 같다. 이름부터 남다른 그녀에게서 뭔가 특별한 인생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매일 연재되는 소설의 매력은 식물을 키우듯 천천히 조금씩 그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일 것 같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보다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연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한 권의 책으로 끊김없이 읽다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누굴 딱히 주인공이라고 눈여겨 볼 필요없이 광복 이후의 시대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한 개인의 삶은 미약하게 느껴질 정도다. 제아무리 잘난 놈, 가진 놈, 힘센 놈도 역사를 거스르거나 바꾸어 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1995년 6월 29일, 삼품백화점 붕괴 사건이 있던 날, 나는 어느 두메산골 마을에 있었다. 대학 써클에서 농촌봉사활동 중이라 전혀 텔레비전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이장님 댁에서 식사하던 중 이 소식을 접했다. 모두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어떻게 백화점이 무너질 수 있지?  겨우 며칠 서울을 떠나있었는데 마치 한 순간에 몇 십 년이 지난 것처럼  세상이 변해버린 느낌이었다. 화려한 강남의 한복판, 눈부신 경제 개발의 성과물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진지 불과 8개월 밖에 되지 않은 때라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무도 막지 못한 재앙의 원인은 인재로 밝혀졌고 무리한 개발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그냥 그 뿐이었다. 세월과 함께 서서히 잊혀졌다.

강남몽은 우리에게 잊혀졌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일제 시대를 거쳐 광복 이후, 나라를 찾았으나 바로 세우지 못한 역사적 오점이 어떻게 현재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담담하게 보여준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역사는 흐르고 우리의 삶도 흘러가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무너진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은 단순한 사건이 아닌 역사적 경고가 아니었을까? 수많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저 끔찍한 악몽처럼 떨쳐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신기루 같은 경제 성장이 아닌 굳건한 정신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시기인 것 같다. 무엇보다 올바른 역사관이 절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 2 : 세계와 나
MBC 'W' 제작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MBC 국제 시사프로그램 [W],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세계와 나 - 이제는 세계 지구촌 속의 나를 생각하는 시대인 것 같다.  비록 텔레비전 혹은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지구촌 소식이지만 의미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프랑스 자전거 혁명, 벨리브 프로젝트 등을 제외하고는 다소 심각한 내용들이 많다. 그만큼 현재 지구촌은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점 수몰될 위기에 처한 몰디브나 식량 위기를 맞은 이집트, 필리핀을 보면서 우리나라 역시 안전지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특히 지구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건이 떠올라 끔찍하다.  그저 손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답답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월드컵 열기로 이런 심각한 뉴스는 잠시 외면당하는 느낌이지만 엄연히 현재 지구촌이 겪고 있는 문제다.  <W>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나만이 아닌 세계를 향해 열린 눈을 갖자는 것이다.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몰랐을 세계 곳곳의 이야기들을 통해 배우고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되는 것 같다.  언론 탄압이 심각한 스리랑카에서 당당히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는 언론인들, 코미디를 통해서 언론 탄압과 부정부패를 통렬히 풍자하는 이탈리아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를 보면서 새삼 용기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정의를 위해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희망이 있는 것 같다.

종교적 갈등으로 그들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인도, 40년 넘게 내전에 휩싸인 콜롬비아에서 무장 게릴라에게 납치된 아들을 위해 11년을 기다린 가족의 이야기는 하나의 전설이다. 내전의 아픔 속에서 납치 피해자들의 석방을 부르짖는 쇠사슬 아버지 몬카요가 없었더라면 아들의 석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자신의 아들은 11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다른 수천 명에 달하는 납치 피해자들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쇠사슬 순례를 한다는 그가 존경스럽다.

브라질 AIDS 감염자 카줄 바호흐는 질병과의 싸움보다 사람들의 편견과 싸우는 일이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AIDS 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으려는 카줄의 노력과 적극적인 치료 정책을 하는 브라질 정부 덕분에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현재 5000여 명의 AIDS 감염자 중 그들의 사망 원인 20%가 자살이란 것은 꽤 충격적이다. AIDS 감염도 무섭지만 사람들의 무관심과 오해가 더욱 무섭다. 

양성평등을 위해 도전하는 볼리비아 여성 레슬러 촐리타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녀가 처음 레슬링을 한 것은 가난과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무엇보다 남편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여자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도전이 되었다.

의료 사각지대, 미국에 관한 이야기는 무척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선진국인 미국에서 30초당 한 명씩 비싼 의료비로 파산하고 치료를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황당할 뿐이다. 시장과 기업의 논리때문에 울어야 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니 미국에 대한 환상이 여지없이 깨진다.

[W]는 불편하고 괴롭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을 보여준다. 그래야만 변화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두가 세계 지구촌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골렘의 눈 바티미어스 2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남문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단지 책표지만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수가......

바티미어스 시리즈는 이미 2006년 출간된 책이다. 그 당시에는 <해리포터>가 워낙 강세였기 때문에 다른 판타지 소설은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2010년, 새롭게 책표지가  바뀌고 상, 하 권으로 나뉘었던 책을 합본한 책으로 만나게 됐다.

원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바티미어스가 살짝 모습을 감추고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책 자체가 마법 같다. 지금 그 마법에 홀린 기분이다.

 

  나타니엘 (존 맨드레이크)

 

1부에서 나름 순수했던 소년 나타니엘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2부에서는 정말 눈 뜨고 보기 괴로울 지경이다. 마치 정식 마법사가 된다는 건 퇴폐, 타락의 상징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12살 어린 소년이 당돌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바티미어스의 생각이 적중한 것이다. 마법사 생활 2~3년이면 순수함은 사라지고 탐욕과 이기심이 왕성해지지. 그래도 여전히 십 대 소년인데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모습은 정말 실망이다. 역시 청소년기에는 좋은 스승을 만나야 올바른 길을 가는 법이지. 나타니엘은 그 반대 경우인 거지.  첫번째 스승이었던 아서 언더우드는 무능력한데다 비열했고 두번째 스승인 제시카 휘트웰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비열하고 냉정하니 존(나타니엘)이 뭘 배웠겠어?  안타깝다. 그렇다고 바티미어스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들을 리도 없으니 말이야.

나타니엘, 내가 바티미어스가 되어서 네 이름을 떠벌리고 싶을 정도다.  1부에서는 어색했던 존 맨드레이크가 지금 너에게는 딱 어울린다.  오히려 사악하고 비열한 요괴, 아니 지니 바티미어스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야. 그건 정말 지니가 착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마법사들이 타락했다는 말이지.

2부에서는 마법사들이 지배하는 타락한 사회에 대항하는 평민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보여준다. 특히 키티 존스, 바로 책표지에 보이는 저 소녀 덕분에 볼 만 하지.  2부는 판타지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회 풍자 소설이 아닌가 착각할 만큼 현실 비판적인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지배층이 갖는 타락의 증후들, 억압 당하는 평민들의 반발, 마법으로 통제되는 사회.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평민들을 억압한다. 평민에게 안전과 풍요를 약속하면서 실제로는 감시하고 노예처럼 부려먹지. 요괴들도 사람은 아니지만 불평등한 주종 계약으로 쉴새 없이 혹사당하잖아. 그나마 똑똑한 바티미어스가 있으니 다행이지. 오래 살다보니 살아 있는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현실 파악을 잘 하지. 그러니 눈 앞의 권력, 부, 명예에 급급한 마법사들이 가소로울 수 밖에.

평민들이 받는 교육은 마치 식민지 교육과 흡사해서 위대한 마법사 글래드스턴의 업적만을 세뇌하듯 가르치고 기본적인 직업 교육만 시킨다.  호기심 많고 정의를 아는 키티에게는 답답한 교육인 거지. 결국 키티는 불행한 사건 이후에 레지스탕스 대원이 된다.  프랑스에 잔 다르크가 있다면 영국에는 여전사 키티가 있다고나 할까.

존(나타니엘)은 권력 핵심부인 내사국장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런던에서 벌어지는 대형 사고에 대한 문책을 받게 되고, 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 사건으로 풀어줬던 바티미어스를 다시 부르게 된다. 바티미어스 입장에서는 괴로운 일이지만 사실 바티미어스만한 지니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  상큼한 유머와 더불어 박식한 지식까지 두루 갖춘 바티미어스에게 홀딱 반한 사람들이 많을거야, 아마도.....

2부에서는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요괴만을 조정할 줄 아는 마법사들이 시시해지고 미워진다. '마법이 겨우 이런 거였어?'라는 실망과 비난을 하고 싶어지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마법처럼 평민들을 속이고 괴롭히는 게 특기인 것 같다. 그래야만 자기들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1부에서는 그나마 멋지게 나왔던 수상 루퍼트 데브로는 이름마저도 사악하게 느껴질 정도다. <골렘의 눈>에서는 글래디스턴의 마법 지팡이가 등장하는데 1부에 비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존(나타니엘)에 대한 실망감이 큰 탓이 아닐까 싶다. 바티미어스의 주인이면서 친구라고 여겼던 나타니엘이 못된 마법사 사운드 러브레이스마냥 변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나타니엘, 정신차려!"라고 말해주는 것뿐이지.

용감하게 싸웠으나 홀로 남게 된 키티는 어떻게 살아갈까?  이것이 3부로 이어지는 내용이겠지.

 

  바티미어스가 좋아하는 변신 대상, 프톨레마이오스 이집트 소년의 모습

검은 눈동자가 강인하고 정직해보여 좋다.

바티미어스, 어디 있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 바티미어스 1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최인자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이다.

과연 그럴까?  판타지 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하다. 정말 <해리포터>만큼 흥미롭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냥 둘 다 읽으라고 말해주겠다.  <해리포터>는 해리포터라는 소년이 마법사가 되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는 마법사 소년 나타니엘과 지니(요괴) 바티미어스의 관계가 흥미진진하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바티미어스의 매력에 끌리게 될 것이다. 마치 이런 끌림도 마법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책에 숨겨진 마법? 책 속에서 '나'라고 칭하는 것은 바티미어스고 또 다른 주인공이라 여겨지는 나타니엘은 '소년'이라고 표현되는데, 바로 책이 '나'라고 표현하는 대상에게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바티미어스 시리즈 중 1권이다. 사실 엄청난 마법의 힘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바티미어스가 옆에 있다면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다. 어떻게 그 숱한 마법 이야기를 들려줬는데도 모르느냐고 구박할 것만 같다.) 어쩌면 바티미어스의 가장 강력한 마법은 유머가 아닐까?

이 책을 보려면 혼자 조용한 곳에서 보기 바란다. 안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흘깃거릴지도 모른다. 두툼한 책을 보면서 혼자 실실 웃고 있을테니까.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기대하시라~ 바티미어스!

 

<해리포터>시리즈와 <바티미어스>시리즈의 공통점이라고는  둘 다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것과 부모님과 떨어져 마법을 배운다는 것 빼고는 전혀 다른 배경의 이야기다. 아차, 마법사가 등장하는 마법 판타지라는 가장 중요한 공통점을 빼놓으면 안 되겠지.

뭐랄까, <해리포터>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존중하면서 마법 학교라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해준다면 이 책은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진다. 마법사와 평민 그리고 지니를 비롯한 다양한 요괴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마법사들이 부와 권력을 쥐고 있다. 저자가 영국인이다보니 영국이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국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물론 국력은 마법의 힘에서 비롯되며 대영제국의 수상 루퍼트 데브로 역시 마법사다.

나타니엘은 제자를 구한다는 마법사의 공고를 본 부모님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서 언더우드의 제자로 들어간다. 겨우 다섯 살 나이에,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헤어져,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스승 언더우드 밑에서 마법을 배우며 함께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행히 언더우드 부인은 따뜻한 사람이라서 나타니엘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준다.  드디어 12살이 된 나타니엘은 영리하고 똑똑해서 제법 수준 높은 마법을 구사하게 된다. 그리고 스승 몰래 중급요괴(지니) 바티미어스를 불러내는 '소환마법'에 성공한다. 아직 어리지만 마법사로서의 자존심이 센 나타니엘은 젊은 엘리트마법사 사이먼 러브레이스에게 모욕을 당한 뒤 복수를 결심한다. 바티미어스에게 그가 가진 '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를 훔쳐오게 한 것이다. 단순히 러브레이스를 골탕먹이려던 건데 '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워낙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바티미어스의 세계가 약간 낯설다. 마법사라고 하면 마법 지팡이로 주문을 외워서 뾰로롱 마법의 힘을 자유자재로 조절해야 될 것 같은데 여기 마법사는 마법 사용이 쉽지가 않다. 펜타클을 완벽하게 그려야 되고, 불러낸 요괴의 능력만큼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주문을 한 소절이라도 잘못 말했다가는 엄청난 해를 입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요괴없이는 마법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요괴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결국 마법사의 능력이란 얼마나 능력있는 막강한 요괴를 불러낼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안전하고 은밀하고 강력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은 자신이 태어났을 때의 이름을 절대 남에게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마법사가 태어났을 때의 이름을 요괴나 적들이 알면 크나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바티미어스가 나타니엘의 이름을 알게 된다.

에고, 마법의 세계는 너무 어려워~~ 하지만 흥미진지한 새로운 세상인 것은 확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인류 역사에 남을 책은 무엇일까?  책과 역사는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다.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책을 봐야 하고 책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과 역사'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독자를 유혹한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백과사전을 방불케하는 세세한 설명과 삽화가 돋보인다.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단 한 권으로는 부족할테지만 저자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총 5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읽어보지 못한 책이 더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거나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책들이 많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파라셀수스의 <매우 놀라운 작품>,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등, 과연 저자는 어떠한 기준으로 이 책들을 선택한 것일까?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게는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한 역사 속 책들이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좀 더 중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9p)

"책은 사람과 똑같은 존재다. 일단 세상에 태어나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러다가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 (11p)

무엇이 인류의 역사를 이끌었을까?  운명과 도전, 새로운 지식의 발견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탄생했다가 사라졌다. 만약 그들에 대한 기록 혹은 책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을까?

서양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쇄 부수를 기록한 책이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이라고 한다. 고대에 만들어진 이 책이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기하학 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존재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니 놀랍다. 수학이라면 진저리치는 사람일지라도 수학의 기초, 고전에 관한 역사는 꽤 흥미로울 것이다. 수학이란 학문을 최초로 체계화한 유클리드가 먼저 한 작업은 개념 정의였다고 한다.

"첫째, 점에는 어떤 구성 부분도 없다. 둘째, 선은 길이만 있을 뿐 너비가 없다. 셋째, 선의 양 끝은 점이다." (36p)

19세기 <기하학 원론>의 인기는 엄청났던 모양이다. 천재적인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파스칼이 푹 빠져있던 책도 바로 <기하학 원론>이었다고 하니 이 책이 없었다면 수학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아이들 동화로 더욱 알려진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풍자적 유토피아 소설로써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1984>와 함께 언급되는 작품이다. 스위프트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걸리버 여행기>라는 문학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예리하게 꼬집어낸 것이다.

현대의 책 중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괄량이 삐삐>가 눈에 띈다. 어린 시절 무척 좋아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말괄량이 삐삐>가 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무엇일까?  흔히 여자주인공이 지닌 매력이 눈곱만치도 없는 삐삐를 보면서 통쾌했던 기억이 난다. 남성이 지배하던 사회에 삐삐의 등장은 정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린드그렌은 삐삐라는 멋진 주인공을 탄생시켜 잘못된 권력과 권위에 대한 도전을 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기억 속에 혹은 기억 저 편에 있는 수많은 책들은 역사를 만들고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이 되어 왔다. 비단 저자가 선정한 50권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역사적인 책이 존재할 것이다. 당신 삶에는 어떠한 책이 존재하는가?  당신이 읽은 책이 당신의 인생을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