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인류 역사에 남을 책은 무엇일까?  책과 역사는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다.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책을 봐야 하고 책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책과 역사'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독자를 유혹한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백과사전을 방불케하는 세세한 설명과 삽화가 돋보인다.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단 한 권으로는 부족할테지만 저자는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총 5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읽어보지 못한 책이 더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거나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을 책들이 많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파라셀수스의 <매우 놀라운 작품>,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등, 과연 저자는 어떠한 기준으로 이 책들을 선택한 것일까?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게는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한 역사 속 책들이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좀 더 중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9p)

"책은 사람과 똑같은 존재다. 일단 세상에 태어나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러다가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 (11p)

무엇이 인류의 역사를 이끌었을까?  운명과 도전, 새로운 지식의 발견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탄생했다가 사라졌다. 만약 그들에 대한 기록 혹은 책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과거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을까?

서양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쇄 부수를 기록한 책이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이라고 한다. 고대에 만들어진 이 책이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기하학 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존재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니 놀랍다. 수학이라면 진저리치는 사람일지라도 수학의 기초, 고전에 관한 역사는 꽤 흥미로울 것이다. 수학이란 학문을 최초로 체계화한 유클리드가 먼저 한 작업은 개념 정의였다고 한다.

"첫째, 점에는 어떤 구성 부분도 없다. 둘째, 선은 길이만 있을 뿐 너비가 없다. 셋째, 선의 양 끝은 점이다." (36p)

19세기 <기하학 원론>의 인기는 엄청났던 모양이다. 천재적인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파스칼이 푹 빠져있던 책도 바로 <기하학 원론>이었다고 하니 이 책이 없었다면 수학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아이들 동화로 더욱 알려진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풍자적 유토피아 소설로써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1984>와 함께 언급되는 작품이다. 스위프트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걸리버 여행기>라는 문학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예리하게 꼬집어낸 것이다.

현대의 책 중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괄량이 삐삐>가 눈에 띈다. 어린 시절 무척 좋아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말괄량이 삐삐>가 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무엇일까?  흔히 여자주인공이 지닌 매력이 눈곱만치도 없는 삐삐를 보면서 통쾌했던 기억이 난다. 남성이 지배하던 사회에 삐삐의 등장은 정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린드그렌은 삐삐라는 멋진 주인공을 탄생시켜 잘못된 권력과 권위에 대한 도전을 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기억 속에 혹은 기억 저 편에 있는 수많은 책들은 역사를 만들고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이 되어 왔다. 비단 저자가 선정한 50권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역사적인 책이 존재할 것이다. 당신 삶에는 어떠한 책이 존재하는가?  당신이 읽은 책이 당신의 인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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