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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 난 내 인생이 형태를 갖기 전의 유리처럼 유연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어!”
역의 네온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게 비췄다.
“ 희망 사항이야, 약속이야?”
루이지타가 갑자기 구릿빛 긴 머리카락을 흔들며 웃었다.
“ 확신이야!”
“ 나도 내 인생에서 시가 결코 사라지지 않길 바라.”
안셀마가 분명히 말했지만 덜커덩거리며 지나가던 기차가 그 조그만 소리를 집어삼켜버렸다.
(본문 19-20 p)
내게도 꿈 많은 소녀 시절이 있었지. 루이지타와 안셀마처럼 마음이 꼭 맞는 단짝 친구도 있었어. 함께 책도 읽고 시를 읊기도 했지. 시가 왜 존재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았어. 그건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어떻게 시로 노래하지 않을 수 있겠어?
이제 내 나이 서른이 넘었지. 시가 왜 존재하느냐고? 글쎄, 아직도 시가 존재한단 말이지.
세상은 시를 노래할 만큼 아름답지 않은데.
이 이야기는 내게 잊혀졌던 시를 떠오르게 했다.
소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품고 있었지.
소녀가 시를 노래할 때마다 보석은 더욱 빛났어.
소녀는 어느새 여인이 되었어.
시를 노래하는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어.
그녀의 빛나던 보석은 점점 빛을 잃어갔지.
왜냐고?
그녀는 자신이 품고 있는 보석을 잊었으니까.
여인은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어.
어느 날
무지개 빛 앵무새를 만났지.
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
그녀는 문득 떠올랐어.
무지개처럼 빛나는 보석을 품고 있다는 걸.
삶에 지치고 무기력해진 안셀마에게 앵무새 루이지토가 찾아왔다. 그것은 마치 마법 같은 일이었다. 무지개처럼 빛나는 유리 빛을 상기시키는 앵무새의 모습 때문에 친구 루이지타가 떠올랐고 앵무새의 이름은 루이지토가 되었다.
안셀마처럼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서 어린 시절의 꿈을 잊어버린다. 두 소녀가 시에 대해서, 각자의 인생에 대해서 나누던 대화가 내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표현은 달라도 소녀 시절의 꿈들은 비슷한 것 같다. 형태를 이루기 전의 유리처럼 빛나는 꿈들.
그 꿈이 왜 잊혀지고 사라졌을까? 세상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모습 대로 살다 보니 안셀마의 마음에는 눈이 쌓이고 얼어버렸다.
마치 눈의 여왕에게 붙잡혀 간 카이처럼 얼어붙은 심장으로 사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랬던 안셀마에게 앵무새 루이지토는 꽁꽁 언 마음을 녹이고 삶을 다시금 살게 해 주었다. 그녀가 쓰레기통에서 주운 것은 앵무새가 아니라 그녀의 꿈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다시 앵무새를 무참히 버리려고 했다.
메마른 세상에 자신의 꿈을 지켜내는 일은 용기와 희망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시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은 우리 안에 있다.
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가 우리에게도 찾아왔으니까.
“ 잊지 마세요. 희망을 가지셔야 해요! 길이 끝나는 곳에 보물이 있어요!”
(본문 13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