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 역사를 뒤흔든 개인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사傳 1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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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역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막상 다가가기 어려운 것은 역사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KBS에서 작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역사 다큐멘터리 <한국사 傳>은 한국의 역사를 왕조가 아닌 다양한 인물들로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기획된 방송 프로그램이 이제는 한 권의 책으로 탄생되었다.

이미 방송에서도 지루한 역사와는 차원이 다른 흥미와 관심이 쏠린 바 있다. 그 동안 사극 이외에는 역사에 대해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역사는 무엇인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세월이 흐르고 시대적 상황이 바뀌더라도 사람 사는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역사 속 인물들을 탐구하다 보면 그들의 성공과 실패 등 삶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살아 있는 교훈이 된다. 역사는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을 통해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에 한국사는 그저 외울 것이 많은 과목으로 기억했던 내게 역사의 소중함과 매력을 새롭게 느끼게 해줬다.

책에는 열 명의 인물이 소개되었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는 두 사람이 있다.

그 두 사람의 공통점은 우리 민족의 자긍심에 영향을 줬다는 점일 것이다.

중국대륙 속의 고구려 제왕으로 군림했던 이정기는 당 황실을 위협할 정도로 막강한 왕국을 건립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이 아니었는지 당나라 정복을 눈 앞에 두고 나이 49세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고구려의 기풍을 계승했던 이정기 왕국은 이미 사라졌지만 우리 역사 속에 길이 기억될 것이다. 지금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당하고 용감한 고구려의 기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어려움을 헤쳐갔으면 좋겠다.

반면 비운의 라스트 프린세스 덕혜옹주는 마음이 아팠다. 고종이 환갑에 얻은 외동딸이었던 그녀는 고종이 독살된 뒤에 일본의 인질이 되었다. 고종의 사랑이 각별했고 조선 민중의 사랑을 받았던 덕혜를 일본은 철저히 짓밟았다. 일본식 교육과 일본인과의 강제 결혼은 그녀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고 정신분열증을 남겼다. 일본의 계략대로 조선 민중은 일본식이 된 덕혜를 잊었다. 세월이 흘러 대한민국은 독립국이 되었지만 황제의 딸은 일본 정신병원에 갇혀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가 고국에 돌아온 것은 38년 만이었다. 역사의 비극 앞에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그녀의 삶은 1989년 4월 21 향년 77세로 마감했다.

이제는 덕혜옹주가 살았던 창덕궁 낙선재는 주인을 잃었다. 우리에게 옛 궁은 그저 관광명소로만 기억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덕혜옹주와 딸 마사에는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라 아픈 역사일 것이다. 우리 민족의 마지막 공주를 지켜내지 못했지만 다시는 잊혀져서는 안 된다. 아프고 부끄럽고 슬픈 역사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일본이 짓밟으려 했던 민족의 자부심과 긍지를 뼈아픈 역사를 통해 다시 새롭게 세워야 할 때인 것 같다.

<한국사 傳>은 살아 있는 교훈이며 민족의 얼을 담고 있다.

훌륭한 역사 다큐멘터리와 책을 만든 KBS 제작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방송과 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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