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허에 떨어진 꽃잎 VivaVivo (비바비보) 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유혜자 옮김 / 뜨인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입양에 관한 이야기는 마음이 아프다.

아이를 낳아 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열 달 동안 아이를 품고 낳는 일이 얼마나 놀랍고 특별한 경험인지를 말이다. 그런 자신의 아이를 버리는 엄마의 심정은 어떠할까?

또한 버려진 아이의 심정은 어떠할까?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축복은커녕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은 평생의 상처가 될 것이다.

레아는 독일에 사는 만 열여섯 살의 평범한 소녀다. 아니, 평범하고 싶은 소녀인지도 모른다. 레아는 독일인 부부에게 입양된 중국 여자아이다. 입양되었다는 사실이 평범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어느 사회든 색안경을 낀 사람들이 문제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부모를 통해 자아를 형성하는데 부모가 자신과 전혀 다른 외모를 가졌다면 다소 혼란스러울 것 같다. 다행히 레아는 좋은 부모님과 함께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났다.

기자인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 탓인지 학교 신문사에 들어간다.

우연히 아픈 루카를 대신해서 문화 기사를 맡게 되고 중국 병마용 전시회에 가게 된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 중국이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레아는 기사를 쓰면서 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진다.

레아의 부모님은 왜 출생에 관한 일을 비밀로 했을까? 레아는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레아의 뜻에 따라 친부모를 찾기 위해 중국에 가게 된다. 그 곳에 가서 알게 된 출생의 비밀은 너무나 마음 아프고 슬프다. 비극적인 중국의 현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의 부작용은 심각한 결과를 만들었다.

이 책은 입양과 중국의 인구 정책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레아의 이야기를 통해 차분히 풀어 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몰랐거나 무심하게 지나쳤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구나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만 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레아가 알게 된 진실은 분명 마음 아프고 견디기 힘든 고통일 것이다. 진실이 드러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레아가 입양아라는 사실은 극히 개인적인 일이겠지만 자신의 뿌리인 중국을 찾고 부모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은 모두가 알아야 할 현실이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 한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함부로 다루어지는 생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나라도 해외 입양이 많은 나라다. 아기를 수출하는 나라라는 수치스런 꼬리표가 붙을 정도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것도 서러운데 자신의 나라에서까지 버림 받는 해외 입양아들의 고통은 어떠할까? 우리는 모른다. 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고통을 준 이 나라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레아의 이야기를 통해 입양 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허에 떨어진 꽃잎.

레아가 조용히 강물에 뿌린 하얀 꽃잎.

물살을 따라 흘러가는 꽃잎.

꽃잎을 통해 아픔이 전해 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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