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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예대의 천재들 - 이상하고 찬란한 예술학교의 나날
니노미야 아쓰토 지음, 문기업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7월
평점 :
다양한 분야의 천재들이 있지만 그 중 예술계는 뭔가 더 특별한 것 같아요.
탁월한 천재성이 뿜어내는 매력이 예술 그 자체라고나 할까요. 암튼 천재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들이 참 많은데, 일본 최고의 예술대학인 동경예술대학교의 천재들을 다룬 책이라고 해서 눈이 번쩍 뜨였네요.
《동경예대의 천재들》는 베일에 싸인 동경예대의 모든 것을 오로지 작가의 시점에서 풀어낸 탐방기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이며, 독특한 발상과 적극적인 취대가 뒷받침된 탄탄한 글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주로 호러 소설이나 오락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예대에 관심을 갖고 조사하게 된 계기는 현역 예대생인 아내 덕분이라고 해요. "우리 아내는 하여간 재미있는 사람이다." (7p) 라는 가치 명제에서 출발하여 아내가 다니고 있는 동경예술대학은 어떤 곳이고, 그곳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풀어낸 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예술가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데 정작 예대생들에겐 일상인 것들, 바로 동경예술대학의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 곳곳을 소개하는 내용이에요. 마치 걸리버 여행기처럼 저자 니노미야 아쓰토가 동경예대라는 낯선 세계를 모험하는 느낌이랄까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겐 동경예술대학의 캠퍼스 풍경이 정말 신기한 별세계 같아요.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놀라웠던 점은 동경예대의 입시 경쟁률이었어요. 일본에서 입시 경쟁률이 높기로 유명한 도쿄대 이과 3류(도쿄에서는 6개의 학류로 학생을 모집하는데, 이과 3류의 학생은 대체로 의학부로 진학한다.)보다도 더 경쟁률이 높아서 동경예대를 '예술계의 도쿄대'라고 부른다는데, 오히려 도쿄대를 '학문계의 동경예대'라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해주네요. 궁금해서 우리나라를 찾아보니 대표적인 예술대학교의 입시 경쟁률도 어마어마하네요. 저자의 아내도 예대 조각과를 지망했을 때, 선생님이 "음, 넌 재능이 있긴 하지만 4수는 각오할 필요가 있겠구나." (44p)라고 하셔서 분발하여 간신히 재수만 하고 입학할 수 있었대요. 미술캠에는 입학시험에 세 번 떨어진 사람도 드물지 않고, 당연히 5수, 6수, 그 이상도 있을 정도로 치열하대요. 예대가 원하는 인재란 기초는 물론이고 재능 없이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지닌 학생이며, 심사하는 교수에게 '이 학생은 반짝이는 재능이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 합격점은 받을 수 없다는 거예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동경예대의 교수진들이니, 예대 입시의 핵심은 그들 절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요. 역시 예술가들의 천재성은 그 반짝임으로 드러나네요. 동경예대 출신 예술가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 등이 있는데, 이 책을 보니 그곳엔 예술 분야의 천재들이 모이는 곳이었네요. 저자는 여러 사람들을 취재하며,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우에무라 씨의 한마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네요. "예술은 하나의 도구가 아닐까요. 사람이 사람이기 위한." (200p) 일반인들에겐 수수께끼 같은 예술의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인간이 인간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는 활동이라는 깨달음을 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