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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저녁달 클래식 1
제인 오스틴 지음, 주정자 옮김 / 저녁달 / 2024년 7월
평점 :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사람의 마음이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다시금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이번 저녁달 출판사에서 '저녁달 클래식 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오만과 편견》을 선정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특별히 이 책에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추천 글이 맨 처음에 수록되어 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오만과 편견》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소설을 다 읽은 후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살짝 소개하자면 인지심리학자가 보기에 《오만과 편견》은 아주 좋은 심리학 참고 도서이며, '첫인상'이라는 주제를 남녀관계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는 거예요. 원래 이 책이 출간되기 전 제인 오스틴이 생각했던 제목은 '첫인상'이었는데 제목 때문인지 출판 자체를 거절당했고 이후 수정을 거쳐 1813년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걸 보면 제목이라는 '첫인상'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아무리 제목이 근사해도 내용이 별로였다면 그 인기는 금세 시들었을 거예요. 심리학자도 감탄할 정도로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인 오스틴 작가님의 필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2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소설이 예술계에서 각광을 받고 적지 않은 팬클럽이 형성된 데에는 시공을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영국인들은 아무도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윌리엄이라고 부르지 않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어니스트라고 부르지 않지만 제인 오스틴은 누구나 제인이라고 부른대요. 제인 추종자, 오스틴 컬트, 오스틴 현상이란 말이 유행이 될 정도로 제인은 대중의 아이콘이 되었어요. 보통의 인간이라면 가장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인 사랑, 그 복잡미묘한 심리를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로 완성하여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해줬네요. 매번 읽을 때마다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돼요. 요근래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연애 심리를 탐구할 수 있는 실험 다큐멘터리 같다고 느끼는 것이, 남녀 관계의 첫만남으로 시작해 첫인상 선택과 이후 탐색 과정을 거쳐 어떻게 마음이 바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리 공부를 위한 시청각 자료인 거죠. 근데 원조는 《오만과 편견》이 아닌가 싶어요.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당시 영국의 결혼 풍습은 중매를 통한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고, 여자는 부유한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처럼 여겨지던 시대라는 점에서 시대적인 격차가 있지만 주인공 엘리자베스를 통해서 편견을 깨뜨려가는 과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진심으로 소통하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는 점이 가장 훌륭한 사랑의 교훈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