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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포스터 심리학 -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신감 회복훈련
질 스토다드 지음, 이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임포스터 심리학》은 임상 심리학 박사 질 스토다드의 책이에요.
우선 임포스터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사기꾼인데, 심리학에서는 가면 현상( imposter phenomenon ), 1978년 폴린 클랜스와 수잰 임스 박사가 처음 발견한 현상으로 이후 대중문화에서는 '가면 증후군'으로 알려져 있어요. 우리말로 '가면'이라고 번역하니, 남을 속이는 나쁜 이미지로 느껴졌는데 실제로는 타인이 아닌 본인을 괴롭히는 심리 상태였더라고요. 클랜스와 임스는 성공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초 연구에서 가면 현상이란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는데도 스스로 똑똑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험이 지속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어요. 자신의 정당성과 능력을 의심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한다고 생각하며 그 사실이 들통나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한다는 거예요. 여기서 용어를 정정할 필요가 있어요. 가면 현상을 경험하는 것은 심리 장애가 원인이 아니라 사회적 억압의 희생으로 보는 소외 가설에 비중을 두고 있어서 질병으로 간주하는 증후군이라는 용어 대신에 '가면 상태, 가면 목소리, 가면 경험, 가면 사고, 가면 현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거예요. 처음에는 가면 현상이 성공한 여성들에게만 나타난다고 봤지만 지금은 훨씬 광범위하게, 살면서 한 번쯤 가면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최대 70퍼센트에 이르며, 특히 소외 계층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하네요. 유명인들이 종종 자신의 성취와 관련하여 현재 이 자리까지 온 것은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얘길 하는데,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진짜 운이라고 여긴다면 가면 현상을 겪고 있는 거예요. 저자도 여전히 극심한 가면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자기 마음 속에 아주 시끄러운 혹평가 사기꾼 '실라'가 있는데 그녀가 이기도록 내버려둔 적이 거의 없는 것은 심리학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가면 현상으로 불안을 겪는 사람들에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심리학적 조언을 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과연 효과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저자 본인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어요. 가면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심리학 기술을 익히면 저자처럼 자기 회의와 불안감에 치이면서도 사업체 구축, 책 집필과 홍보, 테드엑스 강연, 팟캐스트 진행, 수백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가면을 쓰는 이유는 어린 시절 경험과 진화상 프로그래밍이 복잡하게 뒤얽힌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므로 셀프 스토리를 통해 어떻게 뿌리내렸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안타깝게도 우리 머릿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셀프 스토리에 대한 삭제 버튼은 없지만 가면 상태로 드러나는 불안의 다섯 가지 유형을 알면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어요. 가면 상태를 겪는 사람은 역량을 증명하기 위한 기준이 왜곡된 경우가 많은데 그 역량은 전문가 유형, 완벽주의자 유형, 독주자 유형, 타고난 천재 유형, 초인 유형으로 나타난다고 해요. 각 유형의 특징을 파악하고,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게 된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심리적 유연성 기술을 활용해 진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예요. 똑똑한 완벽주의자의 불안감은 걸림돌이 아니라 더 높이 오르기 위한 디딤돌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