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키즈 Wow 그래픽노블
베티 C. 탕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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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만 알았지, 낙하산 키즈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낙하산 키즈란 부모 없이 홀로 떨어져 조기 유학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래요.

우리나라는 조기유학을 보내도 대부분 엄마들이 따라가고, 아빠는 유학 비용을 벌기 위해 혼자 남는 경우가 많아서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생겨났죠. 근데 부득이한 이유로 부모 없이 어린 나이에 유학 생활을 한다는 건 아이들에겐 너무 무리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낙하산 키즈》는 보물창고 Wow 그래픽노블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된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갑작스럽게 미국 유학생이 되어 버린 삼남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요. 맨 처음에 떠올랐던 궁금증, '왜 부모가 아이들만 남겨둔 채 갔는가?'에 대해서는 <작가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저자인 베티 C. 탕은 대만에서 태어나 열 살 때 부모님과 떨어져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는데, 당시 1979년은 미국이 대만과 교류를 중단하고 중국과 교류하기 시작할 때라서 전쟁이 날까 두려워했던 부모님이 어린 남매를 안전한 미국으로 보내게 된 거래요. 그때 아빠는 대만에 남아 돈을 벌었고, 엄마는 가능할 때 미국으로 아이들을 보러 왔다고 해요. 여기까지는 주인공 펑리 린의 상황과 비슷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회고록은 아니고 조기 유학 생활의 경험과 여러 이민자 친구들의 일화를 섞어 놓은 것이래요. 아이들은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전학가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는데 아예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건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더군다나 열여섯 살 지아시는 맏딸이라서 남동생 케강과, 여동생 펑리를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가는데... 가장 속상했던 건 아예 영어를 못하는 펑리가 교실에서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장면이었어요. 아시아인을 향한 차별과 편견, 이건 대만 친구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똑같이 겪는 문제일 거예요. 1981년 2월, 린 가족이 처음 미국에 도착한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전혀 세월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건 여전히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미국의 현실 때문이네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허위발언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트가 당선됐으니 말문이 막히네요. 전세계 거의 모든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미국 사회의 인종문제가 언제쯤 해결될런지 미지수네요.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모르겠고, 펑리 린과 남매들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력이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네요. 늘 재미와 감동, 교훈까지 전해주는 보물창고 Wow 그래픽노블, 역시나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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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반 고흐 - 고통 속에서도 별처럼 빛난 삶과 작품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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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는 누구일까요.

순위를 매길 순 없지만 이 사람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와 관련된 책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비록 인쇄된 그림이지만 고흐의 그림을 걸어놓고 매일 수시로 바라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해요.

《불멸의 화가 반 고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다룬 책이에요.

'고통 속에서도 별처럼 빛난 삶과 작품'이라는 부제처럼 고흐는 서른일곱 해를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네요. 예술가의 삶이 고흐처럼 고통스러워야 하는 건 아니지만 예술에 대해 생각하면 고흐를 떠올리게 되네요.

이 책에서는 고흐의 어린 시절부터 화가가 되고, 요양원 시절을 거쳐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그의 생애를 들려주고, 고흐가 살았던 시기의 화풍인 후기인상주의를 설명해주네요. 예술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후기인상주의 화가들은 많지만 그 중 대표 화가로서 조르주 쇠라, 폴 세잔, 폴 고갱,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를 소개하고 있어요. 빈센트 반 고흐는 후기인상주의 화가들 가운데 가장 불운했던 화가라는 점과 그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편지들과 자료들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운이 좋은 예술가가 아닐까 싶어요. 빈센트 반 고흐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은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 같네요. 고뇌하는 인간, 고흐는 진흙 속에 피어난 연꽃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거듭 태어난 예술가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힘들고 괴로운 순간에 그의 그림들이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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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집
아르튀르 드레퓌스 지음, 라파엘 주르노 그림, 이주영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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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어른들을 위해서,

그건 사실 '나' 자신을 향한 독백이에요. 언제부터인가 꿈을 잊어버린 채 살아왔는데, 문득 '이것' 덕분에 꿈을 꾸게 되었거든요. '이것'의 정체는 바로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들에게 읽어주다 보니 제 마음까지 바꿔놓았네요.

《우리가 꿈꾸는 집》은 프랑스 젊은 작가상, 오렌지상을 수상한 아르튀르 드레퓌스 작가님이 쓰고, 라파엘 주르노 작가님이 그린 그림책이에요.

이 그림책에는 집을 잘 짓는 사람으로 소문이 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손녀딸에게 그동안 어떤 집들을 지었는지, 아니 사람들이 어떤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우와, 정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기한 집들이 등장하네요. 할아버지는 그냥 집을 잘 짓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집을 지어주는 마법사였네요. 여기에 나온 집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꿈꾸는 집은 뭐였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어느 지역에 어떤 브랜드, 몇 평짜리 아파트가 아니라, 진짜 자신이 살고 싶은 집 말이에요.

"오랫동안 집 짓는 일을 하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되었어.

할아버지를 찾아온 손님들은

어릴 때 꿈꾸던 세상을

집으로 만나고 싶어 했던 거야."

단순하게 생각했던 집이 어느새 꿈꾸던 세상으로 바뀌고 있어요. 상상 속에만 그리던 집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더 다양하고 멋진 상상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꿈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림책이네요. 어떤 어른들은 더 크고 높고 넓은 집을 최고의 집인 것처럼 말하고, 자신의 집과 비교하면서 최고의 집을 갖기 위해 안간힘을 쓰네요. 아름답고 멋진 집을 보며 감탄하고 부러움을 느낄 순 있지만 자신의 집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우리집은 어떤 집이냐?"라고 물어보세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좋은지, 나쁜지는 우리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환상적이고, 가장 살기 좋고, 가장 독특한 집은 언제나 사랑이 가득한 집"이라고 이야기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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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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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는 뭘까요.

일상에서 흔히 쓰는 '제자리'는 물건을 놓아두는 장소인데, 사람에게 있어서 제자리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존재의 의미, 혹은 맡은 임무나 역할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물건이든 사람이든, 제자리에 있어야 아름다운 법이에요. 문득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가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추악한 자리를 보고야 말았네요.

《미로장의 참극》은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알려진 요코미조 세이시 작가님의 추리소설이에요.

일본의 국민탐정으로 불린다는 긴다이치 코스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로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일단 시작부터 흥미로운 것이 장소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풀어놓고 있어요.

"명랑장은 도카이도선 후지역에서 도후쿠 쪽으로 1리 남짓 떨어진 곳에 있다. 처음 이곳을 만든 이는 메이지의 권신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라는 사람이었다. 이 부근은 북쪽으로 후지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다고노우라가 있어 경치가 맑고 아름다운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고, 근처에는 와카의 소재가 된 명승지나 사적도 많은 장소다." (11p)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슬슬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들을 던지고 있어요. 명랑장(名琅莊)이라고 하면 우리말 발음으로는 매우 쾌활한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여기에선 완전 다른 분위기의 건축물이에요. 메이지 천황이 재위하던 시기에 권세를 누렸던 후루다테 다넨도 백작이 직접 만든 매우 비밀스러운 저택인데, 본가 저택과는 구분되는 공간으로 특별히 설계된 은신처라고 볼 수 있어요. 백작은 주변인들이 피의 숙청을 당하거나 자객의 손에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신변 보호 차원에서 이 저택을 설계했다고 해요. 그래서 저택 내에 회전 벽이나 도주용 탈출구, 몰래 들어온 자객의 저격에 맞설 수 있는 사각지대 등 비밀 설계가 많고, 줄줄이 이어진 방 구조 때문에 명랑장이라는 명칭 대신에 미로장(迷路莊)이라고 불리게 되었대요. '미로'를 일본식 발음으로는 '메이로', 영어식 발음으로는 '메이즈'라고 하는데 비슷한 발음이라서 신기해요. 미로는 인위적으로 만든 복잡하고 헷갈리는 길이라서, 괜히 잘못 들어갔다가는 미로 안에 갇힐 수 있어요. 본디 '길'이란 누구나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장소인데, 미로와 같이 어지럽게 갈래가 져서, 한번 들어가면 다시 빠져나오기 어렵게 만든 것은 진짜 길이 아닌 거죠. 그런 의미에서 미로장은 우리에게 참혹하고도 씁쓸한 교훈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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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래식 - 눈과 귀로 느끼는 음악가들의 이야기
김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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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결같은 감동을 주는 것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 음악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어요. 장르 구분 없이 음악의 세계는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은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랄까요. 근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이전과는 달리 대중들을 위한 클래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마 제가 바뀐 건지도 모르겠네요.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눈을 뜬 느낌?

《더 클래식》은 중앙일보 문화부의 클래식 담당 기자인 김호정 님의 책이에요.

이 책은 중앙일보의 구독 서비스인 더중앙플러스에 연재했던 '김호정의 더 클래식'을 모으고 덧붙여 다듬은 것이라고 하네요. 단편적으로 접했던 내용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네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피아니스트 4인, 백건우,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의 이야기와 함께 QR코드로 연주곡을 청취할 수 있어요. 그냥 들어도 '와, 좋다~'라고 느끼지만 피아니스트만의 개성과 특징에 관해 알고 난 다음에 들으니까 더 신기하고 놀랍네요.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음악가의 내면을 살짝 엿볼 수 있어요. '흑건(연습곡 10의 5번)을 연주할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개인적으로 동양적인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근데 그게 왜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그리고 딱 들었을 때 오른손들은 그게 사실 자연이에요. 흑건의 오른손은 자연이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작품번호 25의 6번에서 오른손 3도 화음은 그냥 바람이 아니라 좀 쓸쓸한 바람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10의 5번은 뭔가 반짝이는 무언가가 하늘에서 보이는데 그게 약간 태양 빛 같은 건 아니고 약간 이렇게 뿌려져 있는 빛이라고 해야 할까요. 밤하늘의 별은 아니고 아침에 더 밝은 그런 빛들이 이렇게 나는 거예요. 또 왼손 엄지는 선생님이 바순 소리가 나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왼손은 또 시적인 노래 같아요. 그것도 매번 바뀌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런 이미지가 저한테 있어요." (91-92p) 어쩐지 귀로 듣는 음악만이 아니라 특별한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신세계 같다고 느꼈네요. 뮤지션 파트에서는 세계적인 음악가인 정경화, 정명훈, 진은숙, 조수미, 클라우스 메켈레, 그리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10대 음악가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레전드 파트에서는 천재적인 음악가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레너드 번스타인, 마리아 칼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과 음악을 만날 수 있어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음악가들이라서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그들의 연주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요. 똑같은 악보를 연주하는데 어쩜 이토록 매혹적인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인지, 참으로 경이롭네요. 숨죽인 채 감상하다 보면 음악의 선율을 따라 심장 박동이 뛰는 느낌이 드네요. 눈과 귀뿐만이 아니라 심장으로 느끼는 음악, 그 음악의 세계로 이끄는 멋진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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