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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품격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황선종 옮김 / 창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인생 선배로서 남자가 말하는 품위 있는 남자란 무엇일까?
품격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 된 품성과 인격을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의미하는 품격이란 인생을 멋지게 사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주인 시즈카는 품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품격이란 눈 앞에 있는 것을 서둘러 집지 않는 것이다.”
즉, 인생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매력적이며 품격이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삶을 즐기는 느긋한 여유, 마음가짐이 남자의 품격과 품성을 갈고 닦아 준다는 저자의 말에 백 번 공감한다. 이런 삶의 자세, 품격이 어디 남자에게만 해당 되겠는가 싶다.
일본이나 우리 나라나 현대인들은 바쁘고 여유 없는 생활에 심신이 지쳐 있다. 뭔가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늘 조급하고 허전한 남자들에게 가와기타 요시노리는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남자들이여, 품격 있는 인생을 살아라!
여자인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은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품격 있는 남자를 싫어할 여자는 없으니 말이다. 단순한 호기심에 이끌려 첫 장을 펼쳤다. 작가가 바라볼 때 요즘 남자들에게 부족한 것은 ‘삶을 즐기는 마음’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일, 가정, 연애, 취미, 미학, 인생관 등 각 주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다만 여자 입장에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하지만 남자는 다르다. 아무리 저속하게 놀아도, 쓴맛 단맛을 다 경험해도 거기에서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자세만 갖추고 있으면 결과적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남자니까 괜찮다’라는 성차별적인 시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루한 생각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책임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솔직히 인생을 즐기며 살자는 의도는 매우 긍정적인 충고지만 남자니까 어느 정도의 탈선은 용서가 된다는 식의 사고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결혼한 몸으로 연애를 즐기려면 아내와 애인을 고를 때 실패하지 않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여자들과 교제하며 온갖 경험을 쌓고 그런 능력을 몸에 익혀야 한다……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혼과 연애를 별개로 생각하고 이중 생활을 즐기란 말인가. 그러면서 본인은 그걸 원하지만 이런 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아내가 묵인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좋은 아내와 따뜻한 가정이 있고 거기다 가정을 파괴하지 않는 연애 상대가 있으면 더욱 좋다는 생각. 물론 남자들의 속마음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이런 충고는 적절치 못하단 생각이 들었다. 설사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도 묵인하는 부인이 있고 유부남을 만나는 여자가 있다 해도 그런 관계를 건전하고 행복하다고 말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약 자신의 아내가 그런 연애 관계를 즐긴다 해도 아무런 질투심이 생기지 않는지, 그러고도 아내를 진정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마음에 한 사람을 담기에도 벅찬 나로서는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어쩌면 작가 자신이 73년 간의 삶을 통해 얻은 경험담일 수 있다. 바르게 사는 것이 때론 지루하게 느껴져서 일탈을 꿈꾸고 다른 남자들에게 인생을 즐기라고 충고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85세의 나딘 스테어라는 사람이 쓴 시 <인생을 다시 산다면>처럼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 남자의 품격 >은 남자의 시각이다. 남자들이 원하는 멋진 인생이다. 어차피 여자인 내가 사는 인생과 다르다고 따질 필요는 없다. 싱겁게도 이 책은 남자들을 위한 책이란 점을 잊고 있었다. 누구든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하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현명한 사람은 눈 앞에 있는 것을 골라 잡을 줄 안다.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즐겁게 여유 있게 살아라. 자기 나름의 품격을 갖춰라.
품격은 향기와 같다. 아름다운 삶에서 묻어나는 향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