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 올림 - 황대권의 신앙 편지
황대권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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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 황대권님의 <야생초 편지> 이후 두 번째로 만나는 그 분의 글입니다. 야생초에 대한 그 분의 특별한 사랑과 관심이 마치 소외된 계층에 대한 연민처럼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야생초에 대한 이야기뿐이었지만 우리가 그냥 잡초라고 부르며 무참히 밟고 뽑아버리던 야생초를 고귀한 생명으로 대하는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들 중 소중하지않은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바우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 분의 따스한 마음이 신앙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우님이 영세를 받고 신앙 생활을 하게 도움을 주었던 디냐 자매님과의 편지를 엮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서른 살 나이에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십삼 년 이 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하는 동안 신앙적인 소통을 하였던 디냐 자매님과의 서신입니다. 우리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사랑의 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우님도 한 서신에서 사랑하는 디냐 자매님께라고 쓰고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신앙을 통한 나눔을 뜻합니다. 서로 간의 편지를 통해 신앙의 본질과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는 두 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신앙 편지라서 자칫 신앙과 무관한 분들에게는 지루한 종교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부디 그런 편견을 버리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이 이런 편견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적으로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남과 북의 정치적 대립으로 우리 머리 속에도 삼팔 선이 그어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치부해버리는 현실처럼.

바우님이 감옥 생활 중에 믿은 것은 하나의 종교를 넘어선 깨달음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신앙인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신앙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저의 종교관을 말하자면 종교는 믿는 수단일 뿐 신에 대한 믿음은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무얼 믿느냐보다는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사랑을 주었듯이 우리도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해 사랑할 수 있다면,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이 세상이 천국일 거라고 말입니다. 이 세상은 온통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다투기 때문에 어지럽습니다.

바우님 자신도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치욕적인 고문과 오랜 감옥 생활을 하면서 분노와 절망을 느꼈을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그러나 바우님은 그들에 대한 증오심이나 복수심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이상하게도 고문을 당하면서 그들이 밉기 보다는 가여웠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일 테니.

바우님이 말하는 신앙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온갖 감정과 일들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바우님이 디냐 자매님께 보낸 편지만으로 엮여 있어서 디냐 자매님의 글은 볼 수 없지만 분명 바우님의 글처럼 따뜻함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종교는 신과 인간의 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우님의 서신을 보며 그 분이 말하는 신앙에 공감하게 됩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은 인간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부당하고 절망적인 삶에서 희망을 끌어올리는 바우님의 모습을 보며 많이 부끄러웠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바우님은 육체적으로 감옥에 갇혀 있을 망정, 정신과 마음은 누구보다 자유인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야말로 자기애, 이기심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름다운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바우님과 디냐 자매님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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