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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마이클 더다는 누구인가?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미국 최고의 서평가로서 1993년 그의 서평들에 대하여 퓰리처 상을 받았고 <오픈북>은 2004년 오하이오나 도서상을 받았다. <오픈 북>은 마이클 더다의 인생 속 책 이야기이다.
부제가 젊은 독서가의 초상이다. 독서가라고 불릴 정도면 어느 정도의 책을 읽었을지 궁금한 것이 일반적인 호기심이다. 그러나 그의 삶을 보면 책의 양만큼이나 책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그가 읽은 책 목록을 보면 수준이 상당해서 또래에 비해 조숙하지 않았나 싶다. 그가 어떻게 책 읽기의 황홀한 세계에 빠진 걸까?
역시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어머니 품 속에서 편안히 책을 읽던 유아 때의 쾌감이 강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민 노동자였던 부모님과 세 명의 여동생, 여섯 명의 식구가 살기에 넉넉치 않았던 살림이라 더다의 독서광적인 기질은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던 모양이다. 오히려 아버지는 책에 푹 빠져 있는 더다에게 차라리 밖에 나가 공을 차던지 뭘 만들라며 다그쳤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책읽기만 좋아하는 내성적인 소년이 걱정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부모의 걱정과는 달리 미국 최고의 서평가가 된 것을 보면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택했으니 말이다.
그는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해 행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분노와 경멸, 뚱뚱하고 근시이며 운동을 잘 못한다는 열등감과 내성적인 소년에게 현실은 환상적이지 않았다. 그가 소년 시절 탐닉했던 SF소설이나 모험 이야기들, 책은 소년에게 희망이며 꿈이었을 것이다.
수줍고 어리숙하던 소년이 지적인 눈빛을 빛내게 된 것도 책을 통해서였고, 오만하지만 당당한 자존심을 내세울 수 있었던 것도 책 덕분이었다.
오래 전 그의 아버지는 경고하곤 했다. “독자는 글을 읽는 사람이고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야.” 그래서 그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글을 쓰게 되었다. 지금 그는 여전히 자신을 독자라고 생각하지만 남은 나날들은 작가로서 쓰이길 바라고 있다. 모든 작가는 훌륭한 독자가 아닐까. 아버지의 경고는 잔인했지만 내면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버지 인생을 제대로 읽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다양한 인생을 보여준다.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서일 것이다. 나 역시 내성적인 성격 탓에 책읽기가 즐거운 취미였고 책은 좋은 친구였다. 마이클 더다의 책 사랑에는 비할 수 없겠지만 책이 주는 즐거움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오픈 북>은 마이클 더다의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책을 위한 책이다. 마이클 더다의 인생이 곧 책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책들이 가져다 준 즐거움과 책들을 발견하게 된 과정, 책들에게서 얻은 느낌, 책들이 꿈과 성격에 미친 영향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읽은 책들이 삶 속에 스며들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다. 그에게 좋은 책은 너무나 사랑했던 연인을 회상하듯 감회에 젖게 만드는 것 같다.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책들.
그의 글을 보고 있으면 그 책들을 정말 읽고 싶어진다.
그는 최고의 서평가에서 최고의 작가를 꿈꾸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음 한 편에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의 책과 사랑에 빠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 가을, 책과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