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할래요?
김선우 엮음 / 샘터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김선우님에게

소개해주신 시들과 만나보았습니다. 처음 만나자마자  우리, 사랑할래요? 라니, 조금은 당황했지만 오랜만에 설렜습니다. 먼저 내미는 손이 반가워 얼른 잡고 보니 참 따뜻했습니다. 선우님이 사랑한 시들과 함께 적어 보내신 시들의 주소지 하나 하나에 담긴 사랑을 느꼈습니다. 시가 나고 드는 주소지에 햇빛 별빛 들고 바람 스미는 것을 바라본다는 시인의 마음을 제가 모두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가만히 느껴보았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바라 볼 줄 아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창가에 비쳐 드는 햇살, 옆 머리를 흩날리는 작은 바람까지 곱게 마음에 담아 두는 그대.

시인의 마음처럼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가슴 아프고 시린 시 한 조각조차 아름답습니다.

 

정전기

              - 최문자

건기인가 봐요 우리,

새들도 입 안이 마른다는……

바짝 마른 말로 통화하고 있잖아요 지금

마른 대궁만 남은 당신 말에

나는 없는 미련 지지직거리며

타는 시늉 다 해보지만

갑자기 들러붙어요

말과 말 사이

부슬부슬 떨어지는 말의 먼지들 뿌연데

들리죠

우리 언어가 물 마르는 소리

따가워요

메마른 통화

갈라진 언어의 살 사이로

피 내비쳐요

건기인가 봐요 우리,

 

우리 삶을 건조하게 하는 것은 무심함입니다. 삶에 온몸을 내맡겨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시가 잊혀졌던 메마른 제 마음 밭에 반가운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촉촉한 말들이 제게 사랑을 속삭입니다. 제가 사랑해야 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일깨워줍니다.

우리, 사랑할래요?

마치 기다리던 연애 편지를 받은 것 같은 즐거움으로 답장을 써봅니다.

, 사랑해요. 사랑하고 싶어요.

마음 밭이 촉촉해졌습니다. 이제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메마른 마음 밭을 적셔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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