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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뇌 - 뇌를 치료하는 의사 러너가 20년 동안 달리면서 알게 된 것들
정세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슬슬 경고음이 들리네요.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은 줄 알았는데 뭔가 불편한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어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근데 운동이 하기 싫은데 어쩌죠?
《길 위의 뇌》는 뇌를 치료하는 의사 러너 정세희님의 책이에요.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운동하세요!"라고 정리할 수 있어요.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근데 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걸까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재활의학 중에서도 세부 전공분야로 뇌질환과 소아질환을 다루고 있는데, 외래 진료를 볼 때 운동 처방을 하느라 무척 신경을 쓴다고 해요. 운동의 이름부터 동작까지 세세히 알려주고, 운동 리스트를 적어 숙제로 내드리는데 다음 외래에서 빈 손으로 오는 환자들 때문에 힘이 빠진다고 하네요. 어쩐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많이 찔리더라고요.
"지난 번에 알려드린 운동 해오셨어요?"
"운동요? 아유, 그걸 어떻게 해. 못 해요, 못해. 시간 없었어."
"거, 음식은 뭘 먹으면 좋아요?"
"어떤 베개가 좋아요?"
"OOO란 영양제가 좋다던데 이 병에도 좋아요?"
"나는 허리에 힘이 없으니까 복대를 차야겠지요?"
몸에 좋은 음식, 몸에 좋은 베개, 몸에 좋은 영양제, 몸에 좋은 복대, 몸에 좋은···.
이런 질문에는 스스로의 노력 없이 그냥 쉽게 건강해질 방법을 찾으려는 얄팍한 기대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불로초를 찾아 헤맨 진시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사람의 몸은 적당히 쓰고 굴리고 다듬어야 제 기능과 건강을 유지한다. 뇌도 그렇고, 몸도 마찬가지다. (···) 자신의 노력 없이 다른 수단만으로는 절대 건강해질 수 없다. 내가 내 몸을 사용하는 잘못된 패턴, 나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아픈 몸은 다시 건강해질 수 없다. 건강하려면 노력이 필수다.
"그런 것 없습니다."
불로초를 찾는 사람들에게, 나는 "그런 것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한다.
"공연히 돈 버리지 말고, 제가 가르쳐 드리는 것을 잘해 오세요."라는 대답에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하다.
(25-26p)
저자는 뇌를 치료하는 의사이자 달리기를 하는 러너로서 대부분의 뇌질환은 본인의 생활 습관의 결과라면서 아프기 전에 운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요.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던 운동을, 이 책을 읽고 나서 시작하게 됐어요. 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알고 나니 가슴이 철렁하더라고요. 특히 치매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가만히 앉아서 하는 두뇌 활동은 해마의 위축을 막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거죠. 그러면 어떤 운동이 좋을까요. 당연히 운동이면 다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몸과 뇌에 좋은 운동은 따로 있더라고요. 뇌를 위험하게 하는 운동은 복싱과 같이 상대방과 몸싸움을 하는 콘택트스포츠인데, 뇌를 생각한다면 머리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스포츠는 피해야겠죠. 상대방과 몸을 터치하지 않는 비접촉스포츠로는 테니스, 탁구, 펜싱, 배드민턴 등이 있고, 달리기나 줄넘기, 수영, 근력운동, 점핑, 에어로빅 등 혼자 하는 운동이라서 뇌손상 위험이 없어요. 이 중에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이고, 운동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는 거예요. 여기서 왜 걷기는 포함이 되지 않나 싶었는데 산책이나 평지 걷기는 웬만한 성인에게는 건강상 이득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걷기로는 근육이 절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걷기 운동을 하려면 평지 말고 계단이나 오르막을 걸어 올라야 중강도 이상의 운동이 된대요. 운동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운동 중에 숨이 차는지, 땀이 나는지, 심장이 빨리 뛰는지를 확인하면 돼요. 그동안 건강 걱정을 하면서 운동은 소홀히 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운동 자극과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는 시간이었네요. 몸이 건강해지면 뇌도 함께 좋아지고, 뇌 건강이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