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먹는 괴물 세상의 숫자를 빨아들여라! 뒤죽박죽 마법 학교
이나 크라베 글.그림, 김완균 옮김 / 찰리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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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마법 학교에 초대합니다.

한스와 쌍둥이 누나 클라리사는 카라추바 마법 학교에 다니는 2학년 학생이에요. 두 아이는 오늘도 허겁지겁 마법 빗자루를 타고 학교로 가요. 담임 선생님인 시베리우스 선생님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늦는 걸 가장 싫어하시거든요. 그런데 같은 반 친구 엘마를 만나게 돼요.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는 엘마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엘마는 두 친구에게 자신이 왜 늦었는지를 설명해줘요. 아침에 양말을 찾는데 서랍을 아무리 뒤지고 찾아봐도 짝이 맞는 양말이 하나도 안보이더래요. 그러고 서둘러 학교로 날아오는데 이번엔 공중에서 아주아주 희한하게 생긴 새를 만나서 거의 부딪힐 뻔했다는 거예요. 한스는 엘마가 들려준 괴물 같은 새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양말에 관한 이야기에는 공감했어요. 한스도 오늘 아침 똑같은 일을 겪었거든요. 이상하게 요즘 들어 양말의 짝이 맞지 않아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후다닥 교실을 향해 뛰던 한스는 모퉁이에서 학교 관리인 슈미트 아저씨와 쾅 부딪혔어요. 그바람에 아저씨는 손에 들고 있던 빨간색 종이 상자들을 놓쳤어요. 얼른 종이 상자를 주워든 아저씨가 간 뒤에 바닥에 빨간 종이 상자 하나가 남아 있었어요. 나무딸기 비스킷 상자였어요. 나중에 사무실로 갖다 드리기로 하고 교실로 향하던 세 친구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교실 문 위에 붙어 있던 숫자가 없어진 거예요. 더 이상한 건 클라리사의 머릿속에도 숫자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이럴수가, 숫자가 모두 사라졌어요.

도대체 마법 학교에 숫자가 왜 사라진 걸까요?

수학을 싫어하는 친구들에게는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없겠지만 숫자가 사라진 게 무조건 좋지만은 않네요. 왜냐구요? 숫자 없으니 교실 위치도 모르겠고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학교 매점에서 맛있는 빵과 사탕을 사기가 너무 어려워졌어요. 가격을 알 수 없으니 모두들 가격을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했어요.

갑자기 숫자가 사라지고 돌먹깨비들이 나타나 학교를 먹어 치우고 있어요. 교실에는 몸통이 온통 새파랗고 등에는 가시가 잔뜩 돋힌 괴물이 나타나서 난장판이 됐어요. 알고보니 이 괴물은 '파란 가시 숫자 청소기'라는 마법 동물로, 주변의 숫자를 몽땅 빨아들인 범인이었어요. 그럼 누가 이런 일은 벌인 걸까요?

사라진 숫자를 찾으려면 P.S라는 사람이 낸 수학 수수께끼를 풀어야만 해요. 세 친구들이 해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신기한 마법 동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진 숫자를 찾기 위한 친구들의 모험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부록에는 친구들이 풀었던 수수께끼가 나와 있어요. 수학 문제라면 질색을 하는 친구라도 도전해볼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문제 풀이를 보면 마법처럼 답이 짜자잔 나오니까요. 한스, 클라리사, 엘마처럼 말이죠. 수학 수수께끼를 풀다가 숫자가 좋아지게 될지도 몰라요. 세상에 숫자가 사라진다면, 아마 한 번쯤 상상했을 일들이 마법 학교에서 펼쳐지는 재미난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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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스토리 컨설턴트의 글쓰기 특강 - 흥미진진한 영화 대본, 소설, 드라마, 웹툰을 쓰는 비법
리사 크론 지음, 서자영 옮김 / 처음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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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책이 존재하는 목적은 단 한 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읽는 것.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닙니다. 그저 글자가 적힌 종이일뿐.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소설이라는 장르를 예로 들자면 매우 간단합니다.

첫 문장부터 독자를 잡아끄는 소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조금만 읽다가 자야지 하고 펼쳐들었다가 결국엔 마지막까지 보게 되는 소설.

<헐리우드 스토리 컨설턴트의 글쓰기 특강>은 바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스토리에 숨겨진 암호를 뇌과학적인 접근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기존에 널리 알려진 작문기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듣고 보고 읽는 과정에서 스토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스토리를 생각하고, 뇌는 스토리를 현실을 해석하는 장치로 사용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래서 어린아이조차도 효과적인 스토리를 알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스토리에 강하게 반응하고, 무의식중에 재미있는 스토리에 빠져드는 것도 스토리가 뇌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스토리를 쓰는 법을 배우기 전에 실제로 스토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스토리가 독자를 사로잡을까요.

재미있는 스토리를 읽을 때 우리의 뇌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급격하게 분비된다고 합니다. 스토리의 마법에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내면의 변화를 겪고 주인공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때 우리의 뇌는 관찰자가 아닌 참가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의미를 전달해주는 감정입니다. 따라서 글을 쓸 때는 소설의 주인공에게서 독자에게로 반드시 감정이 곧바로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진정한 스토리는 독자의 뇌에 강력하게 연결되어 내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도록 만듭니다. 영국의 학자들이 내린 정의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스토리는 반드시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맛이 없으면 아무리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라도 냉장고 뒤편의 상해가는 삶은 양배추 옆으로 밀리고 만다.'

자, 그렇다면 이 책의 목적은 명확해집니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중독성 강한 음식의 비법을 찾아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맛을 평가하는 건 쉽지만 자신이 먹었던 그 음식의 맛을 분석하여 직접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고 낙심하긴 이릅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스토리를 쓸 수 있습니다.

무엇을 쓸지 막막하다면 먼저 제니의 스토리를 따라가면 됩니다. 제니가 생각한 주인공은 자신이 가진 것 중 많을 것을 잃게 될 여자 주인공이며 이름은 루비입니다. 제니가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스토리가 완성되어 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많은 작가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한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책을 참고하시길. 소설을 쓰다보면 작가 자신이 주인공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독자 역시 그럴 거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임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주인공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그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이것은 상당한 중요한 일입니다. 다음의 세 가지를 사용한다면 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당기고 사로잡는 소설을 쓸 수 있습니다.

1. 주인공은 반드시 자신이 알아차린 것을 중심으로 생각을 정해야만 한다.

2. 모든 페이지에 감정이 실려야 한다.

3. 작가는 주인공의 주관적인 생각 속에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매혹적인 소설 한 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변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설 속에 빠져든 독자는 어느새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이 바뀌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것이 스토리가 가진 강력한 힘입니다.

"문학의 어려움은 글을 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쓰느냐에 있다. "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글을 쓰는 기쁨은 우리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삶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에 있다." - 셔우드 앤더슨

"드라마의 본질은 인간이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 헤롤드 헤이즈

"진실이 소설보다 더 이상하다.

소설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쓰여지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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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하라 - 구글의 경력개발코치가 선택한 일의 미래
제니 블레이크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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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하라?

우선 피벗이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바이블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비즈니스에서 피벗을 "비전은 그대로 두고 전략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책의 저자 제니 블레이크는 경력에서의 피벗을 "잘되는 것을 발판으로 삼아 연관된 새방향으로 의도적인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에서 피버팅은 경력 변화를 민첩하게 해내는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을 뜻합니다.

우리의 선택은 피벗하거나 아니면 피벗당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앱 시대에 경력 바꾸기는 굉장히 역동적입니다. 자신의 취향이나 필요에 따라서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처럼 경력도 스스로 선택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화란 우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늘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피벗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의 일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피벗 방법은 4단계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자리잡기, 둘러보기, 시험하기, 출발하기.

그림으로 표시된 피벗 과정을 보면 출발점에서 원을 그리면서 반복되는 사이클입니다.

피벗 타이밍은 변화의 범위, 즉 이상적인 최종 상태가 현재 있는 곳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 얼마나 복잡한 것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결과가 현재 피벗 과정 중에 어느 지점에 있느냐를 말해줍니다. 피벗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본질은 자기 인식입니다. 현재 직장에서 매일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자신의 원하는 에너지 수준으로 창의적 결과물을 내고 영향을 끼치며 활동하고 있는까?

저자는 원래 구글에서 직원들의 경력을 개발하고 훈련시키는 일을 했는데 피벗해서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피벗하는 사람들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알려줍니다. 대부분 자신의 경력에서 언제 큰 변화를 주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위험과 잠재적 오차 범위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피벗에 필요한 위험과 보상 그리고 일의 양을 시각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자신의 움직임을 그래프로 그린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주의할 것은 너무 급격한 피벗은 피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현재 역할이나 기술과 무관하거나 불확실한 건 도박이지 도약이 아닙니다. 피벗의 네 단계를 실천하면 극단적인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피벗이란 단어가 매우 낯설었는데 각 단계별 설명을 보니 이미 피벗을 해왔고 앞으로도 피벗을 해나갈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피벗한다는 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입니다. 지금, 피벗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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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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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부터 눈을 감고 다음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백발의 노부인과 그녀의 손자가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텅 빈 초원 한가운데 앉아서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초원 속에 고립된 작은 강가에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얼핏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고립된'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프랑스 유언>은 프랑스 소설입니다. 러시아 작가가 쓴 프랑스 소설.

저자 안드레이 마킨의 이력을 보면 이 소설이 매우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 소년이 프랑스사람인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프랑스 문학을 즐기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두 언어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다가 사춘기 반항을 하면서 급기야 외할머니 샤를로트를 원망하는 상황까지,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막연히 샤를로트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추억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샤를로트의 삶에서 소년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년은 외할머니가 겪었던 참혹한 인생 이야기에 그리 집중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아주 엉뚱한 순간에 사춘기적 호기심이 환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게 됩니다. 만약 외할머니 샤를로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소년이 겪어야 할 혼란과 갈등이 없었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어쩌면 소년은 샤를로트의 프랑스어가 주는 농밀하고 순수한 활기 덕분에 시베리아의 눈보라를 견딜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년은 몰랐습니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다음엔 사춘기 반항 때문에 할머니의 삶이 얼마나 고독하고 애절한지를 미처 몰랐습니다. 소년의 엄마가 죽었을 때도 할머니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덤덤했으니까.

저도 소년처럼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야 알아차렸습니다.

맨처음 소년이 앨범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이 가진 의미.

샤를로트는 끝내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포를 남깁니다. 클립으로 묶어 놓은 20여 장의 원고지.

그것은 세련되고 꼼꼼한 필체로 기록한 한 여인의 삶이었습니다. 스탈린 시대의 비극적인 운명들 중 하나였을 이야기. 성인이 된 소년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 그러나 마지막 장에 클립으로 끼워진 작은 봉투에는 사진 한 장이 담겨 있습니다. 소년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것.

절묘한 반전 앞에 정신을 차려보니 샤를로트는 이미 말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프랑스 유언> 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아냐, 이 모든 순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야..."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할머니가 눈을 들며 말했다.

"자, 오늘 아침에 너 주려고 보들레르가 쓴 짧은 시의 서로 다른 번역본을 두 부 복사했단다. 읽어줄테니 들어보렴. 재미있을 거야...."

...

그리하여, 샤를로트가 보들레르에 관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그가 쓴 시의 첫번째 연을 들으니 그 여인의 존재가 어렴풋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게 그냥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두 눈 감았네, 어느 무더운 가을밤

그대 뜨거운 가슴 향기를 들이마시면

멋진 해안이 눈앞에 펼쳐지네

지루한 태양빛에 눈부시게 빛나는 ...

할머니는 번역문을 인용해야 되기 때문에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를 섞어 가며 계속 말했다.

"... 너도 알다시피 보들레르 시에서 이 '무더운 가을밤'은 아주 특별한 순간이거든. 그래,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삶의 불행이 연이어지는 가운데 마치 한 줄기 빛처럼, 하나의 은총처럼 문득 이 무더운 저녁이 찾아온 거야. 이 두 가지 번역본은 보들레르의 시상을 잘못 표현해 놓은 것 같아. '어느 가을밤'이나 '어느 여름밤'은 너무 밋밋하고 영혼도 깃들어 있지 않아. 반면 보들레르의 시에서 이 순간은 마치 늦가을의 그 포근한 날들처럼 마법을 부리지...

하지만 번역의 진짜 패러독스가 존재하는 건 끝 부분, 마지막 행이란다. 브루소프 판이 보들레르를 넘어선거야! 그래, 보들레르는 '그대 뜨거운 가슴 향기'에서 태어난 그 섬의 '뱃노래'에 대해 말하고 있지. 그런데 브루소프는 그걸 번역하면서 '여러 언어로 소리치는 뱃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거야. 놀라운 건 러시아어로 단 하나의 형용사로 그걸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

...산문을 번역하는 사람은 작가의 노예이고, 시를 번역하는 사람은 작가의 라이벌이라고. 그런데 이 시에서는..."

그 문장을 끝맺을 시간조차 없었다. ... 갑작스런 호우가 우리를 우리 몸의 떨리는 경계선 안에 고립시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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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美學 미학 - 비우며 발견하는 행복, 나와 친해지는 시간
본질찾기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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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을 해보면 압니다. 비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죠.

아마 처음 살림을 시작할 때는 하나씩 늘어가는 살림을 보며 즐거움을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움을 주었던 살림들이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필요하니까, 예쁘니까, 그냥 좋아서 하나씩 채워갔던 살림들이 어느새 공간을 꽉 채워버렸습니다. 요즘들어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인 듯 싶습니다. 무엇이든 꽉 채우면 넘치는 법.

<생활의 미학>은 비우고, 요리하고, 살림하는 일상을 다룬 책입니다. 저자는 열 살 난 아들, 동갑내기 남편과 함께 분당에 살고 있는 결혼 14년차 주부이자 엄마라고 합니다. 본인 가장 좋아하는 호칭은 '아줌마'이고, 닉네임은 '멍하니'라고 합니다. '본질찾기'는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이랍니다.

그런데 왜 진짜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여자는 결혼하여 아이가 생기는 순간 개인으로서의 이름을 잊고 엄마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우와, 삶을 멋지게 사는 분이네.'라고 느꼈는데, 이름을 몰라서 그냥 '멍하니'님으로 기억해야 하는게 못내 아쉽습니다.

"삶의 본질은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닌, 단순하고 반복적인 우리의 일상 안에서 스스로 찾는 것입니다."

'본질찾기'라는 블로그의 프로필 문구라고 합니다.

이 책은 '멍하니'님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일 년간의 일상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치우고, 만들고, 정리하며 사는지를 사진과 함께 잘 보여줍니다.

본인은 살림이나 요리를 특별히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겸손일 뿐, 이 책을 보고나면 이것이 '생활 미학'이구나 느끼게 됩니다. 소소한 일상이라서, 누구나 하는 평범한 살림이라서 얕잡아보면 안 됩니다. 우리 삶의 행복은 이러한 평범한 일상 속에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알뜰살뜰 살림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예뻐보입니다. 청소, 요리, 세탁, 육아, 가계부 쓰기 등등.

반복되는 뻔한 일상을 행복으로 만드는 힘은 본질찾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우는 것을 생활화하는 살림비법들이 인상적입니다. 누구나 마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살림비법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림고수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행복한 가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생활의 미학이란 일상의 행복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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