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 엄금 ㅣ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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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경고!

이상하게도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잖아요. 물론 현실에선 겁쟁이 쫄보라서 선을 넘는 행동과는 거리가 멀지만 상상은 자유니까, 더군다나 그 상상마저도 평이한 수준을 뛰어넘는 작품들을 만날 때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네요. 우리는 선량한 시민으로 살고 있으니,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던 때가 잠시 있었는데 자아 성찰을 통해 깨달았죠. 내면에는 길들여지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말이죠.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처럼 우리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이기는 쪽은 우리가 먹이를 주는 늑대라고 하잖아요. 한 마리에게만 치우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치넨 미키토 작가의 《열람 엄금》은 '엽기 살인범의 정신 감정 보고서'라는 부제가 달린 충격적인 공포 장르 소설이네요.

책 표지 어디에도 굳이 '소설'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의도된 설정이네요. 믿거나 말거나,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이야기는 곧 힘을 얻게 될 테니까요.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나와 있어요.

"얼마 전 도쿄에서 끔찍한 대량 살인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파일은 그 사건의 범인을 정신 감정한 정신과 전문의의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기록은 여러분에게 예기치 못한 정신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절대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읽더라도 원하면 언제든 중간에 그만둘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이 이 자료를 접해야 앞으로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모든 위험성을 감안하고 출간을 단행했다.

경고!

지금 설명하는 위험성과 사회적 의의를 이해하고 모든 것에 동의한 분들만 페이지를 넘기기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파일을 읽다가 중간에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

(4-5p)

누군가는 이 경고가 너무 과장된 게 아니냐고 여길 수 있지만 잔혹한 묘사나 엽기적 소재에 취약한 독자라면 저자의 경고처럼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네요. 이 소설은 전혀 소설 같지 않은 '보고서'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제 사건 기록을 읽는 듯이 몰입하게 되네요. 살인 사건에 관한 세 개의 기록이 먼저 나오는데, 이 자료들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보라는 미션이 등장하네요. 그 '이상한 점'이 사건 이면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진실'을 밝힐 실마리라는 거예요. 단번에 알아차린 독자가 있다면 탐정의 자질이 충분하네요. 저는 모르겠더라고요. 좀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네요. 뻔히 알고도 낚일 수밖에 없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네요. '나는 아닌데!'라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가장 빨리 걸려드는 것 같아요. 영상도 아니고 텍스트로 된 내용이 뭐가 그리 무서울까 싶지만 인지하는 순간 바로 신호가 올 거예요.

정신 감정 전문의 우에하라 가스미의 인터뷰를 통해 살인미수 현행범으로 체포된 야에가시 신야의 정신 상태를 엿볼 수 있네요. 현실에선 원칙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 즉 '열람 엄금'의 문서를 읽는다는 묘한 스릴감을 제공하네요. 앗, 다 읽고 나서야 알았네요. 대량 살인 사건의 시발점은 전작 『열람 금지 : 엽기 살인범의 정신 감정 보고서』 라는 것. 치넨 미키토 작가의 '엄금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독자들은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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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 - 뇌과학이 밝혀낸 만성 통증의 진짜 원인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김성훈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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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얼마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직접 경험해보면 알 수 있네요.

사실 통증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이라서 당사자의 고통을 짐작하기는 어려운 일이네요. 며칠 혹은 몇 달 정도 아프고 낫는 경우에도 통증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끝나지 않는 고통인 만성 통증에 시달린다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것 같아요. 바로 그 만성 통증의 진짜 원인을 밝혀낸 책이 나왔네요.

《뇌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는 다니엘 G. 에이멘 박사의 책이에요.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의학 행동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서 40년 넘게 뇌와 정신 건강, 만성 통증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고 해요.

이 책은 에이멘 클리닉에서 155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총 30만 건에 달하는 뇌 영상 데이터와 임상 자료들을 바탕으로 밝혀낸 만성 통증의 실체라고 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통증의 진짜 무대는 손상된 신체 부위가 아니라 뇌이며, 신체적, 정서적 통증이 같은 뇌 회로를 공유한다는 점이네요. 그러니까 머릿속 통증 스위치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면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아픈 건 통증을 느끼는 뇌 때문이고, 뇌를 바꾸면 통증도 사라진다는 거죠. 저자가 2024년에 '뇌를 바꾸자, 통증이 바뀌었다'라는 30일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하루 10분에서 15분만 투자하면 되는 치유 프로젝트로, 130명이 참가하여 신체적 통증은 33퍼센트, 정서적 통증은 27퍼센트가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하네요. 하루 10분의 실천으로 한 달만에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면 우리 역시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 뇌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는 '습관', '희망', '식사', '자극'으로 나누어 몸과 마음을 함께 관리하는 구체적인 내용들을 알려주고 있네요. 단순히 당장의 통증을 없애는 것에만 급급했는데, 여기에서는 통증의 고리를 끊는 여섯 단계 릴리프 로드맵으로 뇌를 리셋하는, 매우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네요.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놀라운 뇌, 뇌과학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배웠네요. 어쩌면 그동안 건강 관련 서적을 통해서 알게 된 모든 내용을 단번에 정리해주는 핵심이 아닌가 싶네요. 뇌과학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인 건강법, 삶의 방식을 제공해주는 길라잡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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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행복은 나의 기쁨이야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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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복숭아를 한 입 크게 물면 달콤한 과즙이 입 안 가득 퍼지네요.

발그레 잘 익은 복숭아 그림 위에 적혀 있는 제목을 보면서 행복, 기쁨이라는 단어가 달달한 과즙처럼 생생한 감각으로 느껴졌네요.

《너의 행복은 나의 기쁨이야》는 정한경 작가의 에세이네요.

저자는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이 당연한 세상에서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만약 나를 중심으로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이라면 복숭아를 입에 넣는 순간이 가장 좋을 텐데,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짓게 된다면 그건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일 거예요. 예전에는 행복이라고 하면 당연히 '나'를 위한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우리'가 함께 나누는 것들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점점 나이들수록 행복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살면서 겪게 되는 고비들, 너무나 힘든 순간에는 그 고비만 넘겨도 행복하고, 평온한 나날 속에서는 강렬한 기쁨이 행복으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가벼운 토닥임이 조금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일상의 아픔은 작고 다정한 마음들로 치유되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이 다시 고개 숙인 나에게 돌아와 위로와 힘이 되니 말이에요. 누군가의 행복이 나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여기에 담긴 다정한 언어들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실제로 "너의 행복은 나의 기쁨이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사랑하면서도 정작 그 마음을 말로 전하는 일에는 서툴고 인색했던 것 같아요. 슬며시 이 책을 건네며 말해주고 싶네요.



"내 삶의 무게만으로도 버거운 이 세상에서, 기꺼이 타인의 세계를 내 안으로 끌어안는 일.

어쩌면 사랑이란, 그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의 풍경이 되도록 허락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어느새 함께 봄꽃을 보고, 찾아든 겨울을 함께 견디며, 같은 계절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1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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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피케이션 -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의 해부학
코리 닥터로 지음, 박희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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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덩. 어. 리.

매우 충격적인 표현이지만 그리 낯설진 않네요. 극도의 불쾌감과 쓸모없음, 그리고 피해야 할 더러움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최적화된 단어니까요. 근데 이 단어가 디지털 플랫폼이 수익을 추구하며 사용자에게 점점 나쁘게 변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등장할 줄은 몰랐네요. '똥'을 의미하는 비속어 shit 를 넣어서 만들어진 신조어 '엔시티피케이션 Enshittification'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고 하네요. 일단 플랫폼 이용자에게 잘해주다가 사업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이용자를 괴롭히고, 나중에는 이용자들의 가치를 몽땅 자기들 몫으로 거둬들이고, 남은 플랫폼은 거대한 똥 더미가 된다는 거예요.

《엔시티피케이션》는 코리 닥터로의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의 해부학'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디지털 권리 활동가로서 디지털 인권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왔고, 플랫폼의 부패 현상을 명명하는 '엔시티피케이션'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네요. 이 단어가 언론과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2020년대 디지털 문화와 플랫폼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하네요. 단순히 유행하는 신조어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디지털 환경이 어떻게 망가져가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더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게 만드는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네요. 이래서 대상이든 현상이든 명명하기, 이름을 짓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명칭을 통해 모호했던 대상의 실체를 인지하고 본질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으니 말이에요. 이 책에서는 엔시티피케이션을 역병으로 보고, 역학 조사를 하듯이 원인과 증상, 부패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이윤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구조적 수순이라고 진단하고 있네요. 여기서 멈췄다면 플랫폼에 속아 착취당하는 현실을 폭로하는 허무한 결론이었겠지만 저자는 시장을 장악한 거대 플랫폼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네요. 냉정하게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은 없지만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제대로 좋은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의지와 실천이 뒤따른다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네요. 나빠지는 건 한순간인데 되돌리는 건 더디고 힘든 여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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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다시 살아보겠습니다! - 5.18 희생자가 던지는 목소리
김반석 지음 / 가나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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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주름진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늙은 어머니.

《어머니, 다시 살아보겠습니다!》는 김반석 님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담은 책이네요.

이 책은 '5·18 희생자가 던지는 목소리'라는 부제가 달려 있네요. 저자는 1980년 5월, 당시 열여섯 살의 소년이었고,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과 구타를 경험했고, 겨우 살아남았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알코올 중독으로 폐인의 삶을 살아왔네요. 꿈도 희망도 이름도 잃은 채 지옥 같은 시간을 살아온 저자가 이 책을 썼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네요. 비극의 그날을 떠올리며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네요. 유물이나 유적으로 확인하는 머나먼 과거의 역사가 아닌, 직접 겪은 사람들이 그날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도 역사 왜곡을 넘어 조롱과 멸시의 말들로 민주항쟁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을 욕보이는 무리들이 존재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문제네요. 군부독재와 맞서 싸우며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시민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살아온 한 개인의 자전적 기록이자 시대의 증언이라고 할 수 있네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떻게 그 외로움과 고통을 견뎌냈을까요.

어머니, 저자의 어머니는 홀로 아들을 키우시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자신의 삶을 묵묵히 걸어오셨고, 감옥에 있는 아들을 끝까지 붙잡아준 분이셨네요. "아들아! 너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74p) 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어머니가 떠나신 뒤에도 그 목소리가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고 하네요. 절망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믿음으로 지켜낸 삶, 저자의 삶 자체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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