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과학, 저울 위 물리 - 읽다 보면 정신없이 빠져드는 일상 밀착 물리학 이야기
다나카 미유키.유키 치요코 지음, 오쓰카 아야카 그림, 이효진 옮김 / 오아시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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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호, 반가운 이름이 보이네요.

고등학교 물리 교사인 다나카 미유키와 대학교 강사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유키 치요코의 신작이 나왔네요. 사실 저자의 이름을 기억했던 건 아니고, 전작 《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의 저자들이라서 아는 체를 했네요.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물리학 지식 말고 생활밀착형 탐구 방식으로 일상 도구들에 숨겨진 물리학의 원리를 알려줘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냉장고가 등장하네요. 지난번에는 가위, 숟가락, 포크, 샤워기, 선풍기, 클립 등 이름 모를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도구들이 대부분이었고 기본적인 물리 법칙을 설명했다면, 이번 책 《냉장고 속 과학, 저울 위 물리》는 비교적 최근에 발명된 도구들이라서 발명한 사람과 개발에 관여한 사람들을 알 수 있고 다양한 궁금증들을 연결지어 도구를 똑똑하게 사용하는 법까지 알려주니 일석이조네요.

얼마 전 무더운 여름날,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이 연달아 고장나면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자는 겨울날, 냉장고를 열어 보니 꽝꽝 얼어 있어야 할 식재료가 말랑말랑해져서 고장을 발견했는데, 물리학자라서 다행이다 싶었대요. 일단 문을 열면 불이 켜지니 전기 쪽의 문제는 아니고, 냉장고 시스템 자체에 문제라는 걸 바로 파악했다는 거예요. 이미 오래 사용한 냉장고라 새로운 제품을 사기로 결정하고 급하게 주문했다고 하네요. 겨울이라서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은 밖으로 빼놨는데, 문제는 거의 다 녹은 냉동 고기와 생선이었고, 해결책은 밤새 조리거나 구워서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했다고 하네요. 다른 가전 제품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으로 버틸 수 있지만 냉장고가 고장나면 음식들이 금세 상할 수 있어서 가장 곤란한 것 같아요. 냉장고 못지 않게 매일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는 잘 활용하려면 물리 지식이 필수네요. 불 없이 음식을 데우는 마이크로파의 비밀은 물분자만 진동시킨다는 점이네요.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라고 하는 전자파가 음식에 닿아 따뜻하게 만드는 원리인데, 마이크로파는 음식 전체가 아니라 음식 속의 물 분자만 진동시키기 때문에 꽝꽝 얼어 있는 얼음은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녹지 않네요. 다만 얼음 주변이 조금이라도 녹아서 물방울이 생기면 그 물방울이 따뜻해지면서 생긴 열이 얼음에 전달되어 녹게 되네요. 또한 마이크로파는 진동수가 300MHz (메가헤르츠)에서 300GHz (기가헤르츠)인 전자파이며 진동수가 크면 빠르게 진동하므로 그만큼 큰 진동에너지를 갖는데, 현재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진동수는 2.45GHz로 정해져 있고, 이는 1초 동안 24억 5,000만 번 진동한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마이크로파는 통신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통신 장애를 막기 위해 사용 주파수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고 해요. 근데 전자레인지 사용 중에 새어 나오는 마이크로파로 인해 와이파이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경우는 와이파이 전파의 진동수가 공교롭게도 전자레인지 진동수와 거의 같아서 영향을 받는 거라고 하네요. 전자레인지가 물 분자만 진동시켜 음식을 데운다는 원리를 알면 달걀을 껍질째로 가열했다가 폭발하는 위험은 미리 예방할 수 있네요. 일상에서 사용하는 '보는 도구', '전달하는 도구', '먹는 도구', '막는 도구', '재는 도구'로 나누어 과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니 과학과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아는 것이 힘!', 일상 속 과학 지식의 쓸모를 새삼 확인했네요.


#냉장고속과학저울위물리#다나카미유키#유키치요코#오쓰카아야카그림#카시오페아#카시오페아출판사#일상밀착물리학이야기#물리이야기#교양물리#교양과학#물리#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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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영어 필사 - 세네카, 흔들림 없는 삶의 태도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노윤기 옮김 / 베이직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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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철학을 온전히 내 것으로 이해하려면 적절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한 번 읽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또 읽어보고, 그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해요.

세네카의 철학을 영어 문장으로 읽고 쓰면서 그 뜻을 되새겨볼 수 있는 책이 나왔네요.

《철학하는 영어 필사 : 세네카, 흔들림 없는 삶의 태도》는 철학적 사유와 영어 학습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책이네요.

우선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먼저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지금 세네카의 문장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네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고대 로마 제국의 정치인, 철학자, 극작가이자 후기 스토아 학파를 대표하는 핵심 인물이며 뛰어난 웅변술과 학식으로 로마 정계에 두각을 나타냈으나, 황실의 질투와 정치적 음모로 인해 코르시카 섬으로 8년간 유배를 떠나기도 했네요. 이후 네로의 어머니인 아그리피나의 부름을 받아 복귀하여 네로의 교육을 맡았고, 네로가 즉위한 초기 5년 동안은 세네카의 보좌 덕분에 로마 제국이 안정적으로 통치되어 황금기를 보냈으나 네로가 폭군으로 변하면서 정계에서 은퇴했네요. 은퇴 후 학문과 집필에만 몰두하던 세네카는 네로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을 쓰고, 네로의 명령에 의해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네요.

세네카의 철학은 탁상공론이 아닌 치열한 자기 성찰의 결과물이었고,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있으며,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나 자신의 태도와 이성'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조언이자 든든한 삶의 지침이 되고 있네요.

책의 구성은 하루 한 장씩, 세네카의 말을 영어 문장으로 읽고 의미를 생각하며, 필사 노트에 오늘의 날짜를 기록하고 본문을 따라 쓰면서 철학적 의미를 사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네요. 눈으로도 읽고 소리내어 읽으면서 영어 문장에서 핵심 단어와 구문을 확인하며 영어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네요. 읽고 쓰는 과정은 본인이 원하는 속도에 맞춰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계획적으로 실행하면서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네요. 본문 우측 상단에 QR코드가 있어서 원어민의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네요. 하루도 빠짐없이 한 장씩 필사한다면 모두 100일의 필사를 완성할 수 있네요. 첫 장에 '100 DAY CHALLENGE' 가 있어서 매일 필사를 마친 뒤에 해당 숫자에 색칠을 하거나 동그라미를 그려서 '완료'를 표시할 수 있네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적 평정심을 지녔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온전한 주인으로 진정한 오늘을 살아냈던 세네카의 지혜를 손끝에서 마음으로 익힐 수 있는 필사 책이네요.




#철학하는영어필사#세네카#베이직북스#세네카흔들림없는삶의태도#철학을새기는가장깊은시간#영어필사#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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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초급 1 - 배운 문법으로 내 문장을 말하게 되는 일본어 ㅣ 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1
오겡끼홈스쿨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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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겡끼데스까?"

일본어를 몰라도, 영화 <러브레터>를 봤다면 이 대사를 기억할 거예요.

여주인공이 설원에서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눈에 선하네요.

영화와 만화 때문에 일본어를 배워볼까, 마음을 먹었다가 금세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는데, 이번엔 새로운 교재로 도전하게 되었네요.

《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초급 1》은 오겡끼홈스쿨 코니(최인영)의 첫 종이책 교재라고 하네요.

저자는 현재 오겡끼홈스쿨의 대표이자 일본어 교육 콘테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많은 학습자들과 소통 중이라고 하네요.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직접 만든 '한입 일본어'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 일본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쉬운 말들도 간결하게 설명하고, 문법과 단어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50문장의 예문이 나와 있네요. 무작정 외우는 게 아니라 문장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한 다음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쉬운 문장을 직접 만드는 연습을 통해 제대로 쓸 수 있는 일본어 실력을 키워가는 방식이에요.

총 30강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 강의는 앞서 언급했던 "데쓰, 데쓰까?"로 시작하네요. 단어(명사) 뒤에 "데쓰"를 붙이면 "~입니다"라는 문장을 만들 수 있고, "데쓰까"를 붙여 주면 "~입니까?"라는 질문이 돼요. 일본어는 물음표를 사용하지 않고, 구점( 。)으로 문장을 끝내는 경우가 많아서 질문인지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문장의 제일 끝이 "까"로 끝난다면 질문일 가능성이 높겠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네요.

학습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체계적이네요. 먼저 기초 문법을 설명해주고 어떤 형태인지를 파악하며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 다음엔 '오늘의 단어'를 외우고, 배운 문법을 적용하여 직접 문장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QR코드를 통해 원어민 선생님의 발음을 들을 수 있어요. 제시된 한국어 문장 50개를 보고 혼자 일본어 문장 만들기를 반복적으로 훈련하기 때문에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 말하는 실전형 회화 교재라고 할 수 있네요. 교재 맨 뒤에 귀여운 병아리와 꽃 스티커가 있어서 앞장에 커리큘럼이 표시된 부분에 '확인' 칸에 스티커를 붙이면 돼요. 한 강의 공부가 끝날 때마다 '학습 목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네요. 일본어 학습에서 초보자 병아리들을 위한 깜찍한 응원이라서 은근 기분이 좋네요. 온라인 학습 채널이 많아졌지만 아날로그 타입의 학습자에겐 역시 종이책 교재만의 매력이 있네요.




#왕초보를위한한입일본어초급1#오겡끼홈스쿨#모티브#모티브출판사#배운문법으로내문장을말하게되는일본어#일본어초급#일본어기초문법#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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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온선(온라인선생님)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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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마트폰 앱 알림이 뜨네요.

오늘도 업데이트해야 할 앱 목록이 주르륵.

클릭 한 번이면 업데이트는 끝나지만, 요즘 부쩍 업데이트 횟수가 빈번해졌네요.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다 보니 모든 것들이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는 것 같아요.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던 반복적인 작업들이 AI 로 자동화되고, 초보자들도 AI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이나 번역, 코딩 등 고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네요.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더 쉽고 빠르게 더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으니 우리 삶은 더 편해져야 하는 게 맞는데, 왜 더 조급해지는 걸까요. 어쩐지 나 자신도 계속 업데이트 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네요.

《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는 온선(온라인선생님) 작가의 자기계발서네요.

저자는 8년간 혼자 일하며 24만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면서 업데이트 인간으로서 기대와 피로를 동시에 느꼈고, 자신에게 맞는 일의 크기와 속도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 멈추지 못해서 하는 일이 되어 버리면 어느 순간, 좋아하는 마음까지 같이 태워버리게 된다고, 이른바 번아웃 상태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내가 어떤 조건에서 오래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 책은 멈춤에서 다시 시작된 기록이네요.

AI 와 디지털 도구로 무엇이든 더 빨리 많이 해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더 할까' 대신에 '어디까지 할까'라는 나만의 기준으로 멈출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네요. AI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직도 적응 중이라서 가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어요. 회중시계를 꺼내더니, "아, 세상에! 이러다 늦겠어!"라고 중얼거리며 급하게 달려가는 토끼를 뒤쫓아간 앨리스처럼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들어 와 있네요. 앨리스는 무언가를 먹거나 마실 때마다 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가 작아지면서 자기 몸의 크기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눈물바다를 만드는데요. 기술의 발달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은 무한히 커졌지만 내 몸에 맞지 않는 방식과 통제할 수 없는 속도를 따라가다간 지쳐 쓰러지고 말 거예요. 길을 잃은 앨리스가 체셔 고양이에게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자, 고양이는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라고 답해줬는데, 바로 이 대목이 저자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네요.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어야 어디든지 원하는 속도로 가고 싶은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네요.


"어제의 속도는 성실함이었는데, 오늘의 속도는 느림처럼 보일 수 있다.

내가 마음에 걸린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AI가 일을 대신 해준다는 말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AI가 기준을 바꾼다는 사실이었다.

도구가 생기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기대가 올라간다.

기대가 올라가면, 예전과 같은 속도로 일하는 사람은 어느새 부족한 사람이 된다.

처음에는 가능성처럼 보였던 것이, 어느 순간 기준이 된다.

그리고 기준은 사람을 조용히 밀어붙인다."

(16-17p)


"변화는 빽빽하게 채워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비워두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다.

모든 시간을 일로 바꿔버리면, 그런 말이 들어올 자리도 함께 사라진다.

비워둬야 보이는 일이 있었다.

··· 다 하지 않은 자리에, 하고 싶었던 것이 남았다."

(211-212p)



#더많이할수있지만다하지않습니다#온선#온라인선생님#모티브#모티브출판사#AI시대나의일과시간을다시고르는법#일의주도권을장악하는법#자기관리#자기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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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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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카를로 씨, 어떤 물체가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다는 것을

완전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떤 것이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생각은 어느 부분이 오류일까요?

··· 그는 물체의 운동 상태 여부를 측정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관찰할 수 없어도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권위 있는 대학의 철학과에 다니는 청년이

4세기 전 갈릴레오가 깨달은 바를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 학생이 관찰할 수 없음에도 절대운동이라는 실체가 있다고

믿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이 책을 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26-27p)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 《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는 2024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진행된 강연을 엮은 책이네요.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로부터 초청을 받은 저자는 현재 진행 중인 과학혁명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성찰하고 이야기하고 있네요.

저자는 철학과 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그 친구가 물리학에 관해 알고는 있지만 믿지는 않는다는 점을 짚어내고 있네요. 물리학의 운동 개념은 배워서 알지만 자신의 직관, 즉 제한된 경험의 산물이 더 신뢰할 만한다고 여긴 거예요. 이러한 오류가 현대 철학을 가두고 있다고 본 저자는 갈릴레오의 직관에서 시작해 양자역학, 지식의 본질, 그리고 양자 중력에 이르기까지 현대 물리학이 밝혀낸 관계적 세계관의 철학적 의미를 살펴보고 있네요.

저 역시 세상을 생각하는 방식이 앞서 소개한 철학과 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네요. 우주에 비하면 아주 작고 독특한 행성인 지구에 살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된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는 편견이 생긴 거죠.

이 책에서는 여섯 번의 강의와 한 번의 특별 강의가 수록되어 있네요. 저자는 우리와 자연 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지식과 세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네요. 양자역학은 매번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어려운데, 단순하게 표현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든 물리적 변수와 관련되어 있기에 상대적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네요. 절대적인 고유성이나 분리된 사물은 없으며, 모든 것은 상호작용과 관계라는 그물망 속에 결정되며, 상대적 의미 이외에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존재를 근본적으로 축소하네요. 우리의 지식은 현실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담고 있고,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정보이며 불완전하기에 오히려 진화할 수 있음을 강조하네요. 세계는 관계주의와 관점주의가 더해져 여러 과정 속에서 물질과 유동적 시공간이 생겨나고, 그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인 거예요. 우리의 직관은 시간을 흘러간다고 느끼지만 흐르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네요. 과학자인 저자에게 '무엇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은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평등하게 존재하며, 그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어요. 우리가 세상을 관찰하고 연구할 때, 우리는 세상과 동떨어진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묘사하고 있는 세상의 일부이며, 세상은 우리의 혈육과 같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시스템이라는 거예요. 현대 과학과 일관되게 세계를 해석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는 주관적 관점이며, 진리는 주관적이라는 거죠. 따라서 과학적 지식을 신뢰하지만 언제든 오류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태도가 필요하네요. 우리는 이미 아는 것을 버리지 않고 그것을 고쳐가며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고 있네요. 저자는 우리를 익숙한 세계에서 낯설지만 친근한 세계로 안내하고 있네요.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만물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에게 기대어 있으며, 관계와 관점으로 엮여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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