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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온선(온라인선생님)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마트폰 앱 알림이 뜨네요.
오늘도 업데이트해야 할 앱 목록이 주르륵.
클릭 한 번이면 업데이트는 끝나지만, 요즘 부쩍 업데이트 횟수가 빈번해졌네요.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다 보니 모든 것들이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는 것 같아요.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던 반복적인 작업들이 AI 로 자동화되고, 초보자들도 AI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이나 번역, 코딩 등 고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네요.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더 쉽고 빠르게 더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으니 우리 삶은 더 편해져야 하는 게 맞는데, 왜 더 조급해지는 걸까요. 어쩐지 나 자신도 계속 업데이트 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네요.
《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는 온선(온라인선생님) 작가의 자기계발서네요.
저자는 8년간 혼자 일하며 24만 크리에이터로 성장하면서 업데이트 인간으로서 기대와 피로를 동시에 느꼈고, 자신에게 맞는 일의 크기와 속도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 멈추지 못해서 하는 일이 되어 버리면 어느 순간, 좋아하는 마음까지 같이 태워버리게 된다고, 이른바 번아웃 상태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내가 어떤 조건에서 오래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 책은 멈춤에서 다시 시작된 기록이네요.
AI 와 디지털 도구로 무엇이든 더 빨리 많이 해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더 할까' 대신에 '어디까지 할까'라는 나만의 기준으로 멈출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네요. AI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직도 적응 중이라서 가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어요. 회중시계를 꺼내더니, "아, 세상에! 이러다 늦겠어!"라고 중얼거리며 급하게 달려가는 토끼를 뒤쫓아간 앨리스처럼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들어 와 있네요. 앨리스는 무언가를 먹거나 마실 때마다 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가 작아지면서 자기 몸의 크기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눈물바다를 만드는데요. 기술의 발달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은 무한히 커졌지만 내 몸에 맞지 않는 방식과 통제할 수 없는 속도를 따라가다간 지쳐 쓰러지고 말 거예요. 길을 잃은 앨리스가 체셔 고양이에게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자, 고양이는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렸지"라고 답해줬는데, 바로 이 대목이 저자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네요.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어야 어디든지 원하는 속도로 가고 싶은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네요.
"어제의 속도는 성실함이었는데, 오늘의 속도는 느림처럼 보일 수 있다.
내가 마음에 걸린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AI가 일을 대신 해준다는 말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AI가 기준을 바꾼다는 사실이었다.
도구가 생기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기대가 올라간다.
기대가 올라가면, 예전과 같은 속도로 일하는 사람은 어느새 부족한 사람이 된다.
처음에는 가능성처럼 보였던 것이, 어느 순간 기준이 된다.
그리고 기준은 사람을 조용히 밀어붙인다."
(16-17p)
"변화는 빽빽하게 채워서 얻은 것이 아니었다.
비워두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다.
모든 시간을 일로 바꿔버리면, 그런 말이 들어올 자리도 함께 사라진다.
비워둬야 보이는 일이 있었다.
··· 다 하지 않은 자리에, 하고 싶었던 것이 남았다."
(211-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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