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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 - 인간관계부터 커리어까지, 생각이 많은 나를 위한 철학 수업
크리스토프 크바르히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어떤 질문이든지 척척 답을 알려주는 AI 덕분에 참으로 편한 세상이 되었네요.
단순히 지식을 얻는 목적이라면 AI 만큼 효율적인 도구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인간의 사고는 적절한 용량과 속도를 요구하네요. 집중해서 깊이 파고들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진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네요. 똑같은 책이라고 해도 각자 읽는 방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것이 달라지네요.
《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은 세계적인 철학자 32인이 알려주는 Q&A 철학책이네요.
'짧은 철학책'이라는 제목처럼 작고 아담한 사이즈라서 누구나 부담없이 쉽게 펼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철학이란 무엇이며, 철학의 역사는 어쩌구 저쩌구,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줄줄이 나열하는 식으로 우리를 지루하게 만드는 철학 수업이 아니라는 거죠. 짧은 글과 영상으로 된 콘텐츠가 일상이 된 요즘 세상에 '철학책'이 두껍기까지 하다면 아예 들춰볼 엄두를 내지 못할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궁금하거나 재미있거나, 그럴 것 같은 내용이라야 관심을 가지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짧고 명쾌하게,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철학으로 긁어주네요.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삶의 질문들을 명쾌하게 "Yes or No"로 답해준 다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방식이네요. 일상의 질문들은 크게 여덟 가지 주제, 즉 '살다 보니 나를 잃었을 때 읽는 철학', '나를 지키면서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철학', '일하는 인간과 놀이하는 인간 사이의 철학', '진정한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고민하는 철학',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부모 자식 관계의 철학',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정치의 역할을 묻는 철학','인간의 불변하는 터전, 지구와 더불어 사는 철학', '과학이 종교가 된 시대, 신을 변호하는 철학'으로 나뉘어져 있네요. 앞서 언급했듯이 궁금한 질문에 대한 철학자의 답변을 읽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단편적인 지식을 얻는 데에 그칠 거예요. 하지만 철학자의 답변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나만의 논리를 전개해본다면 좀 더 깊이 있는 철학 수업이 될 수 있네요. 당장 눈앞에 놓여진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지구까지 폭넓게 세상을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었네요. 짧지만 깊은, 나를 위한 철학 시간이었네요.
◆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와 '예정 조화'
"정해진 운명이란 게 있을까?"
ㅣ 아니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지친 표정의 축구 선수가 숨을 헐떡이며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결정적인 패널티킥을 실패했고, 그전에도 두 번이나 골대를 맞혔습니다. 그의 팀은 탈락하고 말았지요. "이러면 안 되는 거예요." 그는 운명을 원망합니다.
장면이 바뀌고, 한 여자가 멍한 표정으로 딸의 무덤 곁에 서 있습니다. 스무 살, 교통사고, 무과실, 전날 밤 그녀는 딸이 죽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24시간 후 정말로 죽음이 들이닥쳤습니다. "이게 우리 아이의 운명이었나 봐요." 그녀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쉽니다. "운명이었어요."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 노력한다는 점이지요. 막다른 골목에 선 그들에게 길은 두 가지뿐입니다. 신, 아니면 운명이죠. 그런데 신을 믿는 대부분의 사람은 설명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만한 일에는 신을 찾지만, 반대로 신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에는 운명을 탓합니다.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운명은 우리의 자유와 책임을 거부하니까요. 한 인간의 삶에 운명이 사사건건 끼어든다면, 결국 우리 삶 전체가 운명인 것 아닐까요? 그래도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철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선한 신이 창조한 세상이 불완전해서 너무 괴로웠고, 그래서 신을 위한 변론, 즉 신정론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글에서 그는 운명이 온갖 시련을 안겨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능한 세계 중 최선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이것이 '예정 조화'입니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거대한 삶의 조화에 들어갈 한 부분으로 계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 이 이론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지전능한 창조주를 믿어야만 그의 학설을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아니면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아쉬운 지점입니다. 고통이 넘쳐 나도 이 세상에 뭔가 질서가 있다고 믿으면 아무래도 사는 것이 좀 수월해질 테니까요." (187-18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