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우너스 - 불확실성에 뛰어들어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들
윤상윤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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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제 겨우 디지털 세상에 익숙해졌나 싶었는데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더 빠르게 변하고 있네요.

토끼굴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 쑥 빨려들어간 앨리스처럼 모험과 도전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3세기에 걸쳐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앨리스의 진정한 힘은,

바로 '알려지지 않은 세계' 속으로 주저 없이 뛰어들어 그 세계에 몰입하는 태도 그 자체였다.

··· '알려지지 않은 세계'로 주저하지 않고 발을 내딛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언노우너스'라 부른다."

(8-17p)

《언노우너스》는 '불확실성에 뛰어들어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네요.

저자는 인사조직 전문가로 20년간 일하면서 여러 산업군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 흥미롭게도 어느 조직에나 두 가지 타입의 사람이 있더라는 거예요. 하나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 몰입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에 몰입하는 사람들이네요. 관찰을 거듭할수록 이 차이는 우연이나 선택의 결과가 아닌 구조적 차이라고 여겼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하네요. 서울을 비롯한 해외 주요 도시의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는 리더와 구성원들을 찾아가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터뷰를 바탕으로 개념설계와 진단모델을 구축하여 카이스트에서 조직행동을 연구하는 한주훈 교수와 함께 타당성을 검증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네요. 사람들은 소속된 조직이나 직업, 환경을 불문하고 상반된 선택지 앞에서 각자의 경향성에 따라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선택을 내린다는 거예요.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하나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잘 알려진 선택지고, 다른 하나는 불확실하지만 기회가 클 수도 있는 알려지지 않은 선택지인데, 각각의 선택지를 고르는 개인의 경향성을 인간의 인지 패턴을 설명하는 핵심 원리로 보고 '노운 시스템'과 '언노운 시스템'으로 분류한 거예요.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취향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뇌가 몰입하고 반응하는 대상 자체가 달라서 한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체계적인 패턴으로 형성된다는 거예요. 이 두 시스템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두 가지 방식인데 지금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기에 언노운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에는 다섯 명의 잘 알려진 언노우너들, 글로벌 리더들의 실전 사례를 통해 구조적 강점과 그 강점이 만들어낸 성과들, 그리고 그와 짝을 이루는 약점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있네요. 각 인물을 위인화하거나 그들의 결함을 논하는 게 아니라 언노운 시스템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네요. 핵심은 언노우너의 사고가 천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네요. 타고난 경향성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용기를 가지면 된다고, 우리에겐 선택권과 실행할 힘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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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의 조건 : 야망은 큰데 왜 아직도 평범한가 세계척학전집 6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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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정곡을 찌르는 날카롭고 명확한 조언이 여기에 있네요.

"야망은 큰데, 왜 아직 평범한가.

당신이 평생 강함이라 믿고 끌어 안은 것, 그것이 당신의 천장이었다.

이제 그 천장을 깰 시간이다." (7p)

지식 크리에이터 이클립스의 《초월자의 조건》은 세계척학전집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네요.

저자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이고, 거기에 이르는 길이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인류는 그 길을 탐구해왔고, 거기에 도달한 사람들을 초월자라고 부르며, 이 책은 초월자로 나아갈 수 있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네요.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자신이 만든 한계를 깨부순다면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자기를 넘어선 사람, 즉 초월자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책의 구성도 진단, 해체, 저항, 도약 순으로 자신을 옭아매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어떻게 해야 거기서 풀려날 수 있는지, 자기 극복과 한계 돌파를 이뤄내는 과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네요. 스물다섯 명의 사상가가 알려주는 초월자의 조건인 거죠. 단순히 철학적 이론을 아는 데에 그치치 않고 사상가들의 통찰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여 현실적인 고민을 해결하고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네요. 하나의 목표, 초월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자기극복의 문법들을 만날 수 있네요. 자기를 넘어선다는 의미는 더 나은 삶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삶을 영원히 원할 만큼 충실하게 산다는 것임을 배웠네요. 내가 아닌 누구, 나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기다리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해요. 자기계발서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진짜 나', '나다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깨달아야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네요. 남들과의 경쟁에 찌들어서 자기한계에 갇힌 사람들을 위한 강력한 탈출구가 아닌가 싶네요.

"호나이는 특별한 책을 썼다. 『자기분석』. 당시 정신분석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분석가 없이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여겼다.

호나이는 달랐다. 사람은 스스로 분석할 수 있다고 봤다. 한계는 있지만 불가능하지 않다고. 그녀 자신이 그것을 실천했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냉담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자기 안의 기본 불안을, 신경증적 경향을, 이상화된 자아를 하나씩 발견해나갔다. 그 과정이 그대로 그녀의 이론이 됐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것은, 대부분 알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분석은 자기 비난과 전혀 다르다. 자기 비난은 이상화된 자아가 현실의 자아를 공격하는 일이다. 자기 분석은 그 공격 자체를 한 발 물러나 관찰하는 일이다. ··· 호나이가 본 회복의 방향은 위가 아니라 아래였다. 더 완벽한 자아로 기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완벽한 가짜를 알아보고 불완전한 진짜 곁으로 내려오는 것. 자기를 넘어서는 일은 완벽한 자아에 닿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짜임을 알아보고 거기서 내려오는 것이다. 초월자의 조건은 가짜에서 내려오는 자." (241-2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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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
김성재 지음 / 싱긋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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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견지망월,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더니 달을 잊어버리고 손가락을 본다는 뜻의 한자성어네요.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인데,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는 그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아요. 거짓말도 너무나 뻔뻔하게 공언하니 어떤 논쟁 사안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네요. 대중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완전히 속이는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들어야 할까요.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은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네요.

그동안 살면서 주류언론의 공정성을 크게 의심하지 못하다가 두 번의 탄핵을 거치면서 주류언론의 민낯을 보게 되었네요. 기득권의 프레임과 기계적 중립에 갇혀 언론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무척 실망했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네요. 저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언론의 끔찍한 왜곡보도를 목격하고 언론개혁에 작은 힘을 보태기로 결심한 뒤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늘 고민의 중심에 언론개혁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우리가 왜 나쁜 뉴스와 헤어져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궁극적으로 언론개혁에 이르는 길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있네요. 과거 기성언론들이 어떻게 해왔는지, 그 속내를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씁쓸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며, 앞으로 경계하고 바꿔나가야 할 언론의 방향을 제시해주네요. 저자의 말처럼 나쁜 뉴스는 과감하게 끊어내야 하네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수많은 뉴스 속에서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스스로 나쁜 뉴스를 가려 소비하는 능력, 즉 '뉴스 리터러시'를 갖춰야 하네요. 뉴스 리터러시를 키우려면 학교와 사회, 언론에서 나서서 교육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서 개선이 필요하네요. 우리 스스로 현실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무엇이 먼저랄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언론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론 미디어 학자들은 물론이고 현직 기자들도 뉴스를 포털로 보지 말라고 권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위에서 얘기한 '조각난 뉴스'와 '알고리즘' 문제 때문입니다. 포털과 유튜브가 저지르는 최대의 장난은 바로 알고리즘입니다. 나도 모르게 알고리즘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나의 뇌는 한족으로 기울어 현실을 공정하게 보는 눈을 잃고 맙니다. 세상을 편향적으로 보게 되는 것, 이것이 '확증편향'입니다. 식사할 때 편식을 하게 되면 몸이 영양 불균형 상태에 빠져 건강을 잃는 것처럼, 편향적 뉴스만 보게 되면 우리 정신도 병들어갑니다." (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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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신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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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간끼리는 마피아 게임,

여기에 신이 개입하면 신 게임.

세상에나! 추리 미스터리 장르 속에 본격적으로 신이 등장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네요.

마야 유타카 작가의 《안녕 신》은 일본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전작 《신 게임》이 처음엔 아동도서로 출간되었다가 충격적 세계관과 전개로 뒤늦게 어른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후속작으로 이번 작품이 나왔다고 하네요. 등장인물들이 초등학생이니까 당연히 아동도서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에 대해 굳이 반박하지 않고 그대로 출간한 뒤 대중들이 스스로 알아차리게 만든 것까지 계획했다면 진짜 천재 작가네요. 겉모습에 속지 말라고 했는데 깜박 속았네요. 뭔가 이야기 자체가 마술 기법처럼 눈앞에서 보고도 바보가 된 기분이네요.

이 소설은 구온초등학교 5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신 게임'이 진행되고 있네요. 2학기에 전학 온 스즈키 다로는 키가 크고 잘생긴 데다 머리도 좋고 스포츠도 만능이라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거기에 성격까지 좋아서 누구에게나 친절한, 그 어디서도 보기 힘든 비현실적인 만화 주인공 같은 완벽한 인간이네요. 근데 스즈키 자신은 완벽한 인간을 넘어 자신을 '신'이라고 말하네요. 예언을 통해 그 말을 증명하면서 대다수 아이들의 절대적인 추앙을 받고 있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친구들도 있네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치베 하지메가 만든 탐정단에는 구와마치 준, 우에바야시 다이지, 히도 유코, 마루야마 잇페이가 속해 있네요.

주인공은 '나'로 등장하는 구와마치 준이네요. 스즈키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담임 교사 미하타 선생님이 살인 용의자로 몰리자 무죄를 믿고 돕기 위해서 스즈키에게 말을 걸었네요. 범인이 누구냐고, 그러자 "범인은 우에바야시 마모루야." (9p)라고 선언한 거예요. 설마, 친구 우에바야시의 아빠가 살인범이라고? 믿을 수 없지만 아예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없으니, 탐정단 친구들과 함께 조사를 시작하고, 스즈키가 지목한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면서 구와마치 준은 점점 신을 믿게 되는데... 주변에서 연이어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스즈키에게 범인이 누구인지를 묻는 구와마치 준, 근데 이상하죠, 왜 '신'인 스즈키는 구와마치 준에게만 범인을 알려줬을까요. 패를 다 보여주는 게임에서 마지막 승자는 누구일까요.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애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과 여섯 건의 살인사건이 결코 우연일 수는 없겠지요. 마야 유타카의 미스터리는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신의 뜻을 찾는 일이었네요. 왠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네요.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괴롭다고 말하면 그건 괴로운 거야. 네가 생각하는 '괴로움'이 아니라, 내가 말하는 '괴로움'이 곧 괴로움의 정의가 되는 거지."

태연하게 받아치는 신.

"그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정의 자체도 바뀌는 거 아니야?"

"그렇게 되겠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 바뀌어. 네 과거조차도 말이야."

엉뚱한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신. 마지막 말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기로 했다.

"······하나만 알려줘. 물론 대답하지 않아도 돼."

"역시 이 사건에 대한 정보가 알고 싶어?"

상쾌한 표정의 스즈키가 나를 곁눈질한다.

"그건 탐정단에서 조사할 거야. ······내가 알고 싶은 건 우리가 스스로 납득할 만한 대답에 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거야."

"상당히 우회적인 질문이군. 하지만 그 마음은 이해해."

"그럴 수밖에 없지. 신이라면 거리낌 없이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으니."

"하하하. 좋아. 알려줄게. 충분히 가능해."

나는 안도했다. 설령 인간관계의 늪에 빠지더라도 사고思考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않는 것 같다. 애초에 인간관계에서는 이미 이변이 발생했다. 둘 다 늪에 빠지는 것보다는 낫다. 스즈키의 말에 거짓은 없으리라. 어찌 됐든 신을 믿기로 했다.

(115-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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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지구 끝에서도 살아남는 작고 여린 잎에 숨은 강인함에 대하여
곽준명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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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식집사'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탁월한 것 같아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뜻하는 '고양이 집사'라는 말도 고양이를 세심하게 살피고 보살핀다는 의미에서 나왔듯이, '식집사' 역시 반려식물에 대한 마음은 가족을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예요. 꽃과 나무를 정성껏 기르는 식집사들은, 어쩌면 이미 눈치챘을 식물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식물의 세계에 매료되고 말았네요.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는 식물생명과학자 곽준명 교수의 책이네요.

저자는 처음부터 식물 연구를 해온 것이 아니라 제약회사 연구소를 다니다가 동물 실험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동물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눈을 돌렸고, 대학원에서 식물을 이용한 분자유전학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식물생명과학의 길로 들어서는 출발점이었다고 하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식물을 연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다가 초록색 세포를 들여다보면서 점점 식물의 세계가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지 깨닫게 되었다고 해요.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는 식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움직일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식물이 진화시켜온 생존 전략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워요. 식물은 뇌와 신경계가 없지만 수용체를 이용하여 동물보다 훨씬 정교한 세포 신호전달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세균이나 벌레의 공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온몸으로 통증 신호를 퍼뜨리고, 이웃 식물들에게 휘발성 화합물을 발산하여 위험을 경고하며, 소리에 반응할 뿐 아니라 스스로 소리를 낼 줄 안다고 하네요. 식물은 어떤 소리를 낼까요. 2023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에어캡, 흔히 뽁뽁이라고 부르는 비닐 완충제를 터뜨릴 때와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하네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시간당 한 번 정도로 조용한 편인데 물 부족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시간당 30~50번에 이르는 수다스러운 반응을 보인다는 거예요. 매우 약한 초음파라서 우리 귀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생쥐나 나방 같은 동물이나 곤충들은 3~5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식물은 우리와 방식이 다를 뿐이지 똑같이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 존재이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생존 전략을 지닌 지능적인 생명체라는 것을 새롭게 배우는 계기였네요. 저자의 말처럼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커다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식물의 놀라운 능력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되네요. 초록 세포 속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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