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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지구 끝에서도 살아남는 작고 여린 잎에 숨은 강인함에 대하여
곽준명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식집사'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탁월한 것 같아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뜻하는 '고양이 집사'라는 말도 고양이를 세심하게 살피고 보살핀다는 의미에서 나왔듯이, '식집사' 역시 반려식물에 대한 마음은 가족을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예요. 꽃과 나무를 정성껏 기르는 식집사들은, 어쩌면 이미 눈치챘을 식물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식물의 세계에 매료되고 말았네요.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는 식물생명과학자 곽준명 교수의 책이네요.
저자는 처음부터 식물 연구를 해온 것이 아니라 제약회사 연구소를 다니다가 동물 실험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동물이 아닌 다른 대상으로 눈을 돌렸고, 대학원에서 식물을 이용한 분자유전학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식물생명과학의 길로 들어서는 출발점이었다고 하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식물을 연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다가 초록색 세포를 들여다보면서 점점 식물의 세계가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지 깨닫게 되었다고 해요.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역동적이고 활기 넘치는 식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한 번 뿌리를 내리면 움직일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식물이 진화시켜온 생존 전략이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워요. 식물은 뇌와 신경계가 없지만 수용체를 이용하여 동물보다 훨씬 정교한 세포 신호전달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세균이나 벌레의 공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온몸으로 통증 신호를 퍼뜨리고, 이웃 식물들에게 휘발성 화합물을 발산하여 위험을 경고하며, 소리에 반응할 뿐 아니라 스스로 소리를 낼 줄 안다고 하네요. 식물은 어떤 소리를 낼까요. 2023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에어캡, 흔히 뽁뽁이라고 부르는 비닐 완충제를 터뜨릴 때와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하네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시간당 한 번 정도로 조용한 편인데 물 부족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시간당 30~50번에 이르는 수다스러운 반응을 보인다는 거예요. 매우 약한 초음파라서 우리 귀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생쥐나 나방 같은 동물이나 곤충들은 3~5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식물은 우리와 방식이 다를 뿐이지 똑같이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 존재이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생존 전략을 지닌 지능적인 생명체라는 것을 새롭게 배우는 계기였네요. 저자의 말처럼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커다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식물의 놀라운 능력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되네요. 초록 세포 속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