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행복은 나의 기쁨이야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말랑말랑한 복숭아를 한 입 크게 물면 달콤한 과즙이 입 안 가득 퍼지네요.

발그레 잘 익은 복숭아 그림 위에 적혀 있는 제목을 보면서 행복, 기쁨이라는 단어가 달달한 과즙처럼 생생한 감각으로 느껴졌네요.

《너의 행복은 나의 기쁨이야》는 정한경 작가의 에세이네요.

저자는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이 당연한 세상에서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만약 나를 중심으로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이라면 복숭아를 입에 넣는 순간이 가장 좋을 텐데,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짓게 된다면 그건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일 거예요. 예전에는 행복이라고 하면 당연히 '나'를 위한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우리'가 함께 나누는 것들이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점점 나이들수록 행복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살면서 겪게 되는 고비들, 너무나 힘든 순간에는 그 고비만 넘겨도 행복하고, 평온한 나날 속에서는 강렬한 기쁨이 행복으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가벼운 토닥임이 조금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일상의 아픔은 작고 다정한 마음들로 치유되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이 다시 고개 숙인 나에게 돌아와 위로와 힘이 되니 말이에요. 누군가의 행복이 나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여기에 담긴 다정한 언어들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실제로 "너의 행복은 나의 기쁨이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사랑하면서도 정작 그 마음을 말로 전하는 일에는 서툴고 인색했던 것 같아요. 슬며시 이 책을 건네며 말해주고 싶네요.



"내 삶의 무게만으로도 버거운 이 세상에서, 기꺼이 타인의 세계를 내 안으로 끌어안는 일.

어쩌면 사랑이란, 그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의 풍경이 되도록 허락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어느새 함께 봄꽃을 보고, 찾아든 겨울을 함께 견디며, 같은 계절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12-1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엔시티피케이션 -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의 해부학
코리 닥터로 지음, 박희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똥. 덩. 어. 리.

매우 충격적인 표현이지만 그리 낯설진 않네요. 극도의 불쾌감과 쓸모없음, 그리고 피해야 할 더러움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최적화된 단어니까요. 근데 이 단어가 디지털 플랫폼이 수익을 추구하며 사용자에게 점점 나쁘게 변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등장할 줄은 몰랐네요. '똥'을 의미하는 비속어 shit 를 넣어서 만들어진 신조어 '엔시티피케이션 Enshittification'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고 하네요. 일단 플랫폼 이용자에게 잘해주다가 사업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이용자를 괴롭히고, 나중에는 이용자들의 가치를 몽땅 자기들 몫으로 거둬들이고, 남은 플랫폼은 거대한 똥 더미가 된다는 거예요.

《엔시티피케이션》는 코리 닥터로의 '똥이 되어버린 플랫폼의 해부학'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디지털 권리 활동가로서 디지털 인권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왔고, 플랫폼의 부패 현상을 명명하는 '엔시티피케이션'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네요. 이 단어가 언론과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2020년대 디지털 문화와 플랫폼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고 하네요. 단순히 유행하는 신조어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디지털 환경이 어떻게 망가져가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더 나아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게 만드는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네요. 이래서 대상이든 현상이든 명명하기, 이름을 짓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명칭을 통해 모호했던 대상의 실체를 인지하고 본질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으니 말이에요. 이 책에서는 엔시티피케이션을 역병으로 보고, 역학 조사를 하듯이 원인과 증상, 부패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이윤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구조적 수순이라고 진단하고 있네요. 여기서 멈췄다면 플랫폼에 속아 착취당하는 현실을 폭로하는 허무한 결론이었겠지만 저자는 시장을 장악한 거대 플랫폼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네요. 냉정하게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은 없지만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제대로 좋은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의지와 실천이 뒤따른다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네요. 나빠지는 건 한순간인데 되돌리는 건 더디고 힘든 여정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머니, 다시 살아보겠습니다! - 5.18 희생자가 던지는 목소리
김반석 지음 / 가나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주름진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늙은 어머니.

《어머니, 다시 살아보겠습니다!》는 김반석 님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담은 책이네요.

이 책은 '5·18 희생자가 던지는 목소리'라는 부제가 달려 있네요. 저자는 1980년 5월, 당시 열여섯 살의 소년이었고,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과 구타를 경험했고, 겨우 살아남았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알코올 중독으로 폐인의 삶을 살아왔네요. 꿈도 희망도 이름도 잃은 채 지옥 같은 시간을 살아온 저자가 이 책을 썼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네요. 비극의 그날을 떠올리며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네요. 유물이나 유적으로 확인하는 머나먼 과거의 역사가 아닌, 직접 겪은 사람들이 그날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도 역사 왜곡을 넘어 조롱과 멸시의 말들로 민주항쟁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을 욕보이는 무리들이 존재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문제네요. 군부독재와 맞서 싸우며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시민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살아온 한 개인의 자전적 기록이자 시대의 증언이라고 할 수 있네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떻게 그 외로움과 고통을 견뎌냈을까요.

어머니, 저자의 어머니는 홀로 아들을 키우시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자신의 삶을 묵묵히 걸어오셨고, 감옥에 있는 아들을 끝까지 붙잡아준 분이셨네요. "아들아! 너도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74p) 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어머니가 떠나신 뒤에도 그 목소리가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고 하네요. 절망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믿음으로 지켜낸 삶, 저자의 삶 자체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 가사의 일부네요.

십대 시절에는 서른이 멀게 느껴져서, 노래를 들으면서도 가사의 의미가 크게 와닿진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서른 즈음이 아니라 서른을 훨씬 넘긴 뒤에야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느낌이 무엇인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네요.

책 제목만 봐서는 그리 끌리는 주제는 아니었네요. 하지만 첫 문장이 강렬했네요.

"우리의 삶은 오직 단절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9p)

《단절(들)》은 프랑스의 철학자 클레르 마랭의 에세이네요.

'단절' 옆에 '들'이라는 복수의 표현을 괄호 안에 넣은 것이 인상적이네요. '삶은 단절'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단절들이 존재하기에 '단절들'을 빼놓을 수 없는 거죠. 이 책을 읽으면서 김광석의 노래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네요. '단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단절 = 이별'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거죠.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도 삶의 본질을 깨닫기도 하는데 제 경우는 직접 단절을 경험하면서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깨달음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음'을 수용하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라는 점에서 완결의 상태가 아닌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네요.

단절이 칼로 자른 듯 깔끔한 절단이면 좋을 텐데, 삶에 있어서 단절은 '갈기갈기 찢어짐', 즉 삶이라는 천을 찢는 것이라서 각자 뚜렷한 윤곽선을 되찾기 어렵고, 그 때문에 완벽한 단절은 거의 불가능하네요. 삶 속의 단절은 육체적, 신체적 경험으로 뿌리째 뽑혀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인데 우리는 그걸 잃는 순간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뒤늦게 고통을 느끼는 거예요.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모든 단절은 고통스럽고 우리는 그로 인한 상처를 끌어 안고 살아가며, 우리를 고문하는 경험들을 거치게 되네요. 고통의 원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단절은 삶의 위험 요소지만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심오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는 자아의 출현, 자아의 실현과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네요. 다만 단절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자발적으로 벌어지는 비극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깨는' 존재라기보다는 '깨진' 존재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에서는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단절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단절들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네요.

단절은 우리에게, 삶에는 안전한 보장이 없다는 현실을 알려주면서 동시에 그럼에도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네요. 본질적인 위협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용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기쁨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삶의 위험을 감수하며 그 안에서 가능한 모든 기쁨을 느끼려는 시도가 살아갈 용기를 준다고 이야기하네요. 예측할 수 있는 것, 알고 있는 것들은 우리를 더 이상 두렵게 만들 수 없네요. 맞닥뜨려야만 해요. 결국 스스로 해내야 하는, 자신의 몫임을 확인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미치도록 알고 싶은 아이디어 발상법 - 세계 최고 권위 칸 광고제 우승자의 크리에이티브 비법
나카가와 료 지음, 한세희 옮김 / 알토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창의성은 타고나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네요.

일찍이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건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구나 싶었던 거죠.

근데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발상의 힘은 '사고 기술'을 통해 체계적으로 기를 수 있다는 거예요.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무려 15년 가까이 성실하게 노력해왔고, 일본 최고의 광고 회사 덴쓰에 입사하여 8년만에 그토록 원하던 크리에이티브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으며,'칸 광고제'의 아시아 대회인 '영 스파이크스 컴피티션'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최고상을 수상한 현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카피라이터의 체험담이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네요.

《미치도록 알고 싶은 아이디어 발상법》은 나카가와 료의 크리에이티브 비법서네요.

저자는 덴쓰에 입사했을 때 '크리에이티브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희망 부서에 갈 수 없었고, 그때부터 아이디어와 관련된 책을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읽어도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고 해요.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예요. 대개는 책을 쓴 사람을 부러워하다가 끝나는데 저자는 멈추지 않고 7년이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지를 고민하며 혼자 시험했고 드디어 '나만의 회로'를 만들었다는 거에요. 회로를 만든 다음 해에 굵직한 상들을 연달아 받으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이 책에는 저자가 만든 발상의 회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열한 가지 공식이 담겨 있네요.

"아이디어는 찰나의 번뜩임이 아니라 성실한 연구에서 탄생한다. 그 연구의 출발점은 '어려운 상황'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아이디어를 내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스럽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매일 조금씩 발전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따. 우리가 직면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소소한 것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해 보는 것, 성실하게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이 쉽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게 느껴진다면 발상을 위한 출발선에 선 것이다."

(23-24p)

기획을 위한 발상이 무엇이며, 아이디어의 싹을 틔우는 효과적인 접근법과 막힌 머릿속을 뚫는 비결 등등 발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유익했지만 저자가 강조한 성실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네요. 눈앞의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힘이 아이디어 연구의 핵심이며, 그 아이디어 연구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멋진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거죠. 타고난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를 계속하는 자세라는 것, 계속하는 힘이 곧 미래를 바꾸는 힘이라는 사실이 엄청난 깨달음을 줬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