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 - 청소년, 인문학에 질문을 던지다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5
최재천 외 7인 지음 / 꿈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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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인문학 책이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주관한 청소년 인문학 강연 내용을 책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환경, 역사, 고전문학, 사회, 과학, 동양철학, 문학, 예술이라는 주제로 여덟 분의 강연을 책으로 만나는 것이다.

이전에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라는 책을 보면서 청소년들에게 정말 유익한 인문학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다음 책이 출간되니 더 반갑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청소년기에 만나는 인문학은 감히 앞으로의 인생길을 밝혀주는 빛이 되어줄거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기에 현명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선물은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는 여덟 분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읽으면서 배우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생태학 박사이자 대안주말학교 교장 최형선님은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생물들이 환경을 극복하거나 도태되고 멸종되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인 것이지, 능력의 차이는 아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는 치타나 낙타처럼 힘든 순간을 겪더라도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누구나 훈련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다.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나씩 실행해나간다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천국으로 보내도 되는지 판가름하기 위해 저승사자가 두 가지를 물어본다고 합니다. 여러분, 저승사자가 무엇을 물어볼까요?

저승사자는 먼저 "당신은 재미있게 살았는가?" 하고 물은 다음, 두 번째로 "당신은 남을 즐겁게 해 주었는가?" 하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 여러분도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남을 재미있게 해 주었는지 생각해 보면서 스스로 재미를 찾아가야 합니다. 재미있는 일을 하게 되면 스스로도 재미있게 살고, 또 남을 즐겁게 해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13-14p)

인문기획집단인 문사철의 대표 강응천님은 "세종대왕을 질투하라!"고 말한다. 이 시대를 이끌어가야 할 청소년이라면 위대한 인물을 존경만 할 것이 아니라 질투하고 세종대왕보다 더 뛰어난 업적을 남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건 항상 질문하고 고민하는 자세이다. 역사 공부 역시 주입식 암기 방식이 아니라 근본적인 의문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과거 역사의 잘못된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우리의 역사를 쓸 수 있다.

독일문학을 전공한 시인 김경후님은 고전문학 중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이제까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익숙했다면 앞으로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베르테르가 아닌 베르터로 기억해야 될 것 같다.

"우리는 왜 고전을 읽어야 할까? 고전은 우리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 본 어른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여러분은 어렵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 좋은 친구가 해 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위안을 얻곤 합니다. 그 좋은 친구의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가 고전입니다." (85p)

"<젊은 베르터의 슬픔>의 첫머리에 이 책의 편집자가 여러분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베르터의 슬픔에서 위안을 얻으십시오. 그대가 운명 때문에 또는 그대 자신의 잘못으로 진실한 친구를 찾지 못한다면, 부디 이 조그마한 책을 그대의 친구로 삼아 주십시오. -" (105p)

영어영문학과 교수이자 몸문화연구소장 김종갑님은 "누구의 몸이 더 아름다울까?"라고 묻는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된다. 요즘은 좋아하는 연예인처럼 성형하고 싶다거나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 하는 일이 흔해진 것 같다. 아름다운 몸과 얼굴의 기준은 시대마다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요즘처럼 정형화된 미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의 외모를 바꾸려고 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나를 진정한 나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며 내가 나다워지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다.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는 사춘기가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면서 자신과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리기 때문이다.

"아름답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나'다워지는 것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내가 '나'가 되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150p)

국립생태원 원장 최재천님은 "알면 사랑한다"고 말한다. 어린시절 시인을 꿈꾸던 소년이 과학자가 되어 신나고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재미있게 잘 사는 것이 행복이란 걸 새삼 느꼈던 것 같다. 스스로를 행복한 과학자라고 말하는 사람, 청소년들을 위한 멋진 롤모델이란 생각이 든다.

자유전공학부 교수이자 인문학자 배병삼님의 주제는 동양철학으로 "공자, 세상의 기준을 만들다"이다.

2500년 전의 공자가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청소년들에게 공부는 괴롭고 지겨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자는 배움의 가치에 대해 알려준다. 기쁨을 얻지 못하는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니다. 공자처럼 자신의 뜻을 세우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이야말로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국어국문학과 교수 소래섭님은 "슬플 땐 시를 읽어보세요."라고 이야기한다. 백석 시인의 <내가 생각하는 것은>과 문정희 시인의 <곡비>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축하합니다>를 읽으며 한 줄 한 줄 그 사이에 배어있는 슬픔을 느낄 수 있을까. 아직 어른이 되지는 않았지만 청소년기에 겪는 나름의 슬픔이 존재할 것이다. 그 슬픔을 슬픈 음악과 시로 위로받으며 희망을 찾기를 바란다.

국어국문학과 교수이자 영화평론가 강유정님의 주제는 예술이다. "예술영화는 왜 장르가 모두 드라마일까?" 라고해서 예술영화에 대한 내용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영화에 한창 관심이 많을 청소년들에게 영화 속에 감춰진 은유와 상징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말이 되는 이야기의 세 가지 특징인 인과성, 개연성, 핍진성을 설명한다. 이 세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예술을 바라본다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예술을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을 위한 책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소통을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부모 입장에서도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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