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 할머니가 손자에게
김초혜 지음 / 시공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을 키우면서 마음으로는 항상 사랑을 표현해도 모자라지만 보여지는 건 좋은 말보다는 잔소리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각각의 노트를 준비하고 생각날 때마다 편지를 쓰듯 적는 방법을 생각했다. 엄마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글로 보여주는 것이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같아서다. 가끔은 내 편지글 다음에 답장을 적어주는 걸 보면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행복이>는 시인 김초혜님이 아홉살 손자 재면이에게 매일 아침마다 편지를 쓰듯 적어내려간 글이다. 1월 1일을 시작으로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내려 1년을 채웠으니 사랑과 정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할머니의 손자 사랑이야 말하면 무엇하겠냐만 시인 할머니라서 더욱 특별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다.

원래 이 글들이 적힌 노트는 손자의 중학교 입학 기념 선물이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자는 것을 원본의 주인인 손자가 거절하여 못하다가 1년 후 허락하여 출간된 것이 바로 <행복이>란다. 손자 입장에서는 나만을 위한 선물인데 공개되는 것이 싫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찌되었든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편지를 못 받아본 아이들에게도 이 책 덕분에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손자의 인생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과 사랑이 듬뿍 담긴 격려를 해주는 할머니.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쉽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아름답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고, 어른들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온갖 위험과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험한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의 역할일 것이다. 김초혜님은 처음에 사랑하는 손자 재면이를 생각하며 이 글들을 적었을 것이다. 매일 한 장씩 편지를 쓴다는 건 매일 그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사랑이란 이처럼 매일 매순간 조금씩 쌓아가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사랑하는 재면아!" 로 시작되는 글들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매일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 뒤에 내용이 유익하고 좋아서도 있지만 그냥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는 걸 새삼 느낀다. 우리 아이들에게 매일 편지를 쓸 수는 없지만 매일 "사랑하는 ㅇㅇ"라고 불러줘야겠다. 사랑한다는 말은 하면 할 수록 더욱 가슴 벅차오는 말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받는 손자가 된 것 같고, 할머니의 지혜를 얻은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지혜로운 조언을 해줄 수 있을 만큼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