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벗겨줘 - 빨간 미니스커트와 뱀피 부츠 그리고 노팬티 속에 숨은 당신의 욕망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입는 옷 속에는 어떤 심리가 숨겨져 있을까?

이 책은 19개의 에피소드와 진단이 나와 있다. 첫 인상을 결정하는 외모만큼이나 옷차림도 그 사람의 평가 기준이 된다. 세련되고 우아한 옷차림은 그 사람을 돋보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그들 스스로 선택하는 옷이 어떤 심리적 의미인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꽤 공주 풍의 옷들을 좋아해서 멋쟁이란 얘길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내 아이처럼 옷을 입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오빠와 같은 스타일의 옷을 사 주셨고 함께 그 옷을 입으면 마치 형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이 순전히 내 선택이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른들이 남자인 오빠를 더 특별히 여긴다는 나만의 생각이 남성적인 옷을 선택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옷의 의미는 우리 내면에 숨겨진 심리를 외적으로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정말 남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남자들의 특권이 질투가 났던 것 같다. 특권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남자들이 우위에 있다는 느낌이 싫으면서도 부러웠다.

부모님이 사내 아이 같은 모습을 인정하신 것도 무의식적인 소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는 동안에 옷은 부모의 꿈, 부모의 방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엄마의 의도 대로 선택된 옷을 입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진다. 그래서 나중에 선택권이 주어져도 그것이 진짜 내 선택인지 혼란스럽다.

책 속의 진단처럼 우리가 입은 최초의 옷은 부모님의 선택이었다. 일상의 습관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지배한다. 현재 나의 스타일은 부모님의 기준과 흡사하다. 옷 스타일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오늘 나는 어떤 옷을 입었는가? 보여지는 멋스러움 보다는 편안함을 선택했다.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다.

책 속에 소개된 에피소드는 우리 일상 중 극히 일부분이다. 또한 프랑스의 경우다.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역시나 자유로운 프랑스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으로 자가 진단을 하며 읽었다. 꼭 들어맞는 사례는 없었지만 만약 나라면 식의 상상을 하니 재미있었다. 심리학은 어렵다. 알다가도 모르는 사람 마음을 옷을 통해 살펴봤다. 늘 우리가 입는 옷은 어떤 행동이나 말보다 자신의 심리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섣불리 다른 사람의 심리를 진단하지 말기 바란다. 드러나는 옷차림은 심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감출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를 벗겨줘>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과는 달리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옷은 우리의 몸을 가렸고, 이 책은 그 속마음을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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