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술 취한 코끼리의 정체는 뭘까?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마음이라고 아잔 브라흐마는 말한다. 마음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으니까. 그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술 취한 코끼리가 난동을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코끼리에게 끌려 다닌다. 도대체 이 덩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에게 코끼리가 있다는 사실 조차 의식하지 못해서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평상시에는 순하고 조용하던 코끼리지만 누군가 돌을 던지거나 상처를 입히면 울부짖으며 난폭해진다. 그제서야 코끼리를 발견하고 당황하게 된다. 어떻게 진정시키지?

실제로 코끼리는 어떻게 진정시킬까? 사실 방법은 모른다. 그러나 조련사는 알 것이다. 코끼리가 어릴 때부터 훈련시킨 사람이라면 흥분한 코끼리를 진정시킬 방법도 알 것이다. 사람보다 몇 배는 큰 몸집의 코끼리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조련사를 보면서 감탄한 적이 있다. 얼핏 들은 얘긴데, 코끼리는 새끼 때부터 굵은 줄로 묶어 꼼짝 못하게 해놓으면 다 컸을 때 약한 줄로 묶어놔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제압당했던 경험을 기억해서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명령에 따른다.

우리의 할 일은 지금껏 멋대로 자란 코끼리를 제압하기 위해 조련사의 기술을 전수받아야 한다. 우리를 지도할 능숙한 조련사는 바로 지혜로운 수행승 아잔 브라흐마이다.

삶에 관한 108가지 일화를 통해서 코끼리 등에 올라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자신의 코끼리를 다루는 일이 인생 살이다. 그러나 다루는 일이 익숙해지면 그 코끼리마저 놓아 줄 수 있어야 한다.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 이것은 자신이 없다.

 

고타마 붓다가 6년 고행 끝에 니란자나 강가의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첫 번째 진리는 ‘인간의 삶은 두카’라는 것이었다. 두카는 흔히 ‘고통’으로 번역되지만, 나는 그것을 ‘행복의 부재’라고 옮기고 싶다.

행복의 부재.

그의 두 번째 진리는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행복을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므로.  시화

 

붓다의 깨달음이 새삼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익히 들어왔던 말씀인데 삶을 고통, 고뇌가 아닌 행복의 부재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삶 속에 고통은 있지만 늘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행복은 없다고 말하니 갑자기 갈 곳을 잃은 느낌이다.

요즘 나의 주요 관심사는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행복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가르친다. 쉽지 않다. 차라리 뭔가를 움켜쥐려고 노력하는 것이 쉽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울지라도 움켜쥔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 인가보다. 책 속에는 이런 상황을 매운 칠리를 먹는 남자에 비유한다. 그는 단 맛이 나는 칠리를 찾기 위해 매운 칠리를 고통스럽게 먹는다. 나중에는 그 과정 자체가 존재 이유가 된다.

삶이 매운 칠리라면, 단 맛 나는 칠리를 찾는 것보다 그냥 매운 맛을 즐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과연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두렵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소극적으로 살게 하는 것 같다. 덜 상처 받고 덜 아프기 위해서 나서지 못한다. 뒷걸음질 치면서 저 산 너머에는 무지개가 있겠지.’ 라고 바란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잡을 수 없는 무지개를 좇으면서 저걸 잡아야 행복하다고.

행복을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진 것 같다. 행복을 위해 산다고 말하면서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여기 있는데 어디에서 행복을 찾는가?

삶의 깨달음을 위해 아잔 브라흐마처럼 수행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노력할 것이다. 술 취한 코끼리 내게는 마음 속의 화를 잘 다스리겠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오.” – 아잔 브라흐마

 

그렇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 마음,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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