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각색 이야기로 피어난 꽃
하늘매발톱 지음, 유승희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가 꽃을 바라볼 때 그냥 이름 모를 꽃보다는 이름을 아는 꽃이 더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그러니 꽃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그 꽃은 이미 우리에겐 친근한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

사람 간에도 잘 몰랐던 속내를 알게 되면 은근히 친밀감도 생기고, 만나면 더 반가운 것처럼 말이다.

<가지각색 이야기로 피어난 꽃>은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난 꽃 이야기 책이다.

목련, 진달래, 매화, 민들레, 할미꽃, 장미, 연꽃, 봉선화, 무궁화, 국화, 동백 모두 11가지의 꽃들은 어린이들도 쉽게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꽃들이다. 그러나 꽃마다 가진 이야기는 대부분 처음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부분 이야기가 슬픈 것이 많지만 그만큼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나는 꽃의 용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여러 꽃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꽃은 민들레다.

봄이 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꽃, 민들레는 너무 흔하게 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잡초 취급을 받기도 한다. 특히 끈질긴 생명력으로 인도 블록 사이 또는 갈라진 아스팔트 틈새에서도 싹을 틔워 노란 꽃을 피어낸다. 어쩌면 그런 강인함을 칭송해야 할 아름다운 꽃일지도 모른다. 민들레는 내가 닮고 싶은 꽃이다. 어떤 시련에도 쓰러져서 포기하는 일 없는 민들레의 근성은 그 뿌리에 있다. 겉보기에는 작은 꽃이지만 그 뿌리는 깊고 길다. 민들레는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저장했다가 꽃이 필 때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가물어도 쉽게 말라죽지 않고 겨울도 얼마든지 쉽게 견뎌 내는 것이다. 또 낮 동안만  피어 있고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는 지혜를 지녀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 내내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서 서양의 농부들은 민들레의 꽃잎을 보고 시간을 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꽃잎을 다 펼치는 시간을 아침 5시, 꽃잎을 오므리는 시간을 8시로 여기고 그에 따라 하루 일과를 보내는 것에 유래하여, 민들레 꽃말이 농부들의 예언이라고 한다.

끈기와 근면, 지혜를 고루 갖춘 모범적인 꽃이다.

, 민들레 하면 솜털 같은 민들레 꽃씨를 빼놓을 수 없다. 뿌리는 깊게 땅 속에 박혀 있지만 꽃씨들은 바람 따라서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는 모습은 희망찬 미래를 말해주는 듯 하다.

민들레 꽃씨를 불어 한 번에 모두 날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꼭 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훅 부는 재미는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다.

민들레는 한때 농촌에서는 나물로 무쳐 먹거나 민간요법에서는 염증이나 화상에 좋다고 하여 빻아서 상처 부위에 사용했고,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병에 좋다고 하여 한약재로도 쓰인다고 하니 두루두루 유익한 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우리가 흔히 도시에서 만나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 민들레라고 한다.

공해 때문에 토종 민들레가 잘 살 수 없고 제주 민들레만 겨우 명맥을 이어 간다고 하니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민들레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면 별이 목동을 임금님으로 만들지만 명령은 평생 단 한번만 내릴 수 있게 하여 임금님이 된 목동은 불행하게 살게 된다. 결국 임금님은 자신을 그렇게 만든 별들을 혼내주려고 평생 단 한번 내릴 수 있는 명령을 별들에게 내린다.

너희는 모두 땅으로 내려와 노란 꽃이 되어라.

그러자 별들은 하늘에서 반짝이던 그 모습대로 땅 위에 떨어져 민들레 꽃이 된 것이다.

그 뒤 임금님은 다시 목동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꽃이 된 별들은 매일같이 목동과 양 떼들에게 짓밟히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지금도 민들레 꽃이 키가 작게 피어나서 짐승과 사람들에게 밟히게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밤하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희망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민들레의 모습에서 닮은 점을 본 것이 아닐까 싶다. 수모를 당하는 별이 아니라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별이 민들레 꽃으로 가까이 와 준 것이라 믿고 싶다.

아이와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꽃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향긋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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