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 - 현대미술계 악동과의 대면 인터뷰
김성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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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언 허스트는 누구인가.

그의 이름보다는 강렬한 작품들이 뇌리에 박혀서 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예술가인데, 역시나 파격적인 작품인 박제상어(책표지)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네요. 거대한 상어가 거대한 탱크 안에 담겨 있는 모습 자체도 놀랍지만 이 작품의 제목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년)이라는 길고도 철학적인 제목 때문에 사람들에게 작품 감상을 넘어 작품의 의미를 고민하게 만들었어요. 데미언은 이 작품 주제에 대해 '죽음에 대한 개념을 내 나름의 해석으로 서술한 것'이라면서, "나는 단지 라이트 박스나 상어 그림을 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당신을 놀라게 할 정도로 충분히 실재하는 상어를 갤러리에 설치해서 관객에서 관습적인 기대를 제거시키려 했을 뿐이에요." (43p)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파격적이고 노골적이며 혐오감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들, 현대 미술계의 이슈메이커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는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데미언 허스트 평전이자 인터뷰집이라고 하네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인 저자가 데미언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아페르토》, 두 조각 난 어미 소와 송아지가 포름알데히드에 담긴 <분리된 어머니와 아이>라는 작품이었고, 이후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작가로서의 삶을 추적해왔는데, 20여 년 뒤 세계적인 아트페어와 미술관 전시에서 다시 마주하면서 그의 작업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다고 해요. 2012년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겼고, 2016년 데미언의 초대를 받아 사이언스 회사를 방문할 수 있었고, 2017년 새롭게 꾸민 그의 작업실에서 장시간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고 해요. 오랜 시간 동안 한 명의 예술가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그의 삶과 작업을 지켜본 결과물이자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삶과 죽음을 다룬 탱크 시리즈부터 의학을 오늘날 인간의 새로운 종교로 해석한 약장 시리즈, 색깔에 의미를 담아 언어처럼 제시하는 스팟 페인팅, 사진과 같이 선명한 그림을 선보이는 포토리얼리스트 등등 다양한 작품들을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확장해나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데미언 허스트의 화사한 벚꽃 그림을 보면서,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라는 틈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든 것들을, 아주 찰나에 붙잡은 것이 예술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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