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바이러스 - 잊혀졌던 아군, 파지 이야기
Tom Ireland 지음, 유진홍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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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좋은 존재일까, 아니면 나쁜 존재일까요.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인간 중심의 관점일 텐데, 그동안 바이러스는 인간을 병들게 만들고 죽이기까지 했으며 농작물을 망치고 가축들을 죽일 만큼 치명적인 감염원이었어요.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악성코드를 컴퓨터바이러스가 부를 정도로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은 나쁜 쪽으로 기울었는데 근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가져온 충격은 나쁜 바이러스임을 입증하는 결정타였어요. 그러나 진실은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양쪽 모두라는 거예요. 오히려 인간에게 더 유익한 존재라는 점, 바로 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책이 나왔어요.

《착한 바이러스》는 과학 작가이자 편집자인 톰 아이얼런드의 첫 저서라고 하네요. 저자는 왕립 생물학회의 잡지인 The Biologist 의 편집자로서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연구에 대해 인터뷰했고, 대중들이 자연의 경이로움과 과학의 힘을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스코틀랜드 매거진 어워드에서 최우수 편집자상, 최우수 전문잡지상 등을 수상했고, 작가로서는 왕립문학회 자일스 세인트 오빈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이번 책은 2023년 뉴욕타임스 '편집자의 선택' 도서 및 워터스톤스 '2023년 최고의 과학서적'에 선정되었다고 해요.

이 책에서 다룰 주인공은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고 알려진 매우 특별한 바이러스 그룹이며, 간단히 줄여서 '파지(phages)'라고 부르는데 박테리아를 감염시켜 죽이는 바이러스라는 특성 때문에 저자는 '착한 바이러스'라는 제목을 붙인 거예요. 본질적으로 파지는 인간에게 무해하며 박테리아 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데 불행한 숙주가 된 박테리아의 신진대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의 복사본을 대량 생산하게 만든 뒤 적절한 때가 되면 물폭탄이 터지듯이 쏟아져 나와 이 과정을 반복할 새로운 숙주를 찾는다고 해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사이에 벌어지는 미생물 전쟁인데 헷갈리지 말아야 할 사실은 둘 다 그냥 병원체로 분류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는 거예요.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박테리아는 세포이고 바이러스는 세포가 아니라는 거예요. 세포는 생명의 생물학적 기본 단위이며, 바이러스를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단일 세포들로만 모여서 존재한다는 거죠. 신기하게도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생화학적 구성분이 없어서 생명 활동이 없는데 숙주 세포 안에 들어가면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구상의 모든 유형의 세포 생명체마다 이들을 감염시키기 위해 진화한 바이러스가 있으며, 이 바이러스들을 다 합치면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명체보다 그 수가 많은데 우리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보다 우리 생명을 구해줄 수 있는 바이러스가 수적으로 훨씬 더 많다는 점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과학자들은 아직 완전히 파지를 이해하진 못했지만 지구상에서 유전적 다양성의 가장 큰 원천을 대표하는 중요한 생명체라는 점은 확실히 알고 있어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파지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파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어요. 바이러스학자이자 파지 전문가인 마사 클로키 교수와 같은 과학자들은 항생제 알약이 바이러스가 든 병으로 대체되는 것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이를 대비하여 대중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명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바이러스가 우리의 적이 아닌 아군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이끌어주는, 놀라운 파지 세계에 관한 안내서였네요. "파지는 지구상 생명체의 암흑물질로, 더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지속에 핵심이지만 대체로 분류되지 않고 연구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박테리아 오염 및 감염에 맞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전투를 벌이는 우리의 잠재적인 동맹자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시대의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과학과 기술의 선두이지 중심이다." (25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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