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형사사건 이야기 - 법을 알면 범죄가 보인다
추헌재 지음 / 새로운제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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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는 실감하지 못했어요.

끔찍한 장면들이 보여주는 공포는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근데 실제 범죄 사건, 정확하게는 형사 사건을 조목조목 법률적으로 풀어낸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적인 오싹함을 느꼈네요. 유사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말을 가져오는 결정적 차이를 모른다면 누구든지 범죄자가 될 수 있어요.

《흥미로운 형사사건 이야기》는 '법을 알면 범죄가 보인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은 상식을 깨는 140가지 사건 너머의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형법 상식서라고 할 수 있어요. 과거에는 법 없이, 법을 모르고도 별다른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그야말로 범죄도시, 범죄 시대라고 할 정도로 흉악 범죄가 늘고 있어서 우리 모두 법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우선 형법이란 범죄와 형벌을 규정한 법이며, 어떤 행위가 범죄이고 이에 대한 법적 효과로서 어떤 형벌이 부과되는가를 규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는 각 사건마다 "A의 행위는 죄가 될 것인가?"라는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형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일부러 저지르는 범죄인 '고의범'만 처벌하고 실수로 일어나는 범죄인 '과실범'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고의와 과실을 구별할 필요가 있고, 그 경계선상에 있는 것이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이라고 하네요. 미필적 고의를 이해하려면 인식 있는 과실과의 구별이 가장 중요한데, 둘 다 인식이 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고의에는 의사가 있으나 인식 있는 과실에는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해요. 피해자가 죽는 것을 바라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죽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용인하면 미필적 고의이고, 죽을 수도 있겠지만 설마 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결과를 용인하지 않았다면 인식 있는 과실인데, 행위자가 고의를 부정하더라도 법관이나 검사가 모든 점을 고려해 미필적 고의로 판단하면 행위자를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개념이네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것들이 실제 법이나 판례에서 인정되는 상식들과 간극이 커서 놀랐어요. 누구나 자신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 범죄자가 되는 것이고,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그럴 생각이 아니었고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랐다고 변명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과 범법 행위 사이에 관한 법률 지식이 있어야 억울한 상황을 피할 수 있어요. 솔직히 '흥미'보다는 '섬뜩'했지만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는 법률 상식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확실한 법 공부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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