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 - 다중우주의 비밀을 양자역학으로 파헤치다
로라 머시니-호턴 지음, 박초월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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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계로부터 초대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놀랍게도 완벽한 타인이 소개하는 미지의 세계, 그 우주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네요. 사실 우주에 관한 연구를 다룬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은 저자의 역할이 정말 대단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로라 머시니-호턴이라는 인물을 전혀 몰랐는데 세계적인 우주론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이고, 다중우주론의 한 갈래인 '양자 경관 다중우주 이론'의 창시자로서 다중우주와 우주의 기원에 대해 가장 선도적인 이론을 연구하면서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이론물리학과의 우주론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대단한' 과학자라는 사실뿐 아니라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로서 그 탁월함을 인정하고 싶어요. 우주의 생성 바로 그 순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그 이론을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로라 머시니-호턴 교수 덕분에 궁금해졌어요. 전혀 모르는 타인과 우주라는 두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무한한 가능성의 우주들》의 원제는 <Before the Big Bang : The Origin of Our Universe> 이며, 이 책에서는 우주의 경이로움을 따라가며 우리의 기원에 대한 답을 찾고, 우주의 중심이었던 우리우주에 대한 믿음을 뒤집는 다중우주의 증거를 찾아가는 개인적인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가 태어난 알바니아는 당시 유럽의 북한이나 다름없는 공산주의 독재정권이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처벌하던 암흑기라서, "우리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은 머리 위 하늘과 별이었다."(9p)라며 우주로 도피했다는 어린 시절을 이야기할 때 새로운 세계와의 랑데부처럼 확 끌렸네요. 우주 탄생을 향한 저자의 호기심과 열정에 이끌려서 그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고전물리학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시 영역의 특징인 불확정성을 다루기 위해 등장한 것이 양자역학인데, 저자는 그 양자역학에서 우주의 기원에 관한 해답을 찾고 있어요. 양자적 실체는 우연과 사건의 집합체이며, 그것들이 각기 다른 결과를 낳았다면 저자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고, 이것이 우리우주가 탄생한 양자세계의 본질이라는 설명이 절묘했어요. 인플레이션 우주론을 통해 저자가 발견한 것은 양자 경관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우주는 고에너지에서 시작하는 원시우주라는 것인데,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138억 년 전에 탄생한 우리우주는 결코 특별하지 않았고, 우리우주의 탄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펜로즈의 결론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어요. 저자는 우리우주의 기원과 그 시공간 경계 너머에 존재하는 세계의 기원에 대한 답을 수학적으로 도출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것이 옳다고 믿지만 우리우주의 나머지 구성원들도 동의하려면 다중우주론이 모든 검증을 통과해야 해요. 중요한 건 다중우주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인 것 같아요. 저자의 말처럼 상상력의 한계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우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걸 기억한다면 우리는 무한과 영원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요.


"우리우주의 기원이 왜 중요하냐고?

솔직히 말해서 과학자들이 우주와 그 기원을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다."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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